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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동연 경남 양산시장

"언론 난립, 시민이 불편해 하면 개선하는 게 당연"

나동연 시장과 이경재 선임기자가 언론 현실과 대책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안봉주(bjahn@jjan.kr)

경남 양산시청까지 가고 오는 길은 너무 멀었다. 왕복 530㎞. 1시간 30분 인터뷰하기 위해 7시간 30분을 달렸다. 익산∼장수간, 대전∼통영간, 남해, 경부 등 고속도로를 4개나 거쳤다. 나동연 양산시장(56). 그는 왜 미운 털이 박힐 '신문사 퇴출'이라는 언론정책을 실행했을까, 그후 어떤 일들이 벌어졌을까, 그리고 7개월이 지난 지금 그 자신의 언론정책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여간 궁금한 게 아니었다. 그는 활력이 넘쳤고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거침 없이 이야기를 풀어갔다. 궁금했던 것들이 확 풀렸다. 힘들었지만 그를 만나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런 연고도 없고 처음 만났지만 시민들이 좋아할 정치인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시정(市政) 운영방침을 보니 '정도(正道)행정'과 '3불5행'을 내걸으셨던데 어떤 뜻입니까.

 

"3불(不)은 청탁배제, 이권불개입, 군림하지 않는다는 뜻이고 5행(行)은 화합· 민주· 소신· 비전· 청렴을 실천하겠다는 뜻입니다. 이 두가지를 실천하면 정도행정이 되는 것이지요. "

 

자치단체들이 대개 지역발전 청사진 등을 구호로 내거는데 이와는 달리 철학적인 냄새가 납니다.

 

"표를 얻기 위해 도로개설이나 공공시설 건립 같은 선심공약을 하다 보면 사심이 개입하게 되고 무리한 예산집행 등으로 역기능을 초래하게 됩니다. 또 공무원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으려면 시장이 직원들한테 신뢰를 얻어야 합니다. 리더가 깨끗하고 투명하지 못하면 어떤 일도 제대로 할 수 없어요. 전시행정이 아닌 내실과 질 높은 행정에 촛점을 맞추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입니다."

 

지난해 말 '시정 취재 언론사 운영규정'(이하 가이드라인)을 시행하겠다고 밝혀 전국적인 주목을 받았습니다. 그럴만한 동기가 있었나요.

 

"양산시청에는 드나드는 기자가 50명이 넘어요. 직원들이 스트레스를 받고 광고 요구액도 많아 행정력과 예산낭비가 컸습니다. 또 원칙이 없다 보니 행정이 출입기자들에게 끌려가는 잘못된 일도 벌어져요. 시정을 제대로 비판하거나 홍보하지 못하는 언론사에게 시민 세금으로 조성된 예산을 무분별하게 지원한다면 업무태만이지요."

 

언론난립의 폐해랄까 실태를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신다면.

 

-"신문사들이 우후죽순 격으로 생기다 보니까 기자 2명에 여직원이 고작일 만큼 영세한 곳도 있고 독자들이 거의 없는 신문도 있어요. 그런데 모두 큰소리를 쳐요. 심지어 기사도 제대로 작성하지 못하는 기자도 있고 전과자도 기자행세를 해요. 민원실 앞에서 하루종일 왔다갔다 하면서 시청분위기를 훼손시키고, 담배 꼬나문 채 퇴근하는 공무원을 손가락으로 불러내는 기자도 있어요. 기자의 자질, 신문의 질이 부족한 걸 방치한다면 직무유기 아닌가요."

 

두차례나 시의원을 지냈기 때문에 지역 언론상황을 꿰뚫고 있겠군요. 지역언론을 너무 잘 알기 때문에 '퇴출방침'이 나온 건 아닌가요.

 

"그런 측면도 있지만 시민세금으로 운영하는 행정이 사이비언론 때문에 잘못 간다면 용납할 수 없는 문제지요. 정도행정에도 반하는 것이고요."

 

'가이드라인'은 어떤 내용입니까.

 

"신문 등록부수(한국ABC협회 조사 기준)가 1만부 이상이어야 시정취재언론사로 등록하고 광고예산도 지원하겠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출입기자가 금품수수 등으로 벌금형 이상 선고될 경우, 사실왜곡이나 허위· 과장· 편파 보도로 언론중재위에서 결정한 경우 예산지원을 중단하게 됩니다. 취재기자가 무리하게 광고를 요구해서 시의 청렴실천에 반하는 행위를 한 경우에도 2년 이상 광고를 중단하고 프레스센터(기자실) 이용도 중지됩니다."

 

한국ABC협회는 객관적인 방법으로 신문· 잡지 등의 발행부수를 실사하는 기구다. ABC(Audit Bureau of Circulations)는 신문· 잡지· 웹사이트 등 매체량 공사(公査)기구의 약자다.

 

1만부라는 기준은 어떤 근거에서 나왔습니까?

 

"기사 스크랩을 하다 보면 기자나 기사, 신문의 질에 대해 어느 정도 간파할 수 있게 되는데 이런 대략적인 판단을 놓고 지난해 12월 한국ABC협회에서 발표한 발행부수와 비교했더니 1만부라는 공통점이 나왔습니다. 우리 시에서 내부적으로 인정해온 언론사와 거의 일치했습니다."

 

발행부수를 공개하지 않거나 1만부 이하 신문의 기자들이 출입기자 명단에서 제외됐는데 몇개 신문사가 이에 포함됐습니까.

 

"전체 16개 신문사중 7개 신문사가 해당됐습니다"

 

반응은 어떻던가요.

 

"'퇴출'되지 않은 언론사는 적극 찬성했고, 예산지원이 탈락된 언론사도 대체적으로 수용했습니다. 불만이 많을 줄 알았는데 예상보다 심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탈락된 모 언론사에서도 찬성한다는 편지를 보내왔습니다."

 

'퇴출 신문'들의 불만이 많았을 텐데요.

 

"그중 1개 언론사는 몇 개월 정도 반발했습니다. 여러 악성루머를 퍼뜨리고 다녔는데 우리 시에서 제소하는 등 법적으로 강력 대응을 했더니 이제는 잠잠해졌습니다."

 

이른바 해꼬지나 보복성 취재는 하지 않던가요.

 

"처음에는 '밤길 조심하라'는 전화도 받았습니다. 하지만 시민들이 찬성하고 정도행정을 하는 거니까 시비꺼리가 없어요. 그리고 업무와 관련이 없으면 일체 취재에 응하지 않고 보도내용에도 관심을 보이지 않습니다. 사실을 왜곡할 경우엔 강력히 대응하고 있습니다."

 

'가이드라인'에서 제외된 신문한테는 광고 등 예산지원을 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실제로 단 한건도 준 일이 없나요.

 

"당연하지요. 올해 1월부터 시행했는데 단 한건의 광고도 주지 않았습니다."

 

기준을 갖춘 9개 신문사에게는 광고예산이 집행됐을 텐데 이 때에도 적용되는 기준이 따로 있나요.

 

"있습니다. 한국ABC협회가 발표한 발행부수를 참고해 광고예산에 차등을 두고 있습니다."

 

지역에서의 반응은 어떠했습니까.

 

"당시 오전 10시에 기자회견을 통해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뒤 12시에 기관장 모임이 있어 갔는데 그 사이 발표내용을 들은 기관장들이 "용기있게 잘했다."며 기립박수를 쳐 주었습니다. 시민들 뿐만 아니라 중소기업 사장, 사찰 주지로부터도 감사전화를 받았고 경기도에서도 어느 시민이 감사 편지를 보내왔습니다."

 

양산시의 언론정책을 벤치마킹한 자치단체나 기관들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청와대와 국가정보원, 감사원, 중앙정부 등에서 격려전화와 문의전화가 왔습니다. 9개 광역자치단체와 30개 기초자치단체에서 내용을 소개해 달라는 문의전화가 왔고 언론 관련 시민단체와 언론 학계에서도 관심을 보여주었습니다."

 

그 후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시행하는 자치단체들이 있나요.

 

"우리 시를 벤치마킹한 뒤 성남시와 안산시, 시흥시, 광명시가 가이드라인을 정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자치단체가 자의적 기준을 내세워 언론사의 출입 여부를 결정한다면 언론자유라는 가치와 상충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만.

 

"취재 자체를 막는다면 언론탄압이 될 수 있지요. 하지만 취재를 막는 게 아니라 일정 요건을 갖춰야 광고예산을 지원한다는 것이고, 취재기자가 공갈· 협박 등으로 구속될 경우엔 공무원 처벌규정을 준용해서 출입을 제한하겠다는 것입니다. 출입기자로 인정되지 않을뿐, 프레스센터는 출입할 수 있기 때문에 탄압은 아니지요."

 

이 제도를 시행한 지 8개월째를 맞고 있습니다. 어떤 효과가 있었습니까.

 

"시정취재언론사에 대한 원칙을 세우다 보니 기자관리가 훨씬 편해졌고 질서가 많이 잡혔어요. 부수적으로 예산절감도 되었고요. 이런 원칙을 세우지 않았다면 신생 언론사로 인한 출입기자 수가 늘어나 공무원들이 많이 시달리고 행정낭비도 많아졌을 겁니다. 관내 기업체들도 이 가이드라인을 기준으로언론을 대하고 있습니다."

 

정치인들은 대개 언론과 적대관계를 맺지 않으려 하는데 지금 판단해도 잘했다고 생각하십니까.

 

"언론 관계를 생각한다면 못할 일이지요. 지역신문 난립 때문에 경영이 어렵고 뉴미디어 출현으로 지방신문은 위기입니다. 정부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하는 이유가 뭡니까. 건전한 지역언론을 육성하자는 것인데 일부 사이비 신문들이 저해하고 있으니 건전한 언론사가 피해를 보는 것 아닙니까.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을 했다고 생각해요."

 

다음 선거를 염두에 둔다면 괜한 일을 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나요.

 

"그런 마음을 먹었다면 애초부터 못하지요. 정도행정에 역행하는 것을 바르게 했는데 후회할 것이 뭐가 있습니까. 제 소신입니다. 몇몇 기자 때문에 재선이 되고 안 되는 그런 사회는 아니잖아요. 그런 걸 따진다면 오히려 '남는 장사'라고 해야겠지요"

 

전북 역시 언론난립 지역입니다. 인구는 180만 명에 불과한데 신문은 일간지 13개에다 주간지· 특수주간지· 인터넷신문을 합쳐 모두 90개에 이릅니다. 민폐· 관폐가 많은 데도 아무도 손을 쓰지 않고 있는 게 문제지요.

 

"굉장히 많군요. 그렇잖아도 '가이드라인' 발표 후 경기도와 호남지역 자치단체들의 문의가 많았습니다. 뭐든 시민들이 불편해 하면 개선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언론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지요."

 

전북의 자치단체장들도 시장님과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지만 선뜻 행동에 옮기지 못하고 있습니다.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것인가의 문제인데 조언하신다면.

 

"각 자치단체의 환경에 따라 대응방안도 다르지 않겠습니까. 시민세금이 들어가기 때문에 언론관리도 시 행정의 한 부분입니다. 우리 시는 불필요한 언론사들이 많고 언론피해 민원이 있어 과감히 시행했습니다. 까다로운 일을 할려면 결단이 있어야 하고 세밀한 준비와 끝까지 밀어붙일 힘도 필요합니다. '잘못된 부분은 개선시켜야 한다'는 의지만 있다면 어려운 문제는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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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재 kjlee@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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