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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ch 15, 2014

앞만 보고 달리지 말고 사랑하는 가족들과 좋은 추억 많이 만들길

▲ 온태현 전북사대부고 1년
생각해보니 내가 미국에 가 있었던 3년을 제외하곤 우리 가족은 항상 대가족이었다. 아기때부터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부모처럼 날 키워주셨기 때문이다. 아파트에 살때도 지금 주택에서도 이층에는 나와 부모님이, 아래층에는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사신다. 거기다 동물 가족들도 열마리나 산다. 이렇다 보니 우리집은 항상 북적북적 소란스럽다. 아마 식구들 밥 챙기고 강아지 고양이들 식사 준비 하는것이 우리집에서 가장 큰 일과가 아닐까. 빨래도, 바닥의 먼지도 끝이 없고, 현관은 치워도 치워도 신발들로 넘쳐난다. 가끔 셔츠나 양말 몇 켤레가 주인을 잃고 헤매기도 한다.

 

사실 집에 항상 사람들이 있다 보면 불편할때가 있다. 나는 지극히 개인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인지라 조용히 혼자 시간 보내기를 좋아한다. 당연히 우리집에서 그런 시간을 바라기란 조금 힘들다. 또 집에 혼자 있고싶은 날도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양면이 있는 법. 나는 우리 가족이 서로 부대끼며 살아가는 모습이 참 보기 좋다. 아프고 힘들때 서로 도울 수 있고, 언제나 든든한 내 편이 있다는 것에 감사한다. 이렇게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밥을 먹고, 하루의 끝에 다 같이 모여 영화를 볼 가족들이 있어 참 다행이다. 나의 어머니께서 지난 며칠간 건강 문제로 병원에 입원하셨다. 일주일은 그리 긴 시간이 아니지만, 어머니의 빈 자리가 크게 느껴졌던 한주였다. 다행이 가족들이 있었기에 빈 자리를 조금씩 나눠 채울수 있었다. 강아지들 고양이들 밥은 내가, 운전 기사 역할은 할아버지께서, 그리고 청소는 여러 사람이 돌아가면서 했다. 내가 없을때 내 자리를 누군가 채워줄 수 있다는 것은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다.

 

3년간 외국에 살면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가족의 빈자리가 느껴졌던 때였다. 가족과 멀리 떨어져 이리도 긴 시간을 보낸 건 처음이었다. 더이상 응석 부리거나 떼 쓸 처지가 아니었다. 갑자기 철없는 아이가 어른이 된 기분이었다. 바보같게도 텅텅 빈 집이 한동안 무서웠다. 학교에서 학예회를 하거나 내가 속한 동아리 공연에 오시는 친구들의 부모님이 부럽기도 했다. 그때 외삼촌이 안계셨으면 참 외로운 3년이었을 것이다. 외삼촌께서 나머지 가족들의 빈자리를 채워주셨기에,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이제 2주만 지나면 다시 외국 생활을 한다는 사실이 조금 섭섭하기도 하다.

 

나 뿐만이 아니라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가족들과 떨어져 산다. 요즘에는 대가족도 찾아보기 힘들다. 기숙사에 머무는 학생들, 타지에서 일하시는 아버지들…솔직히 나는 약과가 아닐까? 나 하나 바다 건너가도 우리집은 여전히 붐비겠지만, 핵가족에서 아이나 아버지가 없다면 집이 꽤 쓸쓸할 것이다.

 

이 밤중에 왜 우리나라엔 유독 갈래 갈래 찢어져 사는 가족들이 많은지 생각해 본다. 너무나 성공적인 미래에 대해서만 생각해서가 아닐까. 함께하는 시간보다 나중을 바라보며 앞으로 달려가는 일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것 같다. 일단 좋은 대학에 들어가야 하고, 같이 하는 저녁식사 보단 일과 학업이 우선이다. 개인의 문제만이 아니다. 학교에선 한밤중까지 보내주지 않고 회사는 야근에 회식까지. 하지만 자꾸 미루다 보면 영영 못 이룰지도 모른다. 티비에 근사한 여행지가 나올때마다 ‘나중에 시간나면 가야지’ 혹은 ‘돈을 더 벌게되면 가야지’ 하고 말만 하지 않는가? 미래에는 어떤 일이 생길지 아무도 모른다. 그러니 현재에 충실하는게 맞지 않을까. 사랑하는 가족들과 후회하지 않도록 지금! 시간을 보내는게 중요하다. 더 늦기 전에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들도록 하자(나 자신도 포함해서). 나중에 이미 떠나버린 시간을 후회하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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