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의 DMZ'…오솔길따라 '가을 생명'이 숨쉰다
고창 아산면의 운곡습지로 가는 길은 가을정취가 물씬 풍겼다. 고인돌 박물관에서 고인돌 공원에 이르는 길 양 옆에는 코스모스가 탐방객들을 맞이하고, 누렇게 익은 황금들녘과 어느새 단풍이 들기 시작한 산등성이는 한 폭의 수채화를 연상케 한다. 특히 고인돌 공원 옆으로 좁다랗게 난 오솔길을 따라가는 운곡습지 탐방로는 호젓해 가을을 만끽하기에는 제격이다. 고인돌 유적지를 덤으로 보는 재미도 있어 가족과 함께 가을소풍 코스로 추천되고 있다. 운곡습지 주변에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고창 고인돌유적'과 대한불교조계종 제24교구 본사인'선운사'및'선운산도립공원 등 다양한 문화유적도 있다.
고창 운곡습지는 오베이골(五方谷의 전라도 방언) 일대에 있다. 일반인들에게는 고인돌 공원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오베이골'은 행정재(송암), 직업재(매산)등 다섯 갈래 길로 나뉘는데서 유래된 향명(鄕名)이다. 면적은 창녕 우포늪(8.54㎢)의 21% 규모인 1.797㎢에 달한다.
올해 람사르습지로 등록된 운곡습지는 산지형 저층습지로, 생물다양성이 풍부하고 생태적으로 우수한 자연환경이 보전된 지역으로 평가받고 있다. 환경부가 실시한 운곡습지에 대한 습지간이기능평가(RAM) 결과, 모든 항목에서 습지보전 가치의 판단기준점(2.4점) 보다 높은 점수(평균 2.5점)로 평가되어 보호가치가 뛰어난 습지(우포늪의 경우 2.49점)로 확인됐다. 습지간이기능평가(RAM, Rapid Assessment Method)는 미국의 대표적인 습지의 일반기능 평가기법으로 환경부 전국내륙습지 조사 시 활용되는 습지평가 기법이다.
과거 이 일대는 계단식 논 등으로 개간되어 경작이 이뤄지던 경작지였다. 생태학적 측면에서 보면 경작이 이뤄지던 산지형 저층습지 훼손지역의 전형이기도 했다.
그러나 1970년대 말 영광원전의 용수로 쓰기 위해 주변에 댐이 들어서 주민들이 이주하면서 새로운 생명이 잉태하기 시작했다. 주민 이주 후 30여년이 지나면서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아 전국에서 보기 드문 새로운 형태의 습지가 형성된 것이다. 자연의 놀라운 복원력에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원시형태로 복원된 상태라, 가급적이면 고창군에서 조성한 탐방로를 이용하는게 좋다. 자칫 탐방로를 이탈하면 습지에 발이 빠지거나 앞을 분간하기 힘들 정도의 빽빽한 숲으로 길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
비무장지대를 10년간 조사한 전북대 김창환 교수는"2009년부터 2년 동안 이곳 생태계를 조사한 결과, 남한의 DMZ라고 표현 할 만큼 다양한 식생이 분포하는 자연생태의 보고지역"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운곡습지에는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 동·식물 1급인 수달 등 6종의 법정보호 동·식물을 비롯해 식물상(459종), 포유류(11종), 조류(48종), 양서·파충류(9종) 등 총 549종 이상이 서식하고 있는 중서부 내륙지방의 생물다양성 보고로 평가되고 있다. 현재 운곡습지에 서식중인 법적보호종은 환경부 멸종위기 야생동·식물인 수달(1급)과 삵·말똥가리(2급), 그리고 문화재청 천연기념물인 붉은배새매(제 323-2호)와 황조롱이(제 323-8호), 산림청 보호식물인 낙지다리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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