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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신경숙을 만나다 - "고향의 향수가 내 작품의 자양분"

'엄마를 부탁해'엄마와 밤기차 타고 서울로 올라오면서 구상 / 잊고 지낸 엄마의 존재감 다시 느낀 독자들 많아 / 작품속 '나'는 이 세상 엄마들에게 드리는 유일한 헌사

▲ 전북이 낳은 작가 신경숙
소설가 신경숙은 굳이 설명이 필요치 않는 이시대 대표 작가며, 세계로 통하는 스타작가다. 소설 '엄마를 부탁해'단권으로 판매부수 200만부 판매 기록을 세웠으며. 그의 책은 미국·영국·프랑스·스페인·이탈리아 등 20개국에서 출판됐고, 다른 나라와도 계속 출판계약이 이어지고 있다. 이 책으로 한국 작가로는 처음으로 아시아 권위의 '맨 아시아 문학상'까지 받았다.

 

 전북이 낳은 작가 신경숙씨가 전북인에게도 자랑이지만, 그 또한 고향에 대한 애정이 각별했다. 그의 작품은 고향이 탯줄이라고 서슴없이 말한다. 태어난 집(정읍 과교동)에 지금도 부모님이 살고 계시며, "가족들은 내 뿌리나 다름없는 존재들이다. 그들이 살아가는 모습 자체가 나에겐 힘이다"고 했다.

 

 본보 창간 62주년을 맞아 작가 신경숙씨를 서면 인터뷰했다.

 

-연락이 어렵던 데, 아주 바쁘신 것 같습니다. 요즘 어떻게 지내십니까.

 

△3월에 홍콩에서 맨 아시아 문학상을 받았습니다. 그 일로 홍콩에 두 번 더 다녀왔고, 미국에서 페이퍼백이 출간돼서 다녀왔고요. 독자들과 200만부 돌파 기념 낭독회·사인회 등을 함께 하기도 했습니다. 6월엔 슬로베니아, 8월엔 스코틀랜드의 에든버러에도 다녀올 예정입니다. 국제 문학페스티벌과 관련된 일들이 좀 잦은 편인데 조정하려고 합니다.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은 다음 작품을 쓰는 시간을 갖는 것이니까~.

 

-'엄마를 부탁해'가 200만부를 돌파했는데, 어떤 매력 때문으로 보는지.

 

△소설 속에 등장하는 '박소녀'라는 엄마를 통해서 읽는 사람들이 자기 자신의 엄마를 생각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소설은 '엄마를 잃어버린지 일주일째다'는 문장으로 시작되지만, 독자로서는 소설을 읽어나가는 동안 자기 자신의 엄마의 존재감이 마음속으로 살아돌아오는 심리적인 경험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작품을 쓴 나보다 읽은 사람들이 더 할 말이 많았던 작품이었습니다.

 

엄마와 사이가 좋지 않았던 사람들의 반응이 더 많았고, 어떤 남성 독자는 책을 읽고 갑자기 시골의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서 사랑한다고 했더니 아들에게 그런 말을 처음 듣는 어머니가 '왜 그러느냐고 무슨 일 있냐?' 고 되레 걱정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웃었던 일이 기억에 남습니다. 소설 속에서처럼 잃어버린 건 아니지만 너무나 가까이 있기에 잊고 지내는 엄마의 존재감을 다시 느꼈다는 독자들이 많았습니다.

 

-미국·영국 등 세계 각국에서 책이 출판됐는데, 그곳 독자들이 한국적인 정서에 얼마만큼 공감하는지.

 

△특이 하게도 소설 속에 등장하는 '박소녀' 라는 한국 엄마를 통해서 자기 자신의 엄마를 생각하는 것은 아메리카나 유럽이나 비슷했습니다. 책에 대한 반응이 한국과 너무 비슷해서 내가 놀랄 지경이었죠. 나라에 따라 문화와 일상, 경험의 차이가 있지만 '엄마' 라는 말이 지니고 있는 상징성이나 보편성은 국경이 따로 있는게 아닌 모양입니다.

 

미국과 영국에서 하드커버 다음으로 페이퍼백이 나왔습니다(미국의 출판 관행상 페이퍼백(종이 커버)은 양장본의 반응이 좋을 때 내놓는 것으로, 책 가격을 낮추기 위해서란다). LA에서 낭독회가 있었을 때 허리우드 영화제작자가 찾아와서 미팅을 갖기도 했습니다.

 

국내에서는 영화제의가 많이 있었으나 아직 보류중입니다. LA에 머무는 동안 그 제작자와 두 번 만나서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는데 이해가 깊어서 호감이 갔습니다. 그러나 영화 일은 혼자하는 게 아니라 종합적인 일이어서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시간이 더 필요합니다.

 

-소설의 모티브를 어디서 찾았나요.

 

△열여섯 살 때 정읍에서 서울로 떠나왔는데 그때 나는 작가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나의 어머니와 함께 밤기차를 타고 서울로 오던 밤에 맞은편에 앉아있는 나의 어머니를 보면서 언젠가 내가 작가가 되면 나의 어머니에게 바치는 아름다운 책을 한권 써봐야겠다고 나 자신과 약속했었고, 그 약속이 이 작품의 씨앗이었습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엄마' 라는 존재의 인생이 아름다움으로 이루어진 게 아니라 오히려 고통과 슬픔으로 이루어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엄마에게 바치는 아름다운 책 대신에 엄마를 인간적으로 접근해서 '엄마도 엄마가 필요한 존재' 라는 주제로 작품을 쓰게 되었습니다. 이 소설에서는 어느날 갑자기 엄마를 잃어버린 가족들이 딸, 아들, 아버지, 엄마...이렇게 차례차례 등장해서 자기 자신과 엄마와의 관계에 대해서 고백 투로 이야기하죠. 딸과 아들 아버지는 모두 '너' '그' '당신' 이라고 지칭되지만, '나는' 이라는 일인칭으로 이야기하는 사람은 엄마뿐입니다. 한 여자가 '엄마' 가 되는 순간 '나' 로 살기 보다는 '나'를 모두 나누어서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사는 게 '엄마의 삶' 으로 보았습니다. 그래서 이 작품 안에서는 엄마에게만 '나는' 이라는 일인칭을 사용하게 했습니다. 그것이 작가로서 내가 이 세상의 엄마들에게 드리는 유일한 헌사였습니다.

 

 

-다른 작품들도 많은 데, '엄마를 부탁해'에만 관심이 쏠리는 것에 불만(?)은 없습니까. 자신의 작품들중 가장 공을 들이거나, 애정이 가는 작품을 꼽으라면.

 

△나는 85년에 등단했고 지금까지 일곱권의 단편소설집과 일곱권의 장편소설을 출간했습니다.

 

93년에 출간된 '풍금이 있던 자리' 때부터 나와 함께 세월을 지내온 독자들과 함께 해온 작가생활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엄마를 부탁해가 특별히 더 큰 관심을 받았지만 다른 작품들도 독자들과 함께 해왔습니다. 특별히 애정이 가는 작품이 왜 없겠습니까마, 그 작품을 밝혀서 다른 작품들과 차등을 두고 싶진 않습니다. 지금까지 쓴 작품보다 앞으로 쓰게 될 작품으로 얘기되는 현재형의 작가로 남고 싶습니다.

 

-어려서 고향을 떠났는데, 고향에 대해 갖고 있는 추억, 특히 고향이 작품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

 

△까뮈가 한 말 중에 한 인간의 감수성은 열네 살 이전에 보고 느낀 것들로 결정된다고 했습니다. 공감합니다. 나는 열여섯까지 정읍에서 성장했고 그때 보고 느꼈던 것들이 내 작품 속에서 크게 작용했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쓰는 문장마다 그때 보았던 자연, 그때 느꼈던 사람들의 숨결이 스며있다고 느끼니까요. 내가 이토록 서로를 단절시키는 현대문명속에서도 자연을 느끼는 힘이나 인간에 대해서 비탄보다는 신뢰와 사랑을 가지려고 애쓰는 힘도 정읍에서 성장했던 덕이라고 생각합니다.

 

-작가 지망생들에게 한 말씀 해주신다면.

 

△쓰기 보다는 먼저 읽으라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작품을 쓰기 시작하면 중간에서 그만두지 말고 꼭 완성시키는 습관을 가지라고도 말하고 싶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과 사회에 대한 관심입니다.

 

-현재 집필중인 작품이나 구상중인 작품은.

 

△어느날 갑자기 앞을 못보게 된 사람의 이야기를 쓰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눈으로 보는 세상이 전부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싶습니다. 하지만 언제쯤 써질지는 알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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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용 kimwy@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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