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거리 다양한 '근현대벨트거리'·'골목 갤러리'…
날이 차갑지만 코끝은 상쾌하고 발걸음은 가볍다. 오늘은 우리 동네 갤러리에 찾아가는 날이기 때문이다. 동국사 가는 길에는 문화예술에 목말라있던 군산지역민에게 고마운 여인숙이 있다. 그리고 그 곳엔 희망이 있다.
△멈춰 있던 공간에 숨을 불어넣다
군산의 근현대벨트거리에는 참으로 볼거리가 많다. 구도심에는 동국사, 히로쓰 가옥, 조선은행 등이 자리잡고 있어 그야말로 과거의 중심지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시가지가 개발되면서 자연스럽게 구도심이 침체되기 시작했다. 마치 시간이 멈춘 듯 말이다. 그러나 구도심에도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 2011년을 시작으로 지역주민, 예술인과 함께 공감하는 마을 가꾸기 프로그램이 시작됐다. 여인숙에서 활동하는 예술인들이 마을 사람들과 향유할 수 있는 ‘골목 갤러리’를 만들기로 했다. 벽화를 그리는 것은 작가들이었지만 벽화와 함께 마을을 아름답게 하는 것은 주민의 격려와 따뜻한 마음이었다. 그렇게 구도심에는 타지역 예술인과 지역주민이 주인이 되어 희망이라는 숨을 불어 넣었다.
골목 갤러리는 구석구석 작품을 찾아보는 재미가 있다. 알록달록한 담장 위에는 조그마한 그림이 숨겨져 있다. 골목을 들어설 때마다 어떤 그림이 펼쳐질지 기대된다. 특히 골목길 끝에 쪽에는 군산복싱체육관이 있는데, 그 앞에는 복싱의 기술이라는 만화도 코믹하게 잘 표현되어 있어 웃음을 자아낸다. 챔피언이 되고 싶다면 군산 복싱 체육관 골목길을 찾아 비법을 전수받길 바란다. 그 밖에 골목 곳곳에는 한국을 대표하는 이중섭·장욱진의 작품과 서양의 작가 고흐·피카소·몬드리안·마티스 등의 작품을 재현해 놓았다. 군산을 대표하는 시인 고은의 ‘세노야’와 ‘그 꽃’을 만나실 수 있다. ‘그 꽃’의 구절처럼 올라갈 때 못 본 골목 그림을 내려갈 때 볼 수 있다.
△그곳이 알고 싶다, 창작 레지던시
창작문화 공간 여인숙은 ‘여러 이웃이 뜻을 이루다’라는 슬로건을 가지고 다양한 사람과 계층이 소통하고자 하는 공간이다. 이 공간은 실제 1960년부터 2000년 초반까지 삼복 여인숙으로 사용이 되었다. 현재는 새로운 공간으로 탈바꿈해 1층은 갤러리로 2층은 작가들의 숙소로 사용되고 있다. 수도권에는 창작공간이라는 개념이 도입된 지 꽤 되었고 수많은 레지던시가 존재하지만 아직 창작 레지던시가 생소한 것이 사실이다.
창작 레지던시란 공모를 통해 선발된 작가가 일정 기간 숙식을 제공받으며 작업 활동을 하는 공간을 의미한다. 군산 창작 레지던시 여인숙은 3명의 외부작가가 8개월간 작품 활동을 하고 전시회를 여는 방식으로 운영이 되고 있다. 수도권에 수많은 창작 레지던시가 있지만 군산의 여인숙은 예술인들로부터 인기가 많다.
외부 작가들은 군산지역에 체류를 하면서 타자의 시선으로 군산을 새롭게 바라봄으로써 작품을 기록하고 해석한다. 군산을 다양한 공간으로 해석하고, 상상력을 동원하여 지극히 평범하고 일상적인 세계를 낯설게 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조인한 작가는 명쾌하게 이렇게 정의를 내려주었다. “레지던시 입주 기간 중 누릴 수 있는 최고의 혜택은 ‘시간‘입니다. 군산 곳곳을 돌아다니며 듣게 되는 소소한 이야기, 개개인의 역사들을 기록하고 있는데요. 이런 것들은 군산에서 절대적인 시간을 보내지 않으면 나올 수 없는 것들입니다. 저는 카메라로, 글로 기록된 잘라진 이야기를 이어 붙이거나 덧붙이기도 해서 그것을 보여주는 하나의 매개체일 뿐이고 모든 소스는 군산 사람들을 통해 나옵니다. 한마디로 개별적인 군산 이야기를 바느질 하는 것이 제 일입니다. 마치 퀼트처럼요.”
△응답하라 군산시민
문화공간이 부족했던 군산지역민에게 그리고 예술인들에게 여인숙이라는 공간은 어떤 의미일까? 서진옥 큐레이터는 “우리 지역에서 활동할 수 있는 예술가들을 외부로 떠나보내지 않게 하는 공간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조인한 작가는 “무엇보다도 주민과 타지역 작가가 만들어낸 작품이 함께 전시되는 공간이다”며 “입주 기간이 끝나더라도 외부작가들이 군산과의 교류의 끈을 놓고 있지 않으며, 어제 뒤풀이에도 이전 년도의 작가들과 함께 모였다. 작가들끼리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게 해준 공간이다”고 덧붙였다.
조 작가에게 작은 갤러리와 주민의 소통을 물었다.
“작업공간은 갤러리와 다른 곳에 있어서 매번 지역 주민과 소통할 수는 없지만 가끔 이야기를 전해 듣고는 합니다. 주민이 갤러리에 찾아오셔서 내용이 다소 어렵다는 이야기를 한다고 하시는데요. 주로 전시되는 것들이 설치미술, 실험영상이어서 그럴 수 있어요. 그러나 이 또한 시민의 예술에 대한 반응일 수 있으며, 여인숙은 시민과 소통하고자 하는 신호를 끊임없이 보내고 있습니다.”
이제 남은 일은 군산 시민이 응답하는 것이다.
※ 박미소씨는 전주교대 영어교육과에 재학중인 대학생. 현재 2013 도민블로그 단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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