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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성소부부고 - 허균, 400년전 전라감영 전통연희 묘사

바다귀신춤 학춤 각종 악기 등장

조선 중기의 문신이었던 허균의 문집 '성소부부고'는 8권 1책으로 필사본이다. 작성연대는 정확하지 않지만 만력 계축에 쓴 이정기의 서문으로 미루어 보면 1613년(광해군 5) 봄이나 그 전해에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허균의 일생 중에서 가장 불우했던 시기에서 탄생된 이 책은 저자가 초야에 칩거하면서 그동안 저술한 시와 산문들을 모아 시부·부부·문부·설부 등 4부로 나누어 정리한 초고이다.

 

성소부부고의 구성은 네 가지로 나누어 수록하여 일반 문집의 편찬 체재와 다르다. 그러나 각 부의 배열을 보면 부부와 문부의 내용은 일반집의 체재와 거의 비슷하다. 이 가운데 풍악기행 47편, 궁사 100편, 열악 8편 등은 음악문화를 알 수 있는 수작으로 그 시대에 널리 회자되었을 뿐 아니라 오늘날에서 민속학을 연구하는데 길라잡이가 되어주고 있다.

 

성소부부고 가운데 1600년대 전북에서 연희되었던 민속문화를 볼 수 있는 자료가 등장한다. 권 18 문부 조관기행에는 전라감영의 새로운 감사 부임시의 연희 공연이 나오기 때문이다. 1601년 허균의 큰 형 허성이 전라도 관찰사가 되었는데, 이 때 허균(1569-1618)은 큰 형의 가족을 데리고 전주로 내려왔다. 허균은 9월 7일 전주에서 자기들을 맞이하는 놀이패의 연희를 보고 기록을 남겼다.

 

'삼례에서 점심을 먹고 전주로 들어가는데, 판관이 기악과 잡희로 반마장이나 나와 맞이했다. 북소리, 피리소리로 천지가 시끄럽고, 천오, 상학, 쌍간, 회환, 대면, 귀검 등 온갖 춤으로 길을 메우니, 구경하는 사람들이 성곽에 넘쳐났다.'

 

이 기록을 살펴보면 바다귀신춤을 비롯해 학춤, 줄타기, 솟대타기, 방물받기, 가면희, 귀신가면이 나오며 각종 악기가 이를 반주하는 모습이다. 그러므로 전라감사의 부임이나 손님 접대 등 지방관아의 여러 행사에서 성대한 연희가 공연되었음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문헌이다. 이는 감사의 부임이나 손님 접대 등 지방 관아의 여러 행사에서 성대한 연희가 공연되었음을 제시해 준다.

 

특히 이 기록은 전라감영에 대한 전통음악과 춤에 대한 기록이 빈약한 현실에서 동시대 문화를 구체적으로 상술함으로써 전라감영의 전통연희의 풍성한 모습을 표현해준다. 이는 중앙과 지방문화의 소통을 제시해줌과 이른바 궁중과 같은 특정지역에서 연행되었던 전통연희가 지방으로 파급되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성소부부고에 나타나는 전라관찰사에 대한 연희행사는 지방관아에서 펼쳐졌던 대규모의 연희를 상세하게 전해주고 있으며, 지방관아에서 경제력을 밑바탕으로 해 공연물에 대한 수요가 분명하게 있었음을 증명한 것이다.

 

지금부터 400여전에 펼쳐졌던 연희 모습은 시공을 초월해 지금까지도 우리음악과 춤을 풍성하게 해준다. /전북도문화재전문위원·한별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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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용 kimwy@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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