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이상 기업 44곳 중 40%가 영세업체 / 정부·자치단체 지원받기 힘들어 경영난
지방자치단체들이 고용 창출과 지역 경제 활성화 등을 위해 기업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를 위해 도지사나 시장, 군수가 기업 유치를 위해 직접 홍보에 나서거나 수많은 세제 혜택 및 보조금 지급 등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전북도는 올해 128개 업체를 유치해 1조 5330억 원의 투자 금액을 달성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전북도의 적극적인 기업 유치가 이뤄지는 사이 전북지역에서 오랜 시간 자리를 지켜온 향토기업(鄕土企業)은 상대적인 박탈감을 호소하고 있다. 또 거대 자본을 앞세워 문어발식 경영을 펼치는 대기업에 의해 향토기업의 영역이 점차 잠식되고 실정이다.
이에 외부 기업을 유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존의 도내 향토기업이 명맥을 유지하고 활성화할 수 있도록 정책적인 균형성을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도내에 본사를 둔 20년 이상 장수 향토기업은 72개 업체, 30년 이상 기업은 44개 업체이다. 이들이 체감하는 향토기업의 애로사항과 개선 방안 등을 살펴본다.
△대기업과 외국산 제품의 저가경쟁으로 인한 채산성 악화
도내에 뿌리를 내린 30년 이상 기업 44개 가운데 종사가 수가 10인 미만인 영세 업체는 전체의 40%(18개 업체)로 조사됐다. 종사자 수가 100명 이상인 업체는 (주)푸르밀과 광전자(주) 어양공장 등 단 2개 업체로 각각 121명, 300명을 기록했다.
상당수의 도내 향토기업들은 대기업과 외국산 제품의 유입과 원자재가의 상승 등으로 인한 매출의 감소를 우려하고 있다. 이어 근무 인력의 고령화와 지역경제 상황의 위축 등을 향토기업의 애로사항으로 꼽고 있다. 또 지역민들의 향토기업 제품에 대한 관심도와 애정이 확연히 줄어들었다는 점도 업체 경영상의 어려움으로 꼽힌다.
도내에서 30년 이상 내의류를 주생산품으로 판매해 온 A업체 대표는 “30년 이상 도내에 본사를 두고 지역경제에 이바지해온 향토기업의 경영부진은 성장 잠재력의 악화와 지역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시대 흐름이나 정책의 변화에 따라 도민들의 관심이 식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도나 시·군 차원에서 다양한 홍보를 통해 지역민의 애정을 되찾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부와 지자체의 특별지원 확대 필요
도내 향토기업들은 장수 향토기업 육성과 관련한 지자체의 지원 확대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현재 전북도는 급변하는 대내외 경영 및 기술 환경변화에 향토기업들이 신속히 대응할 수 있도록 ‘장수 향토기업 경쟁력 강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도내에 본사 및 공장을 둔 20년 이상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건강진단과 자금, 인력, R&D, 판로, 환경개선 등 기업 맞춤형 토털서비스를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궁극적으로 이를 통해 혁신형 기업으로 구조 전환과 건강한 향토기업 생태계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일부 업체들은 지원제도에 대해 잘 알지 못하거나 자격 요건을 갖추지 못해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불어 실효성이 미흡하고 절차가 다소 복잡하다는 반응도 있다.
전통·특수 한지를 제작하는 B업체 대표는 “지자체에서 시행하는 지원제도가 존재하지만 여건이 충족되지 않아 탈락되면서, 제도가 있어도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면서 “도에서 지원 업체 선정 시 20년 이상 사업을 영위한 기업들을 우선시 해주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재정적인 지원 외에도 장수 향토기업 물품의 지자체 구매 확대도 실질적인 지원 방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업체들은 지역에 특화된 아이템으로 사업을 펼칠 수 있는 시장의 조성을 제안하고 있다. 더불어 오랜 기간 축적된 노하우와 경쟁력을 강화해 향토색을 가진 아이템 개발에 관한 지원의 필요성도 제기하고 있다.
이들은 장수 향토기업을 활용해 도시 마케팅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향토기업의 창업자 및 기업과 관련한 스토리를 이용해 중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문화산업으로 연계하는 방안 등도 거론하고 있다.
● 김병진 전일목재산업 대표 "지역 제품 판로 확대" "세제 감면 혜택 필요"
전일목재산업(주)은 지난 1978년 2월 20일 전일제재소로 전북지역에 첫발을 내딛었다.
35년 동안 김제시 백구면에서 ‘고객이 만족하는 목재의 모든 것’을 경영 목표로 목재산업 발전에 이바지하는 도내 대표 향토기업으로 꼽힌다. 이 업체는 원목 수입에서 제재, 가공, 건조, 방부 등 목재에 관한 시스템을 갖추고 고객이 필요로 하는 양질의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전일목재산업(주) 김병진 대표는 매년 매출액의 5% 이상을 기술개발과 설비투자에 할애하면서 신기술 도입에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다. 군산공장을 포함해 50여명 이상의 고용을 창출하고 있으며 IMF 위기 시에도 단 1명의 해고도 없이 업체를 유지했다.
특히 전주한옥마을 조성에 필요한 대부분의 목재를 공급해‘한 스타일’을 대표하는 전주시의 발전에 기여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35년 동안 향토기업으로 자리를 굳건히 지켜온 김 대표 또한 매출 확대 등 기업 성장의 어려움을 호소한다.
김 대표는 “도내 향토기업은 대부분 재래산업인 관계로 생산인력 확보가 어렵고 전북인구 감소와 더불어 소비 시장이 날로 축소되고 있다”면서 “자치단체에서 보조금 지급 시 지역 업체 제품을 의무적으로 구매하도록 하는 등 판로 정책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 장수기업에 대한 재산세 감면 우대 등 세제 혜택을 주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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