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방신문협회 공동기획
획일·서열화 교육, 개성 발현 방해
돌아올 때 내 등 뒤에 흘리던 말이 지금도 여운으로 남아 있다. 옛날에는 분에 담아 키워서 가끔 선물로 했지만 지금은 줄 수도 없고 주고 싶지도 않다는 것이었다. 왜 주고 싶지 않다고 했을까? 우선 자기만큼 꽃을 사랑하지 않을 것 같아서 그런 사람에게 자기가 애지중지 키운 꽃의 미래를 맡기고 싶지 않아서 일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 화원은 철저한 계획 하에 짜여진 것이어서 어느 꽃 하나도 빠져나가면 전체의 조화가 깨어져 버리기 때문일 것이다. 그가 가꾸어온 많은 꽃들은 그 꽃 각각의 특성으로 그 화원의 아름다움에 공헌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얘기는 너무도 당연하고 평범한 것이어서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자꾸 되새겨 진다. 가령 우리 한국시단에 시인이 너무 많다고 하는 이가 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많아서 좋을 수가 있다. 다만 그 많은 시인들이 존재해야할 이유를 증명할 만한 개성적인 작품을 쓰고 있느냐가 문제일 뿐이다. 이 경우는 화가에게도 음악가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해야 할 기준이다. 대가들의 흉내를 내는데 평생을 보내고 있는 사람, 아예 시인이나 화가나, 음악가라고 하기엔 부끄러울 만큼 못 미치는 재능을 지닌 사람들은 자기만의 향기를 지닌 작품을 보여줄 수 없기 때문에 비판받아 마땅하다.
이 자명한 이치를 다시 되뇌며 곰곰이 주위를 살펴보는 것은 무슨 까닭인가. 그건 개성의 발현을 오히려 방해하는 일들이 대세처럼 우리 주위를 감싸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에 대해서 생각해 보자. 대학에서 취직 안 되는 학과들이 퇴출되고 있다. 철학과, 독문과, 불문과에서 드디어 국문과까지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좋건 싫건 여러 사정을 살펴서 대학에 들어온 학생들까지 안정을 찾기 어렵다. 로스쿨, 의학대학원의 출현은 그 영향력이 가히 태풍급이다. 바람직한가? 이런 세태에서 열심히 한 길로만 가면 된다고 충고한들 묵묵히 자신의 길로 갈 수 있을까?
다양한 가치 추구해야 인생이 풍요
인간은 본능적으로 다양한 가치를 추구하며 산다. 그 다양한 가치야말로 인생의 풍요로움과 개인의 행복을 추구하게 하는 원천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끊임없이 서열화를 부추긴다. 획일화를 부추긴다. 그림을 좋아하고 잘 그리는 학생에게도 성적이 우수하면 법대를 가게하고, 물리학에 뛰어난 재능이 있는 학생에게도 의대 지망을 강요한다. 결국은 권력을 쥐고 돈을 버는 학과를 학생에게 강요하여 스스로 가고 싶은 길을 막는다. 여기에서 획일화의 무서운 부작용을 발견하게 된다. 스스로의 미래를 꿈꾸며 설계할 학생의 모습이 희미해진다.
문득 야생화를 그 특성에 따라 심고 가꾸던 팔공산 그 화원의 주인이 더 크게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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