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은 다 떨어지고 따뜻한 어묵 국물과 커피가 더욱 생각나는 겨울이 성큼 찾아왔다. 이런 추운날 집 앞 도서관에서 빌린 책을 쌓아두고 따뜻한 장판 위에서 귤 하나 까먹으며 책을 읽어보는건 어떨까. 책을 읽어보자 마음만 먹을 뿐, 막상 도서관까지 나서는 길이 멀기만하다. 게을러서 도서관에 가기가 꺼려졌던 사람들을 위해 준비된 게 바로 ‘작은 도서관’이다. 작은 도서관은 전북도가 야심차게 운영하고, 전국에서 벤치마킹하는 ‘작은 시리즈’ 중 하나다. 문화, 복지 면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된 지역까지 끌어안고, 주민에게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진행된 작은 시리즈는 주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추진되고 있다.
전주시는 현재 23개의 작은 도서관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 작은 도서관 신규조성 사업을 통해 추가로 몇 곳을 더 선발했다. ‘도서관 =책을 빌리고, 읽는 곳’이라는 단순한 개념을 넘어 아이와 어른이 즐길 수 있는 강의가 준비됐다. 아이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 효자동 공원 안에 위치한 ‘모롱지 도서관(서곡문화관)’과 국내 최초의 노인 전용 도서관인 ‘큰 나루 도서관’을 가보자.
△공원 옆 도서관
먼저 모롱지 도서관부터 방문했다. 지금 도서관이 위치한 곳을 예전에는 ‘모롱지’라고 불렀다. 그래서 붙여진 이름 ‘모롱지 도서관’. 이곳은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다양하다. 시설은 깔끔하고 전망 좋은 곳에 있는 의자는 햇빛 좋은 날 앉아 커피 한 잔과 함께 책을 읽기 좋은 곳이다. 모롱지 도서관의 프로그램은 ‘시민대학’이라는 이름으로 멀티미디어, 생활요가, 청소년 상담기술, 명심보감 등 이렇게 4가지를 운영하고 있다.
멀티미디어는 컴퓨터를 두려워하고 심지어는 무서워하는 주부를 대상으로 4개월 동안 생활인터넷, 문서작성, 쇼핑 등 실생활에 유용한 사용법을 가르쳐주고 있다. 젊은 세대야 습관처럼 인터넷으로 검색하고, 문서를 작성하지만 부모님에게는 하고 싶지만 어디서부터 해야할지 막막한 부분이다. 할때마다 자녀들에게 물어보는 것도 여간 번거로운 게 아니기 때문이다.
명심보감은 책 ‘명심보감’을 교재로 칠판을 이용해 한자를 가르쳐주는 프로그램이다. 한자교육은 남녀노소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도서관 하면 어린이 도서관에 아이들, 일반열람실에 대학생을 떠올리곤 했는데 이렇게 아버지, 어머니, 아이가 한 교실에서 같은 책으로 배울 수 있다는 점이 한자교육의 가장 큰 매력이다.
청소년을 위한 방과 후 프로그램으로는 아동 미술, 독서논술, 한국사논술, 동화 구연 프로그램이 있다. 보통 학교가 끝나는 오후에 진행되는 만큼 학원을 가지 않는 아이들이 오후 시간을 유익하게 보낼 수 있다. 맞벌이하는 부모라면 한결 걱정도 덜 수 있다.
또 모롱지 도서관이 자랑하는 프로그램 중 하나가 매주 토요일 2시에 진행되는 ‘토요문화 프로그램’이다. 연극, 그림, 무용, 발레 등 다양한 분야를 체험할 수 있다. 활동은 아기하게 꾸며진 도서관의 2층에 마련된 공간에서 진행된다. 책을 책으로만 생각하지 않고, 책이 ‘악기’가 돼 아이들만의 ‘음악회’를 만든다는 취지가 더욱 마음에 들었다.
책을 이용한 무용 수업이 끝나면 아이들이 좋아하는 간식 시간도 이어진다. 이 간식 또한 사업비에 포함돼 매주 제공된다. 참여하는 아이들이 동화책 내용을 바탕으로 대본을 구성하고, 역할을 맡아 연기하는 연극까지 진행된다. 오는 21일에는 연극발표회가 열리는 만큼 연습이 한창이다.
△외로운 어르신이 울고 웃다
다음은 전주 덕진 노인복지관에서 운영하는 국내 최초 노인 전용 도서관인 ‘큰 나루 작은 도서관’이다. 노인 맞춤형 도서관 인만큼 돋보기와 안경이 갖춰져 있다. 어르신들뿐 아니라 아이들과 학생들 누구나 자유롭게 방문할 수 있다.
어르신들로 구성된 ‘덕진문학회’에서는 1년에 두 번, 특정 작가의 발자취를 따라 그들의 생가를 방문하는 등 ‘문학기행’을 진행하고 있다. 이 덕진문학회는 일주일에 한 번 모임을 하고, 교수님을 모시고 강의를 듣기도 한다. 또한 1년에 한 번씩 자신들의 작품을 모아 책도 펴낸다. 올해로 벌써 5회째를 맞이했다. 다음날 11일이 출판기념일이다.
이 밖에도 단기운영되는 ‘이야기 할머니’는 할머니들을 대상으로 동화 구연 교육을 했다. 보조금으로 5차례 강사를 초빙해 교육하고, 또 5차례는 어린이집 아이들을 초대해 책을 읽어주었다. 적적하고 외로워하실 할머니들을 위한 센스 있는 프로그램이라는 생각이 든다.
△책읽기 좋은 겨울
겨울방학이 되면 혹은 주말이면 가까이 있는 작은 도서관으로 짧은 나들이를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조카가 있다면 좋은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할머니, 할아버지를 모시고 가도 좋다. 전주시민이라면 누구나 책을 빌릴 수 있고, 타 지역민이라 해도 전주 소재 직장이나 학교에 다니면 필요한 서류를 제출시 회원증 발급이 가능하다. 춥다고 웅크리고 집에만 있으면 살만 오른다. 이번 주말에는 산책 삼아 우리 동네 작은 도서관을 방문해보자.
※ 차은영씨는 전북대 일어일문학과에 재학중이며 현재 2013 전라북도 도민 블로그 단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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