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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시 자원봉사센터 황의옥 소장

"자원봉사도 기부금처럼 소득공제 대상 지정해야"

황의옥 전주시자원봉사센터 소장이 특정한 시기에만 봉사활동이 집중되고 대학 입시나 학교 내신성적을 위한 활동으로 변질되는 듯한 요즘 분기위에 아쉬운 마음을 표하고 있다. 안봉주(bjahn@jjan.kr)

"스스로를 드러내서는 안 된다. 그럴 때 작품은 비로소 빛을 보게 된다. 관객과 주인공을 이어주는 통로로서의 삶은 아름답다. 자신이 아닌 남을 아름답게 하는 삶이기 때문이다." 드라마나 영화를 빛내는 조연들을 말한다. 약사 황의옥씨(70)의 인생이다. 평생을 소리 없이 '조연'으로 살아왔다.

 

지역 자원봉사의 산증인으로 재난현장과 무의촌(無醫村)은 단골무대다. 짬만 나면 그런 곳에 달려간 지 올해로 50년. 그는 왜 조연에 그친 채 힘들고 굴곡진 여정을 멈추지 않는 걸까. 국·내외 가리지 않고 그늘진 곳이면 그렇게 누벼왔다. 폭우피해지역도 예외가 아니다. 자원봉사, 그 길에는 사랑과 기쁨, 슬픔과 고통이 함께 녹아 있었다.

 

위기상황에서 지역을 지탱하는 힘은 자원봉사자에게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 황홀하게 눈멀어 제 모든 걸 그 앞에 던지는 사랑. 낮은 곳으로 내려앉아 사랑을 나누는 자리를 찾았다. 전주시 자원봉사센터에서 최근 귀국한 황 소장을 만났다. 시간과 여유가 없어 남 도울 엄두를 못 낸다는 흔한 핑계를 부끄럽게 하는 봉사의 삶이었다.

 

-언제 귀국하셨습니까.

 

"3일 돌아왔어요. 중앙아시아 내륙인 키르기스스탄의 오쉬라는 지역이었어요."

 

-뭘 했나요.

 

"인구 50여만명이 살고 있지만 의료기관이 조그만 보건소 하나뿐인 곳입니다. 개인병원과 약국은 찾아볼 수도 없고요. 이번에 단원 8명을 의료봉사와 이·미용봉사 두 개 팀으로 만들어 7박8일간 활동 했죠. 준비해간 의약품 나눠주고 진료하고 이발 및 미용봉사를 해줬습니다."

 

전주시 자원봉사센터는 2008년부터 매년 필리핀과, 베트남, 몽고에 이어 올해 4년째 해외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요즘 국내 활동이 궁금합니다.

 

"며칠 전 서울 사당동 풍수해지역을 찾았어요. 도내에서는 11일 전주시 효자4동 석산마을에 들어가 빨래와 청소를 하고 12,13일엔 정읍시 하모동, 태인면과 임실군 운암면 쌍암리로 나눠 침수지역 노력봉사와 빨래 등을 지원했지요."

 

-개인적으로 언제 시작했습니까.

 

"고교 2학년 때니까 1961년이죠. 교내 청소년 적십자(J. R. C) 단장으로 활동했어요. 외딴 초등학교에 나가 머리 깎아 주고 한글 깨우쳐주기 등을 했거든요. 이발기기는 마을 이발소에서 빌렸고요. 그때부터 평생 자원봉사의 길을 걷게 된 거죠."

 

-참 대단하십니다. 특별한 기억이 있을 것 같아요.

 

"1977년11월 터진 이리역(현 익산역) 폭발사고를 잊지 못해요. 59명이 사망하고 중상자만 185명에 이른 대형사고 아니었나요. 약국 운영하던 때였어요. 후배약사 5명을 긴급 소집해서 다음날 오전 10시께 이리시 공관에 자리 잡았지요. 사고지점 1㎞ 쯤 떨어진 곳에서 그 쪽을 바라보니까 거리는 온통 건물 깨진 유리로 뒤범벅이었어요. 보행인은 전혀 안 보였고. 인명구조와 약품투입에 나선 것이 엊그제 같네요."

 

-약사로서 편하게 살 수 있을 텐데요.

 

"갖고 있는 기술과 지식을 개인을 위해서만 사용한다면 그 사회는 발전할 수 없어요. 사회구성원이라면 그 전문성을 사회에 환원해야지요."

 

-가족들이 원망하지 않나요.

 

"그렇지 않아요. 힘든 속내를 나타낸 적이 없어요. 묵묵히 뒷받침해주는 응원군입니다. 오히려 가장으로서 같이 하는 시간을 못내 늘 미안하죠."

 

-자원봉사 하는 게 어렵지 않던가요.

 

"어려운 게 아닙니다. 그리 거창한 것도 아니고요.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실천 할 수 있답니다. 자신의 지식, 경험, 기술, 정보를 이웃과 나누면 됩니다. 주변에 있는 어려운 사람들에게 먼저 손을 내미는 것, 이 작은 실천이 자원봉사 아닙니까. 그러다보면 어두운 그늘이 사라지는 만큼 밝은 양지가 넓어지지 않겠어요."

 

-봉사내용이 달라졌죠.

 

"기본적으로 봉사의 대상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인간의 삶이 같잖아요. 다만 영역이 확대되었을 뿐이지요. 과거에는 불우이웃돕기 명목으로 가난하고 소외된 계층을 챙겼다면 요즘에는 노인·아동·청소년·장애인과 일반 시민들까지 서비스가 이뤄지고 있어요. 그리고 초기엔 동정심과 측은지심이 작용했지만 이제는 인간 띠잇기 차원의 사랑 나눔입니다."

 

-전문성이 필요하단 말인가요.

 

"기초봉사는 기본이고 전문적 재능을 갖는 봉사자들이 필요해요. 맞춤 서비스를 위해서죠. 수지침, 이·미용, 매직, 노래, 춤, 악기, 제빵 및 요리 등 전문 봉사단 수요가 갈수록 늘고 있어요. 아직은 사회복지 분야가 중심이지만 재난복구, 보건의료, 환경정비, 문화예술 등 다양한 전문영역으로 넓히는 방안이 과제입니다. 의약계, 법조계, 예술계 등 전문가들이 나서야 해요. 고령화 사회에도 대비해야 합니다."

 

-센터 등록회원은 얼마나 됩니까.

 

"8월 현재 8만800여명입니다. 주민등록 기재를 꺼리는 미등록 회원까지 합치면 18만명 정도 될 겁니다. 등록된 단체는 418개로서 사회복지, 보건의료, 기술기능, 교육상담, 행정, 문화행사, 교통 환경, 재난구호 등으로 나눠 활동하고 있어요. 그중 사회복지단체가 전체의 58.4%로 쏠려 있어요. 20대가 가장 많고 여성이 남성보다 2배가량 많아요."

 

-그들은 특별합니까.

 

"과거에는 특별한 사람만 할 수 있는 거란 인식이 강했어요. 그러나 지금은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누는 생활의 일부로 자연스럽게 받아드리고 있습니다. 실상 대부분 우리 이웃의 평범한 얼굴들입니다."

 

-다들 무보수입니까.

 

"물론이죠. 보수가 없어요. 자원봉사는 대가를 바라지 않고 스스로 자유 의지에 의한 자발성이며, 사회공동선을 위한 공익성과 이타성이 특징이라고 봅니다. 어떤 대가를 바라고 한다면 그것은 진정한 자원봉사가 될 수 없는 거 아닙니까."

 

-그러면 생활이 넉넉한가 보군요.

 

"그런 건 아닙니다. 모두들 강한 신념과 의지가 있기 때문에 뛰어드는 거죠. 어디든지 필요하다고 보거나 불러주는 곳은 마다하지 않아요. 그 과정에서 전주시가 재정적으로 우리 센터를 지원하고 있어요. 어쨌든 각박해지는 사회에서 고무적인 일이 아닌가요."

 

-경기가 침체되면 활동이 위축될 것 같은데.

 

"별로예요. 큰 영향 없어요."

 

-왜 그럴까요.

 

"자원봉사자들은 자발적으로 고통을 나누고 도움을 주고 싶어 하는 마음자세가 있기 때문이죠. 경기가 좋지 않을수록 수요가 늘어나 더 분주하게 움직이게 마련입니다. 거꾸로 봉사할 기회를 갖게 된 것이 고맙다고 생각해요. 경제 여건이 흉흉할수록 나눔과 봉사는 빛을 발하는 법이죠."

 

-아쉬운 점은 없습니까.

 

"이번 수해처럼 대형 재난이 생기거나 연말연시 때 봉사가 활발하지만 평소엔 그렇지 못하다는 점입니다. 생활습관처럼 지속성을 가져야 하는데. 그런 면에서 봉사활동이 대학 입시를 위한 스펙(SPEC) 쌓기의 일환이 된 것도 씁쓰레하지요. 초·중·고생의 센터 참여율이 전체의 14.7% 차지하고 있어요. 상당수가 내신 성적과 연계한 측면이 있어 보여 마음에 걸리는 대목이네요. 참여를 높이기 위해 자원봉사도 마일리지 외에 기부금처럼 소득공제 대상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때가 됐어요."

 

-다쳤을 때 보상은 어떤가요.

 

"특별하게 의사상자에 해당되지 않으면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해요. 어려운 처지에 빠지게 되는 거죠. 이런 선의의 피해자에게 국가가 보상금 지급 등 제도를 정비해 국가차원의 나눔 문화 후원이 필요합니다."

 

-전주·완주 통합 민간추진협의회 공동대표로 활동하셨던데.

 

"2009년 추진 당시 전주와 완주는 서로 준비가 안 된 겁니다. 그래서야 결과도 뻔한 거 아닙니까. 개인 열정만으로는 한계가 있었지요. 결국 불찰입니다. 한편 지역 보다 일신의 안위를 우선 찾는 기득권에도 책임이 많아요."

 

-성공하려면 조건은 뭔가요.

 

"양쪽 단체장 의지에 달렸다고 봐요. 미래를 내다보고 두 단체장이 먼저 대화한 다음 의회와 민간에서 진지하게 협력하면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막상 자신이 필요할 때 이런저런 핑계대고 빠져나가는 지도자들의 이중적 태도와 자기 단체가 주도해야만 한다는 집단 이기주의는 통합하는데 극복해야할 문제입니다."

 

-현재 약사입니다. 동네슈퍼에 일반의약품 공급을 어떻게 보십니까.

 

"의약품은 일반식품과 다르게 신체 부위에 따라 작용범위가 달라요. 그만큼 투약에는 전문가의 식견이 필요합니다. 편의성만 따져서는 안 되지요."

 

-다시 태어나도 자원봉사 하시겠죠.

 

"아마도요."(웃음)

최동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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