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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주산내들 희망캠프 '히말라야를 가다' (하) 천상의 세계로

고지대 티벳 불교 세상…설산이 에워싼 마을도 장관 / 일부단원 두통 호소했지만 수천미터 고지 무사히 등반

▲ 탐사단원들이 히말라야 마나슬로 마지막 마을인 사마가온 입구에서 환호하고 있다.

트레킹 4일째.‘뎅’마을을 출발해 ‘남릉’마을을 목적지로 삼고 배낭을 멘다. 자체 취사로 식사를 해결하는 탐사단이 시간도 절약할 겸, 라면으로 점심을 때우고 길을 재촉한다.

 

길을 걸으며 마주치는 마을마다 우리에겐 상당히 낯선 히말라야 방식의 남녀 역할을 자주 목격한다. 이 지역에 사는 여자들은 강도 높은 육체적 노동을 불만 없이 해결한다.

 

여자들이 집 짓는 현장에서 질통을 짊어지고, 자신의 몸체보다 2~3배 큰 나뭇짐을 나르는 장면은 흔한 일상이다. 심지어 한 남자는 어린 딸에게 등짐을 맡기고, 본인은 하늘하늘 비탈길을 오른다. 뽀로통한 표정을 지어 마땅한 딸은 얼굴 가득 웃음을 잃지 않고 내달린다. 현지 가이드는 “네팔에선 남자로 태어나야 한다”고 너스레를 떨며 웃는다.

▲ 히말라야 마나슬루 베이스캠프 근처에서 탐사단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해발 2500미터에 이르니 길가에 드문드문 얼음이 나타난다. 지나치는 마을마다 불교 경전을 새긴 웃긋불긋한 천을 잇따라 이어 만든 ‘타르초’와 ‘룽다’가 바람에 나부낀다. 히말라야 저지대는 힌두교, 고지대는 티벳불교의 세상이다.

 

마주치는 사람들도 이젠 인도계의 아리안족 계통이 아닌, 우리에게 친숙한 얼굴과 몸매를 가진 티벳족들이다. 이곳 주민들은 티벳 지역에서 히말라야 설산을 넘어와 새롭게 자리잡은 경우가 많아, 히말라야 산맥을 넘어가는 통로인 ‘나르케 패스’를 넘나든다.

▲ 히말라야 고지대에 사는 네팔인들의 종교는 티벳불교이다. 마을 입구마다 마니탑이 세워져 있다.

마을 입구에 돌을 모아 만든 ‘마니탑’과 주요 길목마다 불경을 새긴 판석으로 장식한 ‘마니월’이 방문객들을 숙연하게 만든다.

 

트레킹 5일째. 오늘의 목적지는 해발 3500미터에 자리한 마나슬루 최고도 마을인‘사마가온’이다.

 

이제 한국서 준비해 간 식량이 바닥을 드러내며, 식사 때우기 아이디어들이 이어진다. 배낭 속에서 으스러진 빵부스러기를 연유에 넣어 먹기, 찐계란에 고추장 찍어먹기, 먹을 수 있는 건 뭐든지 식욕을 자극한다. 개인 배낭에 남은 간식거리를 뒤적여 나눠먹는 공동체 의식도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언덕을 돌아 올라‘샬라’마을에 발을 내딛은 순간, 단원들은 누구 할 것 없이 ‘오~’를 외친다. 설산이 마을을 360도 에워싼 풍광은 이세상이 아닌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이리 보아도 설산, 저리 보아도 설산, 똑바로 걷다가 뒤돌아 뒷걸음질 치며 하얀 산을 눈에 담는다.

 

3000미터를 넘어서니 심장이 불현듯 쿵쿵 꿈틀거리며 고산증에 대한 경보를 울린다. 걷는 속도를 조금씩 낮추며 몸이 히말라야에 적응해 나가길 기다린다.

▲ 3000미터 이상 고지대에 사는 야크 떼가 석양녘에 우리를 찾아 돌아가고 있다.

사마가온을 지척에 두고 히말라야에선 보기 드문 대분지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때마침 석양녘, 집으로 돌아가는 야크 떼들이 워낭소리에 발맞춰 느긋하게 걸어간다. 시신경 가득 설산을 담으며 야크와 나란히 걷는 히말라야의 해지름 풍경, 힘들 때마다 이 장면을 떠올리면 삶의 고통이 모두 지워질 것만 같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나만의 진통제가 화수분처럼 가슴에 들어온 셈이다.

 

묵직한 피로감을 느끼며 도착한 사마가온. 몇몇 단원들이 머리를 감싸며 고산증을 호소한다. 두통·어지럼증·메스꺼움 등 증세도 다양하다.

 

트레킹 6일째. 사마가온 로지에서 새벽밥을 먹고 마나슬루 베이스캠프를 향해 출발한다. 7명의 단원 가운데 무려 4명이 고소증과 체력 고갈로 로지에 대기하고, 3명만이 설산을 향했다.

 

거침없이 달리던 계곡물도 점점 얼음과 눈 속에 갇혀 버리는 설산으로 향하는 길. 하늘에서 눈이 하늘하늘 흩날린다.

 

가장 먼저 탐사단을 반기는 건 빙하에서 흘러나온 물이 만든 호수이다. 얼음으로 덮힌 호수 위에서 미끄럼을 지치며 봉우리를 향한 발걸음을 재촉한다.

 

해발 4000미터. 한 굽이를 돌면 숨이 턱밑까지 차오른다. 단원 한 명이 심한 고소증을 호소하며 하산한다. 나머지 단원들은 눈발을 맞으며 오르막길을 터벅터벅 걷는다.

 

드디어 만년설로 빚어진 빙하와 대지가 만나는 경계선에 섰다. 지난 6일 동안 쉼없이 이어온 발걸음이 천상의 세계로 이끈 것인가. 또 언제 볼지 모르는 경이로운 대자연을 카메라와 캠코더에 연신 담고, 또 마음 속에 차곡차곡 채운다.

 

이제 하산할 때이다. 시간에 쫓기며 걸었지만 해는 히말라야 산봉우리를 넘어가고, 단원들은 헤드랜턴을 밝히고 산길을 더듬어 ‘리히’마을 로지에서 두 다리를 쭉 편다. 늦은 저녁식사 시간, 밥그릇에 와인을 채워 조촐한 하산주로 삼는다.

 

● 네팔 사람들은 왜 행복할까...단원들 재치있는 입담 대결

 

탐사단은 매일 저녁, 다양한 주제를 내걸고 토론을 벌였다. 히말라야 한복판에서 어느날 밤 설정한 주제는 ‘네팔 사람들은 왜 행복할까’였다.

 

네팔인들은 경제적으론 세계 최하위국이지만, 행복지수는 최고수준인 이유를 함께 찾아보자는 의도이다. 단원들의 발언 내용을 요약한다.

 

△단원A=대자연과 함께 살기 때문인 것 같다. 또 필요 이상의 경쟁이 없는 것도 행복도를 높인다.

 

△단원B=사람들이 협력하면서 살기 때문이 아닐까. 매사에 긍정적으로 접근하는 넉넉한 마음도 행복한 마음을 만들어 내는 것으로 생각된다.

 

△단원C=공해 없는 세상, 아름다운 히말라야의 풍경이 행복을 준다. 이런 곳에서 사는 사람이 행복한 마음을 갖는 것은 당연하지 않은가.

 

△단원D=우리나라는 공부를 삶의 모든 것으로 여기지만, 네팔인들은 아니다. 또 쫓기는 삶을 이곳에선 찾아보기 힘들다.

 

△단원E=네팔인들의 일상에선 사람 냄새가 난다. 여기에서 모든 행복이 시작하는 것이 아닐까.

 

△단원F=우리는 콘크리트에서 태어나 콘크리트에서 살아가지만, 네팔인들은 자연에서 태어나 자연에서 살아간다. 그게 행복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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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모 kimkm@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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