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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하기 좋은 환경 (중) 공공건설 '갑-을 관계'] 지역 건설업계, 제 2 IMF 격랑 속 '슈퍼 갑 횡포'에 휘청

공공기관 발주 공사금액 과도한 삭감 다반사 / 본전 못 건져도 '울며 겨자먹기식' 실적 쌓기 / 경영난에 면허반납도…"실질 사업비 보전을"

전북 경제의 10%를 차지하는 건설 산업이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다. 건설 물량난에 시달리고 있는데다 ‘슈퍼 갑’으로 불리는 공공기관의 과도한 공사비 삭감이 곧 건설 경제 파탄을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올 11월 말 기준 도내 일반건설 업체 665개사 가운데 한 해 동안 공공공사를 단 한 건도 수주하지 못한 업체가 전체의 30%에 육박하는 187개로 나타났고 나머지 건설사 대부분의 수익률도 손익분기점을 밑도는 등 심각한 상황에 처해져 있다.

 

이에 따라 공공기관들의 잘못된 공사비 삭감 관행을 바로잡고 모순된 낙찰제도를 손질하는 등 건설업계의 고질적 병폐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1. 전북 전주 소재의 중소건설업체인 A사는 지난해 한 공공기관에서 발주한 사업비 20억 원 상당의 건축 공사를 낙찰 받았다.

 

불경기에 공사를 수주했다는 기쁨은 잠시, 설계를 토대로 공사 실행금액을 뽑아보니 터무니없이 공사금액이 낮게 책정됐다.

 

표준품셈에 의한 설계대로라면 해당 공사의 도급액은 27억여 원이 나와야 했지만 공사비용은 지나치게 낮게 잡혔다. 그대로 공사를 하면 적자가 불가피했지만 실적 쌓기를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공사를 진행해야만 했다.

 

#2. 김제 소재의 B건설업체도 90억 원 규모의 교량 공사를 낙찰 받았다. 입찰내역서에 쓰여 있는 추정사업비는 130억여 원이었지만 발주기관의 속칭 ‘설계단가 후려치기’로 공사비가 대폭 삭감됐다. 입찰을 포기하고 싶었지만 부정당업체로 제재받을 것이 분명, 인건비 및 자재비를 최소화시켜 공사를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또한 적정공사비를 책정 받지 못하다보니 하도급업체에게도 공사비 절감을 전가시킬 수밖에 없어 부실시공이 우려됐다고 한다.

 

이 같은 사례들은 공공기관이 자체 발주한 공사로 법적 표준품셈에 따른 설계비용 책정이 아닌 자체 규정에 따른 비용책정으로 무리한 공사비 삭감이 이뤄지고 있다. 공공기관들은 예산절감을 위해 공사규모의 현실을 감안해 설계비용을 책정했다고 하지만 이로 인해 건설업계는 멍들어가고 있다.

 

한마디로 공사를 진행하면서도 이윤을 보지 못하고 손해 보는 공사를 진행, 결국 저가자재 사용으로 인한 부실시공으로 연계될 수 있는 위험부담이 크다.

 

대한건설협회 전북도회에 따르면 올 11월 말 기준 도내 건설공사 수주액은 1313억 원으로 전년 동월(6295억 원)대비 79.1%가 감소했다.

 

도내 공공기관이 발주한 공사 발주액 또한 지난해 11월 8128억 원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1527억 원을 기록, 무려 81.2%가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산업 전반에서 경기불황 장기화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SOC(사회간접자본) 예산 축소 정책으로 공공공사 발주물량이 감소, 건설 연관 산업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감소세는 최근 5년간 지속, 앞으로도 물량 기근 현상이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건설업계는 향후 경기에 대해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혹독한 제2의 IMF‘가 찾아왔다고 탄식하고 있다.

 

지난 2009년 공공공사 발주는 1419건에서 2010년 1379건으로 줄었고 2011년 1149건, 2012년 1388건, 2013년 1181건으로 연이은 감소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발주금액 또한 2009년 4조 4058억, 2010년 2조 180억, 2011년 2조 683억, 2012년 2조 2617억, 2013년 1조 1974억 원으로 참혹한 실정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도내 665개 일반건설업체 가운데 65%인 429개사는 종합건설업 유지를 위한 손익분기점인 연간 신규 수주액 50억 원에 미달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 같은 어려움을 보여주듯 경영난이 가중된 건설업체의 면허 반납 사례도 속출, 적자 수주로 인한 건설사들의 피로도가 극에 달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공기관에서 적정 사업비를 보전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슈퍼 갑으로 불리는 공공기관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과도하게 공사비를 삭감하는 것은 중소건설업체의 목을 조르는 것으로 이 같은 갑을 관계는 원청에서 하도급사로 이어지고 더 나아가 관련 자재업계, 인력시장 비용까지 기형적 구조가 형성돼 있는 상황이다.

 

한마디로 공공기관이 적정 예산을 확보하지 않은 상태에서 내역서 검토가 힘든 중소업체의 현실을 교묘히 이용해 일단 공사를 발주, 업체 입장에선 일정의 낙찰률이 보장된 적격공사라고 해서 덤벼들었다가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공동도급의 신뢰는 이미 깨진지 오래며 결국 적자실행이 건설사뿐 아니라 건설 산업의 영업 기반을 뿌리째 흔들고 있는 모습이다.

 

결과적으로 적정수준의 건설투자 유지, 적정수익 보장을 통한 경영안정 등 건설업을 살리려는 정부 및 공공기관의 의지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실정이다.

 

● 대한건설협회 전북도회 윤재호 회장 "도내 건설사 65% 매년 적자...발주기관, 지역업체 배려를"

대한건설협회 전북도회 윤재호 회장은 지금 건설업체들이 겪고 있는 현실에 대해 지난 1998년 IMF보다 더 혹독한 ‘제2의 IMF’ 시기라고 규정했다.

 

하루에도 다수의 건설업체들이 어음을 막지 못해 부도위기에 시달리고 있고 아예 물량이 없어 빈 사무실을 지키는 업체도 수두룩한데다 심지어는 적정공사비 확보가 안 된 적자 공사도 감행하고 있다고 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임금체불은 물론 공사대금을 지불하지 못해 각종 법정소송에 시달리고 있는 게 도내 건설업이 처한 현실이라는 것.

 

윤 회장은 “11월 말 기준으로 지역내 종합 업체 665개사 중 공공공사를 1건도 수주하지 못한 업체가 전체의 30%에 육박하는 187개로 조사됐다”며 “종합건설업체 유지를 위한 손익분기점인 연간 신규 수주액 50억 원에 미달하는 업체도 전체의 65%인 429개사로 경영난에 시달리는 건설업체가 면허를 반납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윤 회장은 이어 “이런 상황에 내년 정부 SOC 예산규모가 올해보다 1조원 감소한 23조 3000억 원으로 책정됐다”며 “예산 총액만 보면 올해와 엇비슷하지만, SOC투자 방향이 신규 투자보다는 완성위주와 운영효율에 중점을 둘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신규 물량난은 오히려 더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윤 회장은 “지역건설업 보호 육성을 위해 발주기관에서 앞으로 추진예정인 신규사업에 대해 우선적 분할발주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며 “한정된 예산과 물량을 다수의 지역업체가 최대한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지역제한 대상이나, 지역의무 공동도급 대상공사 발주하는 전향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업계의 채산성 악화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실적공사비를 지역제한 대상공사 이상에만 적용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 발주처의 사정으로 인해 공기연장이 되는 경우 해당되는 추가비용을 적정 반영조치 하는 지원 등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슈퍼 갑으로 불리는 발주처(공공기관)의 갑을 관계도 전향적으로 개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윤 회장은 “계약법률에 의하면 계약의 원칙은 상호 대등한 입장에서 당사자의 합의에 따라 체결되어야 하지만 그렇지 못한 실정”이라며 “그간 발주기관은 시설물을 구매하는 수요독점적 지위를 이용, 다양한 방법으로 계약상대자의 정당한 이익을 침해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특히 중소건설업체는 내역서를 검토할 시간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수주를 위해 입찰에 참여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며 “낙찰된 후 손실을 보는 공사를 맡더라도 계약거부시 감수해야하는 불이익이 너무 가혹해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감내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윤 회장은 마지막으로 “이의신청제도가 마련돼 있긴 하지만 부정당제재·계약보증금 귀속 면제 근거가 없어 실효성이 미미한 상태”라며 “발주기관의 부당행위로 인한 계약상대자의 신속한 권리 구제 등이 가능토록 계약법상 이의신청제도를 명확히 하는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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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모 kangmo@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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