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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크트마르카르텐 채석장의 변신

유럽은 축제로 여름을 난다. 수십 년 연륜은 기본이고 백여 년 전통을 자랑하는 축제들이 즐비하지만 근래 많은 도시들이 축제 만들기에 나서면서 그 숫자는 헤아릴 수도 없을 정도가 됐다. 그중에서도 오스트리아는 단연 축제의 나라로 꼽힌다. 인구 820만 명을 겨우 넘긴 이 나라의 도시마다 축제가 차고 넘치는 까닭이다. 국민총생산량 중 문화관광수입이 차지하는 비율이 유럽에서도 으뜸인 오스트리아는 국가예산의 10%를 문화(음악)에 투자하고 있다. 최근 국가재정이 어려워져 모든 분야의 예산을 삭감해야하는 처지에서도 이 분야만은 그대로 살려놓았을 정도다. 우리가 주목해볼만한 축제 또한 많은데, 신생축제임에도 세계적 축제로 성공한 예가 특히 그렇다.

 

그 중의 하나, '장크트마르가르텐 축제'가 있다. 장크트마르가르텐은 오스트리아의 동쪽 끝, 헝가리와 인접한 국경부근 부르겐란트 주에 있는 작은 마을이다. 부르겐란트의 주도인 아이젠슈타트는 하이든이 이곳 에스트르 하지 궁전의 악장으로 오랫동안 활동한 덕분에 이름이 알려져 있지만 이곳에서 자동차로 불과 15분 남짓한 장크트마르가르텐은 그 이름조차 생소하다. 신기한 것은 인구 1000명도 안된다는 이곳 작은 마을에서 열리는 여름축제에 매일 수천 명의 관광객들이 몰려온다는 사실이다. 더 흥미로운 것은 페스티벌이 열리는 장소다. 아마도 세계에서 가장 독특하고 기발한 페스티벌 장소로도 꼽힐만한 장크트마르가르텐의 축제 장소는 낮은 산위, 바위로 둘러싸인 거대한 채석장이다. 이 돌산은 수백 년 동안 중부 유럽의 최고 채석장이었다. 빈의 쉰부른 궁전을 비롯해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빼어난 건축물 대부분이 이곳의 돌로 지어졌다. 유럽에서도 가장 화려한 도시 빈의 오늘을 있게 한 마을이 장크트마르가르텐인 셈인데, 그 대가로 돌산에 남겨진 것은 돌이 모두 잘라져나가 흉측하게 남아있는 거대한 구덩이였다. 오랫동안 방치되어 있던 바위산의 구덩이를 오페라 공연장으로 만들자는 계획을 내놓은 것은 시다. 주민들이 합세해 오페라 공연을 처음 연 것은 지난 1996년. 놀라운 것은 이 축제가 불과 5년여 만에 연일 티켓이 매진되는 성공을 이루었다는 사실이다. 오페라 '라보엠'으로 축제가 중반에 접어든 지난 8월 2일에도 공연장 객석은 어김없이 꽉 찼다. 들여다보니 올해로 17년, 새롭게 만들어진 우리지역 축제들과 나이가 비슷하다. 이 신생축제의 성공 요인이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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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kimej@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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