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물은 한번 잘못 들어서면 바로 잡을 수 없어 허가 과정에서 신중을 기해야 한다. 전주시의 사례만 놓고 봐도 잘못 들어선 건축물이 수두룩하다. 도시계획은 균형개발과 난개발 등을 방지하기 위해 장기적 안목에서 세우는 것이다. 하지만 서부신시가지는 대형건축물만 속속 들어설 뿐 주차장을 제대로 확보하지 않아 신시가지 개념을 잃어 버렸다. 불과 몇년도 내다 보지 못한 행정을 시가 한 셈이다.
노태우 정권 때 주택 200만 가구 정책에 힘입어 전주시에도 우후죽순격으로 아파트가 난립해 건립됐다. 화산공원에 롯데아파트가 들어선 것을 비롯 다가공원 한일장신대 부지에 신일아파트가 들어서는 우를 범했다. 여기에다 진북동 삼양모방 자리에 우성아파트와 태평동 연초제조창 부지에 SK뷰 아파트가 들어섰다. 시가 장기적 안목은 없고 모두가 사업자 쪽에서 건축허가를 내줘 교통난은 물론 주변경관을 망가 뜨렸다.
중인리 모악산 자락에 대규모 실버아파트를 건립토록 한 전주시 행정은 행정이 아니다. 돈만 벌면 그만이다는 업자의 속임수에 시가 놀아났다. 그곳은 아파트가 들어설 자리가 아니다. 법적으로 문제가 없어도 모악산 경관보호를 위해 시가 건축허가를 내주지 않았어야 옳았다. 시가 첫 단추를 잘못 꿴 탓으로 모악산 주변에 너나 할 것 없이 경쟁적으로 원룸을 짓겠다고 아우성들이다. 지난 2011년 국토이용계획에 관한 법률이 개정됨에 따라 자연녹지에도 원룸을 지을 수는 있다.
중인리 모악산 주변은 자연녹지다. 업체에서 적법성을 확보했기 때문에 시도 허가를 내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간 한 두차례 도시계획위원회를 열어 주변경관에 미치는 영향 때문에 개발행위를 유보시켰다. 그러나 업체에서 보완사항을 충족시켜 재심의를 요청해오면 시는 어떻게 할 것인가. 불허처분할 이유가 없어 시는 꼼짝없이 건축허가를 내주거나 그렇지 않으면 여론 때문에 업체로 하여금 행정소송을 하도록 유도할 것이다.
문제는 전주시가 이미 모악산 자락에 아파트를 짓도록 한 행위가 잘못이라는 것. 사례를 잘못 만들었기 때문에 이제와서 무슨 근거로 규제할 수 있겠는가. 분명 모악산은 전주시민의 허파기능을 담당할 정도로 보존가치가 높은 공원이다. 실버아파트를 허가 내준 담당공무원을 문책하고 당시 도시계획위원회서 어떤 편법을 썼는지 낱낱히 밝혀내야 한다. 전주시 의회는 이 부분을 주목해서 파헤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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