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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 짓'을 허하라

임주아 우석대신문 편집장

 

드디어 졸업을 한다 생각하니 오래입고 있던 갑옷을 내려놓는 것 같다. 졸업이 뭐 길래 이토록 숨차게 달려왔을까. 대학 입학 전, 세 번의 졸업식을 치르는 동안 우리는 무엇을 꿈꾸었을까. 졸업앨범만 의무의 증거처럼 고이 꽂혀있을 뿐, 시간은 말이 없다.

 

돌아갈 수 있을 것만 같은 시간들이 과거가 되어가는 것을 묵묵히 지켜보는 일. 과거를 생각하면 힘이 든다. 무언가 사라지고 있다는 기분이 든다. 이것은 생각이 아니라 노동이라는데 확신한다. 딴딴하게 굳어 도무지 입을 열 마음 없는 벽이 앞에 있다. 그 벽에 무쇠숟가락 하나 들고 동굴을 파보겠다는 심정이다. 하지만 아무리 파고 파내도 끝은 없다. 끝끝내 그것들은 말이 없다.

 

먼저 졸업한 친구들은 공모전이나 인턴십, 기업체 서포터즈 활동 같은 대학생만이 누릴 수 있는 것을 많이 겪어보지 못한 게 후회된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별 생각이 없다. 경험마저 흥정의 대상이 되는 것이 못마땅할뿐더러 너무 많은 감정과 에너지를 쏟아 붓길 강요당하는 분위기에 거부감이 드는 까닭이다. 또, 같은 바이러스에 걸린 환자들처럼 여기 갔다 저기 갔다 위로받으러 원정 가는 걸 보면 단체로 기념품이라도 얻어오려고 그러나 싶다. 그러거나 말거나 똥구멍에 힘을 불끈 주고 끙끙대며 걸어온 4년은 무심하기만 한데 말이다.

 

개성을 찾고 창의력을 키우라면서도 '딴 짓'을 환영하지 않는 세상에 속아온 우리가 아니던가.

 

얼마 전 한 대학신문에서 '쓸데없는 일의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한 인터뷰 기사가 있어 유심히 봤다. 평생 영화광으로 산 덕분에 글도 쓰고 진짜 영화에 출연하게 됐다는 한 시인, 성(性)에 관심이 많아 어렵게 포르노잡지를 구하며 읽었는데 그 때 쌓은 지식 덕분에 최초로 성적담론을 이야기 할 수 있었다는 한 국문과 교수, 유학시절 닥치는 대로 아르바이트를 할 때 쌓은 경험으로 사람 대하는 방법을 배웠다는 정치인, 대학 축제 때 떡볶이를 팔아 100만원에 가까운 흑자를 낸 일을 기억으로 그때 마음을 평생 교훈으로 삼는다는 출판 사업가까지. 그들의 과거는 참으로 쓸데가 없다.

 

대학생은 묻는다. 과거를 묵묵히 과거로 받아들이면 되는 것인가. 도도하게 내 갈 길만 가면 되는 것인가. 아니면 이것저것 다 해보면 되는 것인가. 이 물음에 답해줄 수 있는 사람은 과연 있는가.

 

하지만 '인생은 삼천포에 있다'는 것을 조급해하지 않는 사람이 진짜 대학생(大學生)이 아닐까 싶다. 겪지 않고서는 모두 하찮은 말로 듣는 싸가지 없는 우리지만, 그마저도 모두 버릴 것 없는 삼천포다. 그러므로 여러분, 모두 딴 짓을 허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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