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 모두 드러나 시원함이 강점 / 다양한 디자인·기능성 선보여 / 장마철엔 고무로 된 재질 좋아
바야흐로 여름 성수기를 기다리는 지금, 날이 더울 때나 비가 올 때나 꼭 필요한 아이템이 있다. 여름 패션에 어김없이 등장하면서도 어른들에게는 '버릇없는 신발'로 치부되는 플립플랍(filp-flop)이다.
유별난 고등학교 동창 중 하나는 평생 플립플랍을 신어본 적도, 사 본적도 없다고 했다. 이유를 물었더니 "일본의 잔재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여기에 "신발의 생김새 상 걸음걸이가 망가지고 발이 피곤하기 때문"이라는 이유도 있었지만 일본의 문화를 따라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실제로 그 당시 많은 사람들이 '플립플랍'이라는 말 대신 '조리' 혹은 '쪼리'라는 이름으로 신발을 불렀고 물론, 지금도 '플립플랍'과 '조리'는 같은 뜻으로 사용되고 있다.
플립플랍과 조리는 끈으로만 연결된 슬리퍼 형의 신발을 지칭한다. 평평한 바닥 위에 엄지와 두 번째 발가락 사이를 나누는 끈이 발등을 지나 바닥 중간쯤 연결된 모양이다. 발이 모두 드러나기 때문에 시원함이 가장 장점이고 요즘 만들어지는 고무로 된 재질은 비오는 날 편히 신을 수 있어 좋다. 그렇다면 같은 모양이면서도 다른 이름으로 불리는 이 둘의 차이는 뭘까.
조리(조우리: ぞうり)는 볏짚 등으로 만든 납작하고 끈으로 묶인 일본의 샌들 형태를 말한다. 과거 중국북부나 한반도 등에서 유래된 것으로 발등을 싸는 신발, 즉 구두와 같은 계보의 신발이 일본으로 전파됐다. 의례용 신발로써 궁중이나 사원, 신사 등에서 사용되었던 이 구두 계보의 신발은 일본의 풍토와 신발을 벗고 생활하는 관습 속에서 개량돼 새로운 '와라지'라는 신발이 됐는데 이 형태가 더 개량된 것이 바로 조리인 것. 과거 일본의 지배를 받았고 지리상으로도 우리나라와 가깝다 보니 '조리'라는 이름이 익숙한 것은 당연한 것일지 모른다.
분명 같은 모양인데 다른 이름인 '플립플랍'은 그 어원이 재미있다. 걸을 때 퍼덕퍼덕 나는 소리에서 유래한 이름. 세계 2차대전 당시 뉴질랜드와 미국에서 처음 등장했다는 설과 1920년대 남태평양에서 해변 모래사장용으로 신기 시작했다는 설이 있다. 이후 1950년대 들어 플라스틱으로 만든 제품이 개발돼 현재의 모습까지 갖게 된 것이다. 서양에서 플립플랍을 처음 만들어 냈다고 하는 뉴질랜드에서는 이 신발을 'Jandals'라고 칭하는데 이들 스스로도 '아시아에서 유래했지만 우리나라가 개발했다'고 하고 있으니 결국은 같은 신발이 아닐까. 사실 플립플랍이나 조리는 인디아와 파키스탄에서는 하와이 채펄(Hawaii chappal)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통(thongs), 북아프리카에서는 슬립슬랍(slip-slops)이란 이름을 갖고 있다.
플립플랍의 기원이라 할 수 있는 일본에서는 비록 구두계보의 신발이었지만 지금은 모든 나라가 해변용이나 격식 차리지 않고 신는 신발로 이미지를 굳혔다. 대신 소리가 나지 않게 발뒤꿈치를 잡아주는 끈이 있거나 굽이 있는 디자인 변화와 살을 빼주거나 걸음걸이를 교정해 주는 기능적인 변화가 계속되고 있다. 그래도 여전히 '버릇없는 신발'인 것은 마찬가지. 계속해서 디자인에 변화를 주고 여름철 에너지 소모를 줄이기 위해 반팔 셔츠와 반바지를 입는 요즘, 조만간 플립플랍을 신고 회사 출근이 가능한 시대가 올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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