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그선 설계·제작 강창구 윙쉽중공업 대표
 
    
-‘하늘을 나는 배’ 위그선(WIG Craft)이 얼마전 군산에서 진수돼 관심을 모았습니다. 마무리 작업은 잘 돼 갑니까.
“지난 10월 중순 50인승급 1호선을 진수한 뒤 현재 각종 기기 점검과 이동 및 선회 등 해상테스트를 진행하고 있어요. 세계 최초인 만큼 신중하게 시험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한두달 내에 최종 인증을 획득할 예정입니다.”
위그선은 물 위를 빠른 속도로 치고 나가는 초고속 선박기술과 수면에서 뜬 상태로 이동하는 항공기술을 접목해 만든 첨단 선박이다. 배의 날개를 수면 가까이 있게 해, 날개 밑의 공기가 갇히는 표면효과를 일으킴으로써 양력이 커지는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수면 위 5m 이내에 뜬 상태로 최고 시속 550Km까지 달릴 수 있다. 선박이냐, 비행기냐 논란이 일었지만 유엔 산하 국제해사기구는 선박으로 규정했다.
-당초 계획들이 조금씩 늦어져 왔는데 내년 3월 군산~제주 노선 취항은 가능할까요.
“50인승급 위그선은 첫 상용화이기 때문에 변수들이 있을 수 있지만 예정 대로 취항할 겁니다. 조종사 3명과 여 승무원들도 뽑아놨습니다.”
-부산 목포 등 여러 곳이 있을 텐데 위그선 건조와 출항을 군산으로 택한 특별한 까닭이 있나요.
“위그선 건조 및 진수를 위해서는 생산현장이 반드시 바닷가에 위치해야 하는데, 군장산업단지는 그러한 입지에다 선박 항공 기계 소재 IT 등의 다양한 관련 산업 등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관련 교육기관이 많아 기술인력 확보도 원활한 편이고요. 전북도와 군산시의 적극적인 지원정책도 장점이었습니다.”
-세계 몇몇 국가에서 위그선을 만든 적은 있지만 상용화하는 데에는 실패했습니다. 이번에 성공하면 세계 첫 상용인데 노하우가 궁금합니다.
“위그선은 1960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 중반까지 러시아(옛 소련)에서 군사적 목적으로 개발해 실전에 배치된 사례가 있습니다. 그후 러시아 독일 미국 일본 중국 등이 상용화를 추진했지만 모두 8인승 급 이하 소형 위그선 개발에 그쳤지요. 중대형 위그선 상용화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기술역량 이외에도 자본력과 제도, 인프라, 자국 내 활용 가능성 등 다양한 여건이 성숙돼야 합니다. 이런 조건을 충족시키고 해결하는데 정부와 자치단체, 수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셨습니다. 때마침 석유값 급등 등으로 위그선이 절실히 필요한 때에 상용화할 수 있게 됐는데 정말 운이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국내 기술진의 능력은 뛰어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는데 윙쉽중공업은 어느 수준입니까.
“조선산업에서 한국은 세계 최고입니다. 튼튼한 조선산업이 위그선 기술확보의 기반이라고 할 수 있지요. 국내 위그선 연구개발은 1990년대 중반부터 한국해양연구원을 중심으로 진행해 왔는데 그동안 1인승, 4인승, 20인승 시험선 등의 개발에 성공한 바 있습니다. 우리 회사의 핵심인력은 해양연구원의 위그선실용화사업단 소속 연구원으로 구성돼 있는데, 위그선을 비롯한 초고속 선박 분야의 경험이 풍부하고 다양한 전공을 가진 세계적인 전문가 집단입니다. 현재 수십명으로 구성된 연구개발 및 설계 기술진은 위그선 분야에서 만큼은 세계 최대 조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유난히 위그선에 관심을 갖게 된 특별한 동기라도 있나요.
“한국해양연구원에서는 각종 초고속선에 대한 연구개발을 오랫동안 진행해 왔지요. 공기부양정, 수중익선, 위그선 등에 대한 연구에 참여했어요. 연구소장을 할 때 연구단지 30주년 기념 전시회에서 위그선이 전시됐는데 이때 참석한 강동석 항만청장(현 여수엑스포 조직위원장)께서 “위그선 하나만 상용화해도 출연연구소의 책무를 다 한다”고 하셨는데 그 말씀이 위그선에 전념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강 위원장께서는 내년 5월 여수엑스포 개막식에 맞춰 여수∼제주간 위그선을 띄워달라고 주문하셨습니다.”
-처음 시도되는 사업이라 관련 규정 또는 기관의 경직된 태도 등 어려움이 많았을 텐데요.
“불과 2년 전만 해도 관련 규정이나 제도가 전혀 마련돼 있지 않았고 위그선에 대한 부정적 견해가 관련 기관에 널리 퍼져 있어 많은 고생을 했습니다. 수백 번의 프리젠테이션과 설득을 해야 했습니다. 이제는 법 제도가 마련되고 인식도 달라져 긍정적인 분위기가 지배적입니다.”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습니까.
“관련 제도 등이 지연되고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어려웠습니다. 생산기지 건설과 설비투자, 원자재 등에 막대한 자금이 소요됩니다.”
-총 투자액은 얼마나 됐나요.
“개발비용에만 100억 원이 넘게 들었고 부대비용까지 합하면 200억 가까이 될 겁니다. 대우해양조선, 한화금융, 개인투자자들이 도왔지요.”
-위그선은 ‘바다의 KTX’로 불립니다. 대중성이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보이는데 전망은 어떻습니까.
“고속철도가 탄생된 이후 결국 대중화의 길로 간 것처럼 초고속 위그선도 해상교통의 중추 수단으로서 대중화가 이루어질 것으로 확신합니다. 최근에 제주도가 세계7대 자연경관으로 선정돼 관광객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공항은 포화상태입니다. 제주도가 실시한 용역에서도 나타난 것처럼 위그선이 좋은 대안이 될 것입니다.”
-군산~제주간 비행기 요금이 왕복 16만6000원, 소요시간이 50분 정도인데 위그선은 1시간 50분이 걸리고 요금도 비행기 요금에 맞춰질 것이라고 들었습니다. 경쟁이 될까요.
“위그선은 항공기와는 달리 단순한 이동수단으로만 기능하지 않을 것입니다. 승객에게 새로운 해양문화를 체험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위그선 여행 자체가 관광이 되는 그런 고품격 여행상품으로 개발될 예정입니다. 단순히 속도와 요금으로 항공기와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차별화된 여행문화로 승부할 계획입니다.”
-호기심 삼아 한번씩은 타 보겠지만 지속성이 문제 아닌가요.
“해안도시 간 접근성, 멀미 없고 안전하며 쾌적한 승선감은 잊을 수 없는 매력으로 다가올 것입니다.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프리미엄급 서비스와 새로운 해양문화의 체험은 지속적인 수요를 창출할 것으로 자신합니다.”
-파도가 높은 해역에서는 이·착수가 어려워지고 운항률이 낮아져 결국 경제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파도는 먼 바다에서 높게 일지만 해안 가까이에서는 낮은 특성을 보여요. 50인승급 위그선의 이·착수 유의 파고는 2.5m이며, 위그선이 뜨지 못할 정도의 해상상태는 소수에 불과합니다. 일반 여객선은 파랑주의보나 폭풍주의보에서는 출항하지 못하지만 위그선은 순항 중에 파도의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 이·착수 지점 상태만 허용범위에 들어오면 입출항이 가능합니다. 군산∼제주 항로는 연간 운항률이 90% 이상이 될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위그선은 안전성이 뛰어나다고 합니다만 안전성 인증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250년 역사를 자랑하는 영국 로이드 선급과 계약을 맺고 설계단계부터 조립 및 시운전에 이르기까지 안전성 인증을 받고 있어요. 고성능 레이더와 자동식별장비, 야간운항이나 안개에 대비한 적외선 감시장비 등 첨단장비가 갖춰져 있어 운항 중 10~20km 전방에서도 물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항공기보다도 안전한 특성을 갖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안전성 확보에는 문제가 없어요.”
-내년 여수엑스포가 개막되는 시점에 여수~제주간 운항이 예정돼 있는데 향후 구체적인 운항계획을 들어볼까요.
“내년 하반기까지 군산∼제주, 여수∼제주, 군산∼홍도, 인천∼백령도, 인천∼군산, 인천∼제주 등 6개 연안항로 취항 면허를 획득할 예정입니다. 50인승급 15척이 투입되고 2013년 이후에는 150인승급 이상 여객위그선과 적재량 20톤급 화물위그선을 투입해서 국내 주요 항만과 중국 일본의 해안도시를 연계하는 동북아 초고속 해상 네트워크를 구축할 계획입니다. 12개 항로에 약 24척이 투입될 겁니다.”
-해외 선사(船社)들의 위그선 건조 요청도 있습니까.
“해운 강국인 그리스를 비롯한 유럽과 미국 동남아시아 중국 등과 위그선 도입 협의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향후 세계 시장 규모가 1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있습니다. 이런 수요를 충족시키려면 인프라 확충이 관건일 텐데 어떻게 구상하고 있나요.
“현재 군산자유무역지역에 1, 2공장이 들어서 있고, 비응도 위그선협동화단지에 3, 4공장이 올해 안에 완공될 예정입니다. 이들 4개 공장이 연간 20여척의 생산능력을 갖추게 돼 중단기 수요에 대처하고, 장기적으로는 새만금 산업단지 내에 대규모 생산기지를 조성해 연간 1조원 이상의 생산능력을 갖출 계획입니다.”
-위그선이 섬과 섬을 오가는 유력한 교통수단이 될 것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고군산군도, 새만금지역 관광을 연계하는 성장동력으로 키워야 하지 않겠는가 생각을 갖게 됩니다만.
“맞습니다. 위그선은 기존 고속선보다 3배 이상 빠른 초고속 녹색 해상교통수단입니다. 섬과 섬 뿐만 아니라 중국 등과 연결하면 고군산군도∼새만금 관광 등을 활용한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키울 수 있을 것입니다. 또 세계적인 위그선 클러스터를 구축해 지역 내에서 위그선 부품·소재 조달 및 완제품 조립 공정도 동시에 해결해 나가야 하고요. 그럴려면 기업 간 협조와 투자, 자치단체의 선도적인 역할이 중요합니다. 제주도 등 다른 자치단체에서는 위그선 활용에 대한 용역을 마치고 실행단계에 있어요.”
-맞춤형 제작, 부정기 운항 등 전략적 접근도 필요하지 않을까요.
“150인승, 350인승 여객선은 물론 40톤 적재 화물용 위그선, 날으는 요트(Flying Yacht), 군용 위그선 등 향후 다양한 수요가 이미 나와 있습니다. 단계적으로 진행시킬 예정입니다.”
-정부나 자치단체 차원에서 지원해야 할 분야도 많을 법 한데 당장 시급한 현안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전용부두와 접안시설, 터미널 등 인프라 확충입니다. 위그선 전용부두가 국내 주요 항만에 설치될 수 있도록 전국항만기본계획에 반영돼야 합니다. 또 하나는 위그선 선박금융에 대한 지원입니다. 해상여객선사 또는 선주가 일반 선박처럼 선박금융을 활용해 위그선 구입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제도화해야 합니다. 정부와 자치단체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국책연구기관에서 30여년간 연구원 생활을 하다 이제 막 창업의 길로 뛰어들어 성공여부를 시험받고 있습니다. 어떤 심정입니까.
“새로운 길은 항상 두렵고도 설레이는 길입니다. 처음에는 보이지 않던 길도 보고 또 보면 뚜렷이 보이고, 여러 사람이 믿음을 갖고 보면 새로운 길이 열립니다. 연구개발 및 상용화는 끊임 없는 새길 찾기라고 생각합니다. 위그선 상용화는 모든 신기술이 넘어야 하는 깊고도 넓은 데쓰 밸리(죽음의 계곡)를 건너 세계 최초로 신산업을 창출하는 사업입니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성공시켜야 한다는 생각뿐이지요.”
-소망이 있다면.
“중형뿐만 아니라 대형 위그선을 개발, 상용화하는 것이 소망입니다. 그래서 많은 일자리도 만들고 산업 선진화에 일조하면서 후배들에게도 힘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럴려면 최고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끊임 없이 신기술을 개발하고 투자를 확대해야겠지요. 전북 출신으로서 전북에 기여하는 기업을 만들고 또 전북의 사랑을 받는 기업으로 키워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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