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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도심을 살린 미술관

구도심 활성화는 많은 자치단체들이 안고 있는 오랜 과제다. 전북의 도시들도 예외가 아니다. 개발의 시대에서 도시는 확장되지만 그 한편으로 구도심의 존재는 위태로워지기 때문이다. 세계 여러 도시의 '롤 모델'이 된 일본 가나자와시 역시 구도심 활성화 과제가 오랜 고민이었다. 지금은 '내발적 동력'을 가진 창조도시로 우뚝 섰지만 가나자와의 구도심 활성화 성공은 어느 날 갑자기 얻어진 것이 아니다. 그 과정에는 가나자와시의 진정성 있는 노력이 놓여있다. 대표적 결실이 '21세기미술관'이다. 가나자와 구도심도 한때는 극심한 공동화 위기를 겪었다. 영화관조차 상권에 밀려 자취를 감추기 시작하자 구도심 공동화 위기를 예견한 전문가들은 시민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문화공간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미술관 건립은 그 대안이었다. 시는 이 제안을 받아들여 시청 옆에 있던 가나자와 대학 부속초등학교 부지를 매입하고 미술관 건립을 추진했다.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학교 이전에 따른 논란이 일고, 활용 용도에 따른 이견이 충돌했다. 그러나 시는 지속적인 설득으로 예술 거점 공간 조성에 대한 시민들의 합의를 이끌어냈다.

 

2004년 문을 연 21세기미술관에 시가 내세운 최우선의 가치는 '근접성'이었다. 대지 2만6천여㎡에 지상 2층, 지하 2층의 연면적 9천여㎡ 규모의 이 미술관은 세 방향이 도로로 둘러싸여 있다. 외벽을 유리로 만들어 안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이곳은 시민들이 가장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는 시설로 설계됐다. 미술이라는 특수한 장르를 내세우면서도 기능은 시민들의 문화생활 향유를 위한 복합문화공간으로 확대한 덕분이다. 인구 50만 명이 채 안 되는 작은 도시가 문화공간을 위해 투자한 예산과 의지는 시사 하는 바가 크다. 14개의 크고 작은 전시실과 극장을 갖춘 미술관을 위해 설계는 '국제 공모'라는 까다로운 절차를 통해 이뤄졌고, 예산은 건립비용만 1천3백억 원이 투자됐다. 과다한 비용과 지나친 현대적 건물조형을 둘러싼 논란이 있었지만 시는 예산 절감을 통해 시비를 확보하고 시민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얻어내 큰 무리 없이 사업을 추진했다. 이제 온전히 시민들의 품에 안긴 21세기미술관은 도시를 살려낸 공간으로서 세계 도시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오래된 도시 전주의 구도심에도 본격적인 문화공간들이 개관을 앞두고 있다. 그런데 그 구체적 실체나 쓰임새가 잘 드러나 보이지 않는다. 공간의 존재가 오히려 걱정이 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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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용 kimwy@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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