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1-04 15:45 (Tue)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기획 chevron_right 화요 인터뷰
일반기사

(주)샤뽀 조현종 ·셜리천 부부 "전주모자박물관, 패션문화콘텐츠 메카로 만들 터"

대담 = 김재호 선임기자 - 모자는 패션 포인트 아이템…국·내외 40여개 매장 운영…中·美시장 진출 목표

▲ 셜리천·조현종 부부가"모자는 자신의 이미지를 바꾸고, 또 멋있고 아름답게 메이킹 하는데 굉장히 좋은 아이템"이라고 말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추성수기자 chss78@

패션 소품인 모자는 참 친근한 물건이다. 비가 올 때 머리를 받쳐주니 우산과 같고, 따가운 햇빛을 차단해 줄 때는 양산 같은 존재다. 모자를 쓴 사람은 멋과 품위가 있어 보이고, 더하여 자존감까지 풍겨나니 단순한 장식용품 이상의 물건, 그러니까 모자는 패션 소품이 아니라 패션의 완결자인 셈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모자는 소중한 위치에 있었다. 영국 여왕은 지금도 멋지고 우아해 보이는 패션 모자를 쓰고 나타나 대중의 존경과 사랑을 받는다. 우리나라에서도 예로부터 왕과 문무백관들이 금관, 제관 등 모자를 썼고, 조선시대 양반들은 말총갓을 쓰고 외출했다. 서민들도 패랭이를 쓰는 등 우리 조상들은 계절과 장소, 신분, 남녀 등에 따라 다양한 모자를 썼다.

 

조선 말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인들의 기록에도 모자에 대한 언급이 있다. 프랑스 민속학자 샤를르 바라는 "조선은 모자 왕국이다. 너무도 다양하고 여러 용도를 가진 조선의 모자 패션은 파리인들도 꼭 알아둘 필요가 있다"며 관심을 보였다.

 

모자 전문기업 (주)샤뽀가 2년 전 전주 한옥마을에 세운 모자박물관 루이엘햇컬처센터(luielle hat culture center)는 인류의 모자 역사를 한 눈에 보여주는 뜻 깊은 문화공간이다. 굳이 덧붙이자면 아시아에서 유일한 모자박물관이라니, 더욱 소중해 보인다.

 

루이엘햇컬쳐센터를 설립, 고향의 문화공간을 살찌우고 있는 모자 전문 디자이너 천순임(48·셜리천, shirly chun)-조현종 부부를 지난 6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루이엘 삼청점에서 만나 모자와 문화, 그리고 한옥마을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이날 매장에서는 일본에서 온 여성 바이어 2명이 상담하고 있었다.

 

-날씨가 쌀쌀해졌습니다. 날씨와 모자는 어떤 관련성이 있습니까.

 

"겨울이 되면 건강을 위해서 모자를 많이 씁니다. 모자를 쓰면 몸의 체온이 3∼6도 가량 올라간다는 걸 아시죠? 그런데 아무 모자나 아무렇게 쓰면 계절을 선도하는 멋쟁이가 되지 못합니다. 이왕 쓰시는 거 멋지게 연출해 보세요. 보온성과 패션성을 높일 수 있는 겨울철 최고의 아이템입니다. 어두운 코트에 모자를 산뜻하게 매치해 주신다면 패션리더로서 자리잡을 수 있죠. 모자는 패션의 포인트 아이템으로, 특히 겨울에 활용하기 적합합니다."

 

-모자 디자이너가 되기 전에도 모자를 애용하는 편이었나요.

 

"자주 애용하지 않았어요. 프랑스 레지스탕스에 관한 영화 '파비안느'를 본 뒤 베레를 좋아하게 돼 파리에서는 줄곧 베레만 썼죠. 제 디자인 중 기본 베레 이름이 파비안느입니다."

 

-불문학을 더 배우기 위해 파리 소르본느대학에 들어갔는데, 문학적 관심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불문학과를 졸업하고 3년 동안 직장 생활을 하다가 1989년 불문학 공부를 위해 프랑스로 향했습니다. 어릴적부터 문학책이나 음악에 관심이 많았고, 그 영향으로 불문학 전공을 결정했던 것 같습니다."

 

-외국에서 공부하던 중 일생의 진로를 바꾸기가 쉽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프랑스에서 모자를 접하고, 모자의 어떤 부분 때문에 매력을 느껴 한번 해 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나요.

 

"불문학을 공부하면서 한 번에 30권 이상의 원서를 받아 읽어내야 했습니다. 불문학은 퍼내도 퍼내도 또 퍼내야 하는 우물 같았죠. 아무리 노력해도 그곳 학생들을 따라가기에 벅차 답답했습니다. 우연한 기회에 재봉틀을 배우게 됐는데, 불문학과는 달리 바로 눈앞에서 내가 원하는 결과를 낼 수 있는 작업이어서 희열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모자학교를 알게 됐고, 나아가 청강을 하게 됐고요. 불문학과을 공부하면서 모자를 병행했는데, 모자를 알면 알수록 이건 내 길이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모자를 안지 8개월 만에 진로를 완전히 바꿨습니다."

 

-처음 모자 전문 디자인과 제작 기술을 배운 CMT는 어떤 곳인가요.

 

"프랑스 유일의 모자전문학교였습니다."

 

-아시아인으로는 처음 CMT를 졸업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국내의 모자 업체들도 관심이 있었을 것 같은데요.

 

"그 당시는 지금처럼 유학이나 연수 기회가 흔치 않았고, 한국에서 모자에 대한 인식도 낮았던 것 같습니다. 모자를 패션으로 인식하기 시작한 시기도 사실 몇 년 되지 않거든요. 모자를 전문적 영역으로 생각조차 못했던 시절이었습니다."

 

-모자 디자인, 제작 기술을 배우면서 어려움이 있었다면?

 

"다행히 불어를 할 줄 아니까 모자학교 선생님들과 의사소통 하는데 문제가 없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제작 기술이나 디자인을 배우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1998년 귀국해 모자 기업에 취직하고 얼마 후 독립했습니다. 당시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공부를 마치고 처음 한국에 들어왔을 때 국내 유명 모자기업에 디자인 실장으로 스카우트되었습니다. 하지만 패션모자에 대한 인식이 너무 부족했던 때여서 패션모자를 디자인해서 내놓으면 고객들의 낯선 반응이 돌아왔어요. 대중이 사랑하지 않는 디자인은 자기 만족이 아닌가 하는 자괴감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 후 경험이 쌓이고 제 디자인이 단단해지면서 아름다우면서도 쓰기에 부담스럽지 않은 스타일의 모자를 만들었는데 비로소 고객들의 반응이 돌아오기 시작했습니다. 그 때 확신이 생겼죠. 내가 하고 싶은 모자를 자유롭게 해보고 싶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모자는 분명 한국에는 아직 없는 스타일이라 생각했고, 자신이 있었습니다. 회사를 그만 두고 1999년에 1호점인 화동점 문을 열며 '루이엘Luielle, 그와 그녀'라는 브랜드를 세상에 내놓았습니다. (서울 종로구 화동은 총리 공관이 있는 삼청동 큰 길에서 동쪽으로 약간 언덕진 곳에 위치한 동네다. 화동점 골목은 개점 당시 썰렁했지만 이제 번화가 못지 않다.)

 

-화동점은 (주)샤뽀의 출발점인데, 처음 어떻게 출발했습니까.

 

"화동점은 6평 정도의 작은 매장입니다. 개점하면서 첫달 매출액이 1,000만 원 정도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개점 당일에 이 목표를 달성했습니다. 물론 친구 등 지인들의 도움이 있었지만 반응이 너무 좋았고, 다소 여유를 갖고 일할 수 있는 디딤돌이 된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화동점에서 기획·제작·판매가 모두 이뤄졌지만 지금은 루이엘 삼청점에서 기획하고 만듭니다."

 

-고가의 모자를 전시해 판매했는데, 반응이 어땠습니까.

 

"처음 시작할 때 모자 가격이 8∼16만 원대 정도 였는데, 물론 한 번도 그렇게 비싼 가격으로 구입해 본 경험이 없는 고객들의 저항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일단 써보고 간 손님은 다시 찾아왔고, 다른 모자는 못쓰겠다는 호평도 들었습니다. 단골 손님이 하나 둘 생기고, 매니아층이 두꺼워지면서 패션모자에 대한 인식이 점점 바뀌었던 것 같습니다. 패션모자에 대한 인식이 좋아지고 루이엘 모자에 대한 입소문이 나면서 나중에는 매장 밖에서 기다리는 손님도 생겼고, 압구정동 갤러리아 백화점에 입점하게 됐습니다. 이를 계기로 유통망이 넓혀지게 된 것 같아요."

 

-천 실장님의 모자를 보고 있으면 참 상상력이 풍부한 분이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이디어는 어디서 어떻게 얻고 있습니까.

 

"작업 아이디어는 소설이나 영화, 원단, 부자재, 여행지의 느낌들, 식물, 보석 등 보이는 것은 무엇이든 영감의 원천이 됩니다. 어려서부터 문학을 좋아했고, 불문학을 공부해서 그런지 상상력이나 감성적인 면이 좀 풍부한 편인 것 같아요. 불문학 전공이 마치 모자 디자이너가 되기 위한 밑 작업이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작업을 하는데 감성적으로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많은 고객 특히 여성들이 원하는 부분을 콕 집어서 채워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고객층은.

 

"연령대로 보면 30대∼60대까지 폭넓은 고객층이 찾고 있습니다. 전문적인 직업을 가진 분, 사회적 활동이 많은 분, 그리고 유명 연예인들도 많이 찾아주십니다. 자신의 이미지 메이킹에 큰 관심을 갖는 분들이 많이 찾는 것은 모자가 자신의 이미지를 바꾸고, 또 멋있고 아름답게 메이킹 하는데 굉장히 좋은 아이템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감성적 코드가 맞는 사람들에게는 제 모자가 꿈을 실현하는 매개체로 작용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우아함이나 로맨틱한 감성을 추구하는 여성들에게도 많은 어필을 하는 것 같고요."

 

-모자 공장은 어디에 있고, 월 몇 개 정도 생산하는지요.

 

"서울에 있는 직영 공장에서 월 1,500개 이상 생산하고 있습니다.

 

-조현종 대표는 언제 어떤 계기로 합류했습니까. 또 부부가 역할 분담을 해서 일을 하고 있는데, 불편한 점은 뭐고 편리한 점은 뭔가요.

 

"루이엘 화동점 개점 당시에는 옆에서 조언하며 돕는 정도였지만 점차 규모가 커지자 관리와 경영에 경험이 풍부한 남편의 본격적인 도움이 필요했습니다. 그 후 남편이 (주)샤뽀 대표이사(2002년)로서 마케팅 전반 등 경영을 총괄하고, 저는 디자인 실장으로서 모자 디자인에 전력할 수 있었습니다. 루이엘의 디자이너 수공 모자 브랜드 이미지를 그대로 가져가면서 유통라인을 넓혀갔고, 회사의 체계적인 구조를 만들어 나갔습니다.

 

부부가 함께 일하는 장점이 많다고 생각해요. 각자의 업무 영역 내에서 서로를 존중하며 최상의 시너지 효과를 내는 한 팀이 될 수 있기 때문이죠. 또 같은 곳을 보고 함께 달려가니 늘 서로 응원할 수 있고, 대화가 끊김 없는 것도 좋은 점인 것 같습니다.

 

-주요 백화점, 일본 제국호텔 매장 등에서 판매되고 있습니다. 주요 국내외 매장을 소개해 주시죠.

 

"신세계백화점 강남점과 본점,대구 대백프라자 명품관 등에 입점해 있습니다. 루이엘 화동 본점과 삼청동, 인사동,일산, 의정부, 전주 등 로드숍과 국내 유수의 골프장 프로숍, 일본 제국호텔 등 40여 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중국과 미국 진출을 목표로 여러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샤뽀가 고향 전북에 알려진 것은 전주에 모자박물관이 있는 루이엘햇컬쳐센터를 세우겠다고 밝힌 2010년 초순으로 기억합니다. 어떤 계기가 있었습니까?

 

"남편과 제 고향이 전주예요.(^-^) 고향이란 게 전주 진출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도 사실이지만, 제2의 도약을 위해 전주에 갔습니다. 전주의 역사, 문화, 관광 등 자원과 모자를 결합시키면 충분히 많은 시너지효과를 얻을 수 있을 거라고 확신했습니다. 전주는 제가 생각하는 예(禮)와 예(藝)의 도시입니다. 예의와 예술이 살아 있습니다. 모자의 속성이 바로 예의(Attitude)와 예술(Style)입니다. 또한 전통의 멋과 현대의 감각이 어우러진 예술적 도시이지 않나 싶습니다."

 

-루이엘햇컬쳐센터는 모자 박물관과 판매점, 갤러리, 카페, 아카데미, 게스트하우스 등을 갖춘 복합문화센터인데, 개관 2년이 넘었습니다. 그동안 운영해 본 소감은. 시민들의 반응, 성과 등은 어떻게 평가하고 있습니까.

 

"1층에는 패션모자를 만날 수 있는 모자숍을 비롯해 갤러리, 모자카페 등 방문객들이 자연스럽게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 있습니다. 2층에 오르면 전통모자부터 현대모자까지 볼 수 있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전시관을 만날 수 있죠. 가족이나 젊은 연인들이 재미를 느낄 수 있는 포토존과 이벤트존도 운영하고 있고요. 방문객들은 3층에서 모자를 직접 만들어보는 체험을 할 수 있습니다. 아이를 동반한 관광객, 가족들에게 인기가 있습니다. 4층에는 하늘공원과 공연장, 게스트하우스가 있죠. 그동안 저희 모자박물관은 전주의 5대 명소로 선정될 만큼 고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광주와 대전을 비롯, 타지역에서 방문하는 고객이 갈수록 늘고 있어 고무적입니다. 전주에 들르는 관광객이 꼭 방문하는 명소로 유지하기 위해 더 많은 콘텐츠를 개발해 패션문화콘텐츠의 메카로 발전시키겠습니다."

 

-모자 공장을 전주에 세울 계획은 없습니까?

 

"현재 직영공장은 루이엘 삼청점 등 서울에 있습니다. 전주에는 모자디자인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는데, 물론 차후 전주에 공장을 설립할 계획도 갖고 있습니다."

 

-세계시장 진출 등 앞으로 계획은?

 

"일본의 고급 호텔인 동경 제국호텔 아케이드숍에 입점, 판매되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저희 모자가 베스트 상품으로 선정되기도 했어요. 일본의 매니아 고객들은 한국에 들어오면 꼭 루이엘 매장을 방문할 만큼 관심을 아끼지 않으세요. 그리고 2013년 SS시즌부터 시작하기 위해 미국 진출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 이 시기에 중국 진출을 위해 현지 바이어와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2013년은 루이엘 모자가 해외 시장에서 많은 성과를 내는 해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모자 수요층에게 한 말씀.

 

"모자가 내게는 어울리지 않는다라고 말하는 그 이면에는 '나도 정말 모자를 쓰고 싶어요'라는 뜻이 있다고 생각해요. '이런 모자를 쓰고 어딜 가나요?'라고 거부하지 마세요. 그러면 평생 야구모자밖에 쓰지 못하고, 모자의 또 다른 세상을 경험할 기회조차 없애버립니다. 모자를 써볼 수 있는 장소나 기회가 된다면 마음껏, 최대한 자주 써보세요. 자주 쓸수록 모자가 자신에게 어울리게 되고 몸에 붙게 되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세상에 나에게 어울리는 모자 하나쯤은 꼭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길 바랍니다."

 

-(주)샤뽀, 루이엘햇컬처센터는 수도권에서 온 이전기업입니다. 그리고 전주한옥마을의 소중한 문화 아이콘이 됐습니다. 도민들에게 한 말씀 해주시죠.

     
 

 

"앞으로도 애정어린 눈으로 끊임없이 관심과 격려 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

▲ 조현종·셜리천 부부가 본보 김재호 선임기자에게 모자 제작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추성수기자 chss78@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재호 jhkim@jjan.kr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기획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