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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판본'의 가치

 

조선시대, 전주는 출판문화의 중심이었다. 전라감영과 민간의 출판 활동이 활발했던 덕분이다. 그것을 증명하는 유산이 다행히도 우리에게 남아 있다.'완판본'이라 이름지어진 목판본이다. '완판본'은 전라감영과 전주를 중심으로 민간에서 제작되었던 책의 목판본을 통칭한다. 현재 남아 있는 판본은 5천59장. 전라감영의 인쇄목판본으로, 후에 전주향교로 옮겨져 장판각에 보관되었던 것들이다. 원래는 9천500개의 목판이 있었으나 많은 양이 훼손되거나 없어졌다. 그나마 '완판본'은 조선시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제작한 인쇄 목판본으로 유일하다. 규장각에 경상감영본 일부가 보관되어있지만 출처가 분명치 않다. 때문에'완판본'은 전주지역의 역사문화적 전통을 상징하는 유산이기도 하지만, 조선시대 감영의 출판문화를 대변하는 자료로서도 의미가 크다. 특히 지금 남아 있는 목판으로 찍은 책들은 국립중앙박물관과 규장각, 대학박물관 등에 소장되어 있다. 그만큼 문화재적 가치가 충분하다는 증거다. 근래들어 도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는 완판본을 국가문화재로 승격시켜야 한다는 여론이 부쩍 높아지고 있다. … 사실 완판본을 국가문화재로 지정해야 한다는 주장은 이미 오래전부터 있었다. 지난 2005년, 유홍준 문화재청장은 전북대박물관 수장고에 보관되어 있던 완판본을 보고 "조선시대 감영에서 만들어진 책이 전주와 대구에 있었으나 현재 대구 판본이 남아있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완판본은 국가문화재로서의 가치가 충분하다"며 국가문화재 지정 추진 의지를 밝혔었다. 그러나 당장 본격화될 것 같았던 국가문화재 지정 추진작업은 흐지부지 되고 '완판본'은 도문화재로 지정됐다. 후에 국가문화재로 승격시키려는 계획이 있었다고 하지만 여러 해가 지난 지금, 국가문화재 승격 추진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 지난달 전주한옥마을의 완판본문화관에서는 '완판본과 전주의 기록문화'를 주제로 한 학술대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연구자들은 완판본의 국가문화재 승격 당위성을 다시 부각시켰다. … 전주와 비슷한 문화권을 갖고 있는 경북 안동의 국학진흥원은 한국의 다양한 전통문화유산을 축적해가고 있다. 여기서 벌이는 사업 중의 하나가 목판본 수집이다. 지금까지 7만여장을 수집했고, 10만장이 되면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할 계획이란다. 조선시대의 유일한 감영 목판본을 5천여점이나 갖고서도 그 가치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전북도나 전주시는 이웃 동네의 이 작업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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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desk@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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