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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예찬] 우리 사회 정의는 있는가

최수정 (전주 기전대학 방송국장)

 

모처럼 문화생활을 즐기고자 했던 나는 즐길 수가 없었다. 울화통이 터지고 가슴이 아프고 비겁한 이들과 함께 밟고 있는 이 땅이 싫어졌다. 가진 사람들의 세상인, 명예를 등에 지고 정의를 잃은, 사람의 탈을 쓰고 살아있는 그 어떤 생물도 하지 않는 행동을 하는 사람들의 세상인 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미워하진 않았었다.

 

한 영화를 보았다. 그 영화의 줄거리에 대해 말하자면 청각장애와 지적장애를 앓고 있는 힘없는 아이들에게 교장을 비롯한 교직원들이 성폭행을 저지르고 학교 사람들은 이를 외면하는 어이가 없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가해자와 책임자들은 법적인 처벌을 받지않고 지금까지도 교단에 서 있다는 것. 무관심으로 인해 이런 가슴 아픈 사건은 금방 잊혀져버리고 피해자들은 여전히 외로운 투쟁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다룬 영화다.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는 말도 있다.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 같지도 않은 이유로 사람들에게 상처를 받는 약한 아이들에게 평생 지워지지 않을 기억을 준 이들에 대해 눈감은 사건을 이야기하는 영화. 성폭행과 폭력을 행사했음에도 우리 사회는 눈을 감아주었다.

 

그들을 벌 주기 위해 소송을 걸었지만 이 나라의 법은 아이들을 더 아프게 함을 영화로 보며 나는 울었다.

 

중학교 때 내가 배운 법은 최소한의 도덕이라고 했다. 법은 인간을 위해 존재하는 것. 법이 있으므로 약한 사람을 보호하고 나쁜 사람에게 벌을 주어서 안정된 사회를 만들 수 있다. 법은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고 국가의 구성을 규율하며 국가 공권력으로 하여금 국민의 행동을 보장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그렇지만 이들에게 이 나라의 법은 악법이나 다름 없었다. 이 영화를 보고 나는 악법도 법이라는 말을 한 소크라테스에게 반론마저 하고 싶었다.

 

이런 세상에 살고 있다는 사실이 지금 나는 무섭기까지 하다. 영화를 보는 내내 울었다. 아이들에 대한 안타까움과 돈에 무릎 꿇은 정의와 불평등에 울화가 터졌다. 이런 어이없는 일을 알고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내가 원망스럽기까지 했다.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정의 실현이 필요하다.

 

갑자기 궁금했다. 누구로부터 전해졌는가 파렴치한 짓들과 양심의 가책을 등진 채 살아가는 법을 누구에게 배웠는가? 슬프지만 이게 우리나라 현실이라는 것. 더 이상의 침묵은 없어야 한다.

 

작가 공지영씨는 말한다. 바탕 분노와 눈물로 끝내버리지 말고 진실을 끝까지 응시하라고. 중요한 것은 진실을 기억하는 것이고 그것이야말로 희망을 살려내는 가장 튼튼하고 근본적인 뿌리라고.

 

아이들을 안아주는 주인공들의 장면들을 보면서 나도 아이들을 너무도 안아주고 싶었다. 비겁한 자들로 인해 상처받은 아이들을 또다시 모르는 척 한다면 나는 애국심을 잃을 것이다.

 

(전주 기전대학 임상병리과 2학년)

 

/ 최수정 (전주 기전대학 방송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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