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일보·따듯한한반도사랑의연탄나눔운동 캠페인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안도현 시인의 ‘너에게 묻는다’
1960년대 이후 서민들과 애환을 함께해 온 연탄.
사실 연탄은 우리 시대 빈곤과 소외의 아이콘이다.
하지만 ‘연탄’은 연료의 발달이라는 시대 변화에 맞서 끈질긴 생명력으로 각박해지는 세태에 대해 무언의 저항을 하면서 봉사와 나눔, 사랑과 따뜻함의 상징으로 부활하고 있다.
스스로 온 몸을 불태워 힘들고 어렵게 살아가는 소외계층들의 차갑고 긴 겨울을 녹여내는 연탄이 달동네와 산동네, 그리고 땔감이 없어 냉골에서 얼어가는 북녘 동포를 향해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때마침 안철수의 기부 신드롬이 초겨울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안철수는 최근 “전쟁의 폐허와 분단의 아픔을 딛고 유례없는 성장과 발전을 이룩해 온 우리 사회가 최근 큰 시련을 겪고 있다”고 진단하면서 자신의 연구소 지분 절반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선언했다. 또 “더 혜택 받은 입장에서 공동체를 위해 공헌하는 ‘노블리스 오블리주’가 필요할 때”라며 “공동체의 상생을 위해 작은 실천을 하는 것이야말로 지금 이 시점에 가장 절실하게 요구되는 덕목”이라고 했다. 앞서 10년 전 그는 자서전을 통해 “언젠가는 같이 없어질 동시대 사람들과 좀 더 의미 있고 건강한 가치를 지켜가면서 살아가다가 ‘별 너머의 먼지’로 돌아가는 것이 인간의 삶이라 생각한다”고 갈파했다.
국민들이 열광하는 안철수의 나눔이 민초들에게 큰 기쁨을 주면서도 조금은 부담스럽게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산의 절반을 뚝 자른 ‘통 큰 나눔’의 외형적 크기 때문이다. 상식을 뛰어넘는 그의 기부가 자칫 일반인들에게 ‘베풀고 나눌 때는 많이 내놓아야 한다’는 편견을 심어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배경이다.
그럼에도 사단법인 ‘따뜻한 한반도 사랑의 연탄 나눔 운동’의 활동을 살펴보면 민초들이 산비탈 단칸방에 사는 소외계층 세대에 날라주는 연탄 1장이 안철수의 기부와 견줘 결코 무게나 의미가 떨어지지 않음을 알 수 있다.
8년째 정부의 지원금 없이 순수하게 개인이나 학교, 단체, 기업의 후원을 받아 8년째 힘들게 겨울을 나는 겨레의 구들장을 덥히고 있는 ‘따뜻한 한반도 연탄 나눔 운동’.
연탄을 손에 들고 숨을 헐떡이며 차가 닿지 않는 산비탈 골목길을 올랐던 봉사활동 참여자들은 “불덩이처럼 뜨거운 무언가가 가슴 깊은 곳에서 솟구쳐 오르는 것을 느끼게 된다”고 입을 모은다.
나눔과 베풂이라는 봉사의 참 정신과 의미야말로 내어놓는 크기에 달려있지 않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성금을 기부하거나 자원봉사를 하는 행위는 누구를 위해서라기보다는 스스로 보람과 가치를 느끼는 행위다. 살다 보면 돈을 많이 가졌기 때문에 성금을 내는 것도 아니고 시간이 많기 때문에 자원봉사를 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성현들은 크고 작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선의로 행하며 공손하게, 신중하게, 정중하게, 자기가 직접, 남들이 어려울 때 그저 돕는다고 생각하고 베푸는 일이 베풂이라고 가르친다.
안철수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누구나 ‘공동체의 상생을 위한 작은 실천’을 할 수 있다.
겨울비가 내린다. 매번 혹독한 겨울을 나는 겨레의 구들장도 더욱 차갑게 식는다. 산동네 달동네, 그리고 북녘 땅에 한 장, 한 장 배달된 연탄이 타오르면 갈라진 한반도에도 훈풍이 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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