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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순례길

우리나라에 걷기 열풍을 몰고 온 제주 올레길의 모델은 스페인의 카미노 데 산티아고(Camino De Santiago)다. 서명숙씨(제주 올레 이사장)가 다니던 언론사를 때려치고 2006년 800㎞ 전구간을 36일에 걸쳐 걷고 난후, 이것을 자신의 고향인 제주도에 적용시킨 것이다.

 

여기서 카미노는 스페인어로 길이란 뜻이다. 즉 카미노 데 산티아고는 ‘산티아고 가는 길’이다. 그런데 산티아고는 왜 가는 것일까? 바로 성 야곱이 잠들어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야곱은 구약성서 창세기에 등장하는 인물로 이스라엘 민족의 조상이다. 그래서 기독교인들은 중세시대부터 꾸준히 이 길을 걸었다. 말하자면 걷기의 원조인 셈이다. 기독교 3대 성지 중 한 곳이지만 지금 이곳을 찾는 사람의 과반수는 레포츠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산티아고 못지 않는 종교 순례길이 생겼다. 그것도 한 종교가 아닌 천주교 기독교 불교 원불교 등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4대 종단이 화합과 일치의 마음으로 만든 길이다. ‘아름다운 순례길’로 명명된 이 길은 전주 완주 익산 김제 지역의 종교성지와 역사유적을 한데 묶었다. 한국순례문화연구원과 4대 종단이 2009년 10월 ‘이야기기 있는 아름다운 길’을 잇자며 시작한 것이다. 한옥마을- 송광사- 천호- 나바위- 미륵사지- 초남이- 금산사- 금산교회- 원평교당- 수류성당을 잇는 육백리(240㎞) 길이다.

 

이곳은 1854년 한국인 첫 사제인 김대건 신부가 머문 나바위 성지(익산시 망성면), 1866년 병인박해때 10여 명의 순교자가 묻힌 천호성지(완주군 비봉면), 불교문화의 정수인 익산 미륵사지, 1893년 호남 최초로 설립된 전주 서문교회와 동양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전동성당 등이 연결돼 있다.

 

또 최근에는 이 길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하는 작업도 진행되고 있다. 더불어 전북도는 2014년 천주교 세계순례대회를 이곳에 유치하기 위해 팔을 걷어 부쳤다. 지난 10월 ‘아름다운 순례길 세계문화유산 등재 추진을 위한 세미나’에 참석한 오스발도 파딜랴 주한 교황청대사도 힘을 실어줬다. 이 대회가 유치돼 교황이 직접 이곳을 찾게되면 홍보와 관광은 그야말로 대박이 날 것이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4대 종교가 함께하는‘아름다운 순례길’이 산티아고 못지 않은 세계적인 순례길로 발돋움했으면 싶다.

 

/조상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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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진 chosj@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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