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이 몸에 밴 사람들 낯선 곳 생활 문제 없어 새로운 삶 활력소 기대
사람들도 동네를 닮는다고 했던가. 동네처럼 주민들도, 학교 친구들도 하나같이 순박하다. 전주에서, 또 미국에서 살았을 때 아침마다 모르는 사람들과 정겹게 아침 인사를 나눈 기억이 없다. 여기서는 아침 인사를 하지 않는 사람이 더 이상하게 보인다. 나도 이제는 익숙해져 아직은 서투른 일본어로 인사를 한다. 학교 앞의 편의점 아주머니랑도 친근하게 인사하는 사이가 되어 버렸다. 학생들이 자주 가는 곳이라 아주머니께서는 학생들 이름을 다 외우신다! 학교 분위기도 느긋해서 전혀 경쟁이 없다. 수업을 마치고 기숙사로 돌아 갈 때면 운동부 선수들의 힘찬 훈련 소리가 멀리서 들려온다. 모든 게 부드럽고 느긋한 기분이다.
최근에는 한 친구가 반 아이들 모두를 자신의 집으로 초대했다. 나보다 먼저 유학온 친구가 일본인들은 예의를 엄청나게 지킨다기에 굉장히 조심스러웠다. 여기 사람들은 쉬이 마음을 열지 않는다. 시간을 가지고 천천히 다가가야 한다. 이번 기회에 갔다가 실수하면 어쩌나 하고 마음을 졸였다. 가기 전날 예의바르게 말하는 방법까지 공부했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친구의 아버지는 무척이나 재미있는 분이셨고, 초대받은 아이들을 직접 차로 데려다 주셨다. 야나가와 외각에 위치해 있는 집은, 정말 시골같은 분위기였다. 집 안으로 들어선 순간 입이 떡 벌어졌다. 정말 전통적인 일식 다다미 방에는, 긴테이블 가득히 음식이 차려져 있었다. 친구를 제외한 가족 모두가 주방에서 열심히 일하고 계셨다. 정말 놀랐다. 친구들이 온다고 무슨 뷔페에 온 것처럼 점심을 차려주시다니. 국제 학생들과 일본 학생들은 모두 즐겁게 어울리며 근사한 점심을 먹었다. 말은 잘 통하지 않지만, 뭐 또 그러면 어떤가. 손짓 발짓 모두 섞어가며 대화 하는것도 나름대로 즐겁다. 주 요리는 우리나라의 김밥 처럼 삼각형 모양의 김 위에다 밥을 올리고, 마음에 드는 재료를 골라 먹는 것이었다. 비슷하지만 또 다른 맛이 있어 흥미로웠다. 친구의 어머니께서는 식사가 끝난 후 향 좋은 홍차까지 직접 우려내어 대접해 주셨다. 너무 잘 대해주셔서 나중에는 죄송한 마음까지 들었다. 모두들 배가 부르자 밖에 나가 열심히 뛰어 놀았다. 친구네 집에 놀러가서 휴대전화만 만지작 거리고, 같이 텔레비젼을 보는 것 말고 땀을 흘리며 열심히 논 것은 참 오랜만이었다. 다시 초등학생이 된 듯한 하루를 보냈다.
확실히 일본이라고 다 이런 것도 아니고, 더 큰 도시로 나가면 분위기가 다르겠지만, 이곳 야나가와는 참 예쁜 동네라는 생각이 자주 든다. 앞으로 이곳에서 더 많은 것을 경험할 생각을 하니 기대가 된다. 한번쯤은 여기 느긋한 곳으로 여행을 와도 좋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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