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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양조장 '쿨투어 브라우어라이'

문화와 일상을 조화시킨 복합문화공간이 유행이다. 오래전부터 문화예술로 도시의 힘을 키워온 유럽에는 특히 복합문화공간이 많다. 대부분 낡고 오래된 건물을 활용해 성공시킨 예다. 독일의 동베를린에 있는 '쿨투어 브라우어라이(Kultur Brauerei)'도 그중의 하나다.

 

동베를린의 플레츠라우어베르그(Plenzlauerberg)는 문화의 중심지로 꼽힌다. 그 중심에 독일이 자랑하는 '쿨투어브라우어라이'가 있다. 전신은 베를린에서 가장 오래된(1887년) 맥주제조회사인 슐트하이스(Schulthesis). 이 맥주공장이 완전히 문을 닫은 것은 1967년이다. 이후 창고로 쓰이거나 빈 공간으로 방치됐던 이 건물이 다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독일 통일 이후 연방정부 산하 신탁관리청에 귀속되어 있던 건물의 철거 계획이 알려지면서다. 통일되기 전 동독은 젊은 세대를 위한 클럽을 도시 곳곳에 만들었는데 이 양조장의 일부 건물도 클럽으로 활용됐다. 그 때문인지 이 일대에 젊은 예술인들이 몰려와 살고 있었다. 대체로 반정부 정치성향을 가지고 있었던 이들은 건물 철거계획이 알려지자 공간을 점거해 자유롭고 실험적인 예술 활동을 펼쳤다. 1998년, 예술가들의 점거 덕분에 살아남은 건물의 리모델링이 시작됐다. 2001년, '맥주 양조장'은 '문화양조장'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20개가 넘는 건물은 문화공간으로 변신했다.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리고 있는 장애인 전용극장(람바잠바)을 비롯해 8개의 상영장이 있는 극장, 연극과 음악 퍼포먼스가 열리는 다목적 공연장, 6m나 되는 높이로 공간적 제약이 없는 전시실 등이 들어섰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쿨투어브라우어라이의 가장 큰 특징은 공간 안에 일상적 삶과 관련된 시설과 문화적 요소를 통합적으로 갖추어놓았다는 것이다. 이곳에는 여행사와 슈퍼마켓, 악기전문점 등이 입주해있다. 공간을 찾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을 수밖에 없다. 세입자들의 임대료도 공간 운영에 큰 보탬이 된다. 이 공간에서 일하는 인력이 1000여명에 이른다니 일자리 창출의 효과까지 큰 셈이다.

 

전북도청 인근에 오래된 건물이 하나 있다. 예전의 공장 부지위에 온전히 남아 있는 대한방직 공장 건물이다. 국적 없는 건물들이 앞 다투어 들어서는 전주의 신시가지 환경으로 보면 이 오래된 건물도 어느 날 갑자기 우리 앞에서 사라질지도 모른다. 이 공간을 가치 있게 활용할 대안을 찾는 일이 지역주민들과는 무관한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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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kimej@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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