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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공간'은 어디에…

대학로 주변 상권이 거의 잠식 학생 창조적 문화공간 없는데 자치공간 비용까지 청구라니

▲ 윤재량 전북대신문 편집장
우연한 기회로 대학의 '공간비용채산제'에 대한 글을 쓴 적이 있다. 공간비용채산제란 한정된 대학 공간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겠다는 목적으로 대학 구성원 1인당에게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을 배정하고, 그 이상의 공간을 사용하는 구성원에게는 추가비용을 청구하는 제도를 말한다. 이 같은 공간비용채산제에 대한 글을 쓰기 위해 여러 대학의 공간비용채산제를 찾아보던 도중, 일부 대학의 황당한 사례를 알게 됐다. 학생들이 사용하는 학생회방·동아리방 등의 학생자치공간에 대한 공간비용까지 청구하는 대학들이 그 사례였다.

 

오늘날 대학생들에게 주어진 '물리적 공간'이라는 것이 얼마나 될까? 수강생을 수용하지 못해 일부 학생들은 책상도 없이 수업을 듣고, 시험기간 도서관은 해도 뜨기 전에 가지 않으면 앉을 자리조차 없는 것이 오늘날 대학의 풍경이다. 그런데 이제는 학생들이 학내에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인 학생자치공간에 대한 비용까지 청구하겠다니, 이 얼마나 코미디적인 발상인가!

 

갈 곳 없는 대학생들의 비애는 교정 밖에서도 끝나지 않는다. 최근 경기도의 한 대학교 앞에서는 대학생이 차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인도와 차도가 따로 구분돼 있지 않은 대학로 인근 도로에서 일어난 비극적인 사고였다.

 

오늘날 대학로에는 사실상 인도가 없다. 좁디좁은 도로에서는 차들과 사람들이 뒤엉켜 통행하고 있다. 이는 대부분의 대학로가 노폭이 좁은 구도심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이다. 어디 대학로 뿐이겠는가. 자취방과 하숙집이 빼곡하게 들어선 대학 인근의 주택가에서 역시 학생들은 자동차들과 뒤섞여 좁은 도로를 지나다닌다. 오늘날 대학생들에게는 안전하게 통행할 수 있는 온전한 인도조차 사치인 듯하다.

 

문제는 물리적인 공간에만 그치지 않는다. 대학생들의 젊음과 생활을 상징한다는 대학로에서는 술집과 식당 외에 다른 것을 찾아보기 어렵다. 좀 더 쳐준다면 당구장이나 노래방 정도가 전부이다. 어디를 둘러봐도 소비, 소비, 소비! '대학로' 라는 표현보다는 '상권' 이라는 표현이 익숙해진 이 거리에서 '문화'를 영유할만한 창조적인 공간 같은 것은 찾아볼 수 없다.

 

대학로로부터 쫓겨난 '문화'를, 애석하게도 학교 역시 그리 좋아하지는 않는 모양이다. 대학 내의 많은 공연동아리들은 항상 연습공간이 없어 발을 동동 구른다. 심지어 공연을 위해 학교 앞 대학로로 나온 동아리들이 시끄럽다는 상가의 민원으로 인해 쫓겨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한다. 대학생들이, 대학로에서 쫓겨나는 것이다.

 

최근 몇몇 정치인들은 소비위주의 대학로 및 위험한 대학인근도로를 정비하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정치활동을 하고 있다. 정치권에서까지 논의되는 것을 보면, 분명 간과할 문제는 아닌 듯하다. 그러나 이 같은 논의가 진행된지 적지 않은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상황은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아무리 커도, 이를 집행하는 곳에서 "예산이 없다"는 단 한마디만 하면 그만이니 쉽사리 문제가 해결될 리 만무하다.

 

학교 안이라고 어디 다르겠는가? 학생들은 이러한 '비극적' 상황을 개선해 줄 것을 학교에 끊임없이 요구하지만, 공간과 예산이 한정돼 있어 어쩔 수 없다는 하릴없는 답변만 돌아올 뿐이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오늘도 우리에게 주어진 공간은 5평 남짓한 자취방이 전부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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