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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운 교통문화】깜빡이 안 켜고 불쑥…노란불에도 쌩~

정지선 준수율·안전띠 착용율 등 최하위권 / 인구 1만명당 사망 3.8명…전국평균 2.4명

▲ "교통질서를 지킵시다" 전북일보와 전북지방경찰청은 19일 전주종합경기장 도로에서 '교통질서UP·교통사고DOWN'를 주제로 한 교통안전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이강민기자 lgm19740@

전북지역에서는 한 해 평균 1만 여건의 교통사고가 난다. 하루 평균 27건 꼴이다. 이 같은 교통사고는 큰 상처를 남겼다. 그나마 최근 3년(2010~2012년) 중 가장 사망자가 적은 지난해 전북에서는 하루 1명꼴로 목숨을 잃었다. 또 44.2명이 부상을 입었다. 왜 이럴까. 전북의 무질서한 교통문화가 주 원인으로 지목된다. 전북일보는 전북경찰청과 공동으로 이 같은 무질서를 바로잡고, 교통사고 사망자를 줄이기 위해 연중기획을 준비했다.

 

서울에서 3년을 살다가 고향인 전주로 내려온 직장인 박모씨(35). 박씨는 올해로 운전경력 10년째지만 "전주에서 운전을 하기가 겁이 난다"고 했다.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은 채 차선을 변경하거나, 뒤에서 진행하는 차량을 배려하지 않은 채 막무가내로 끼어드는 차들 때문에 하루에도 몇 번씩 가슴을 쓸어내린다. 신호가 바뀌고 출발이 조금만 늦어도 어김없이 울려대는 경적소리에는 노이로제가 걸릴 판이다.

 

박씨는 "전주보다 차량이 몇 배 많은 서울에서도 운전을 해봤지만, 이 정도로 운전을 심하게 하진 않았던 것 같다"면서 "운전대를 잡고 전화를 하거나 DMB를 보는 사람을 볼 때면 나만 운전을 잘한다고 사고를 면할 수 있을까하는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직장 생활을 시작하면서 경차를 구입한 윤모씨(25). 윤씨는 "무리를 해서라도 차라리 큰 차를 살 걸 그랬다"며 후회했다. 경차인데다 여성운전자라는 이유로 도로 위에서 보이지 않는 차별에 시달리기 때문이다.

 

윤씨는 "제한속도 규정에 맞춰 운전을 했을 뿐인데, 뒤따라오던 차들이 경적을 울리고, 심지어 일부운전자는 앞지르기를 한 뒤 입에 담지 못할 욕설까지 했다"며 "여성으로서, 또 초보로서 도로위에 차를 몰고 나가는 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주변에서 너도 똑같이 막 끼어들고, 신호도 제대로 지키지 않아야 무시당하지 않는다는 소리를 여러 차례 들었다"며 "왜 이런 말을 들어야 하는지 운전자의 한 사람으로서 마음이 씁쓸하다"고 덧붙였다.

 

정지선을 지키지 않거나 안전벨트를 매지 않고, 차선을 변경하면서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는 등 도로 위 무질서가 활개를 치고 있다. 이로 인한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전국 평균을 훌쩍 웃돌고 있다. 전국 꼴찌 수준인 전북지역 교통문화의 현주소다.

 

19일 전북경찰청에 따르면 교통안전공단이 지난해 전국 16개 시·도의 운전행태·교통안전 등 교통문화지수를 평가한 결과 전북은 100점 만점에 73.7점으로 14위를 차지했다. 이는 전국 평균 75.2점 보다 1.5점, 최고점을 받은 서울(81.4점) 보다 무려 7.7점이나 낮은 점수다.

 

정지선준수율과 안전띠착용률, 신호준수율 등을 평가하는 운전행태항목에서는 40점 만점에 28.9점으로 전국 13위, 인구10만 명당 사고건수와 사망자를 평가하는 교통안전항목도 40점 만점에 27.3점으로 13위였다.

 

특히 안전띠와 이륜차 안전모 착용률은 전국 16개 시·도 중 각각 15위와 16위를 차지했다.

 

문제는 전국 꼴찌를 면치 못하는 교통문화지수가 지난해만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실제 2010년과 2011년 평가에서도 전북은 14위에 그쳤다. 교통안전공단이 처음 조사를 시작한 2009년에는 전국 7개 시·도만 조사가 이뤄졌는데 여기서도 전북은 7위로 꼴찌였다.

 

이처럼 도로위의 무질서 행위가 좀처럼 사라지지 않으면서 전북지역의 인구 1만 명당 사망자는 3.8명으로 전국 평균 2.4명 보다 1.4명이나 많다.

 

전북경찰청 관계자는 "단속에만 의존해 교통질서를 바로잡고, 사고로 인한 인명피해를 줄이는 것은 이제 한계에 도달했다"면서 "운전자 스스로 양보하고, 교통법규를 준수하려는 노력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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