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우리나라를 방문한 프랑스 문명비평가 기소르망(Guy Sorman)은 ‘21세기는 제조업이 국가경제의 기반이 아니라 문화산업이 경제의 중심에 들어올 것이다’고 했다. 선진국의 기준도 옛날에는 그 나라의 국민소득과 경제수준으로 평가됐지만 지금은 문화예술의 발전과 수준으로 결정되고 있다.
때마침 문화체육관광부와 문화융성위원회가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을 ‘문화가 있는 날’로 정했다. 문화시설의 문턱을 낮추고, 국민들에게 문화가 있는 삶을 누리게 하자는 취지로 올해부터 시행하고 있다. 이 날은 고궁이나 박물관, 전시관, 영화관 등 주요 문화시설을 무료로 입장하거나 할인해주고, 야간 개방과 공연, 전시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문화에 대한 이해와 참여 확대라는 목표를 두고 있다.
최근 들어 자치단체들이 지역문화를 소중히 여기고, 적지 않은 예산을 들여 문화시설을 확충하고 문화콘텐츠를 개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또한 인적자원을 배양하여 문화라는 광맥에서 부가가치를 더 많이 창출하려는 노력도 이 때문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곳곳에서 생활문화예술동호회가 활성화되고, 보는 문화에서 참여하고 체험하는 문화 활동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문화라는 뜻의 컬쳐(Culture)는 밭을 갈고 재배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즉 문화는 생산이라는 것과 연결돼 있다. 사실 문화에 대한 지원 없이는 좋은 열매를 얻을 수 없다. 우리는 ‘싸이’라는 한 가수가 세계를 놀라게 한 사건을 기억하고 있다. K-Pop이 일본과 아시아를 넘어 팝의 고장이라는 유럽과 미국을 강타했다. 드라마 ‘겨울연가’와 ‘대장금’으로 시작한 한류열풍이 청소년들을 통해 K-Pop과 같은 대중문화로 이어지고 있다. 세계 브레이크댄스의 역사를 새로 쓴 비보이 ‘라스트포원’이 전북 출신의 청소년들이었다.
국민들의 바람은 인간다운 삶을 누리는 것이다. 주말이면 가족과 함께 문화생활을 즐기고 예술의 향에 빠지고 싶어 한다. 중소도시 산업단지에서 근무하는 대기업 직원들이 높은 급여를 받는데도, 문화혜택이 좋은 대도시로 돌아가려고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문화시설에 대한 투자와 함께 예술인들에 대한 지원이 절실한 때다.
‘며칠째 굶었어요. 남은 밥과 김치가 있으면 저희 집 문 좀 두들겨주세요!’라는 쪽지를 남기고 간, 시나리오 작가 최고은 씨처럼 생활고를 이기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는 제2의 작가들이 있어서는 안 되겠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한 달에 백만 원도 벌지 못하는 예술인이 63%나 될 정도로 예술인들의 생활형편이 너무나 열악하다. 사실 내 주변에도 붓 대신 대리운전대를 잡거나 건설현장에서 막일을 하는 예술인들이 많다.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이 기다려진다. 지금은 시작단계지만 갈수록 다양한 문화콘텐츠가 개발되고, 시민과 기관 단체들의 참여가 확산되리라 기대한다.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훈훈한 문화의 날이 됐으면 좋겠다.
△수필가 백봉기씨는 2010년 ‘한국산문’으로 등단. 수필집 〈여자가 밥을 살 때까지〉 〈탁류에 혼을 불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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