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위 시선 의식하기보다 내가 하고 싶은 수업해야 학생도 즐겁게 학교생활
비록 역할이 다르지만 나는 어른이 돼서도 여전히 학교에 가고 있다. 학교라는 공간을 사랑하지 않았다면 굉장히 힘들고 지루한 나날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수업속의 나와 원래의 나에 대해 생각하며 어우러지려고 나름 치열하게 고민하지만, 사실 매일 매일이 생각보다 쉽지는 않다.
수업시간에 아이들이 보온병의 물을 따라 마시고 짝과 이야기 하고 필통을 흔든다. 왠지 앉고 싶은 짝과 앉고 싶은 자리에 앉아서 그런가 해서, 순간 “번호 대로 앉아!” 외치고 싶어진다.
그렇지만 아이들의 신체적 자유나 작은 속닥거림을 빼앗는다면 교실이 얼마나 팍팍해질까 싶어 다시 한 번 심호흡 하며 마음의 여유를 찾아본다. 아이들이 얼마나 즐겁게 배우고 즐겁게 학교생활을 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수업은 교사만의 시간이 아니라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이다. 하지만 내 말에 모두 집중하고 있는 것 같아도 아이들 마음속에서는 얼마든지 딴생각이 일어날 수 있다. 그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억지로 정돈된 모습만을 만들다 보면, 결국 수업은 가르치려는 교사와 쉬고 싶은 학생간의 전쟁이 된다. 하지만 내가 나다운 모습으로 그리고 아이들이 자신다운 모습으로 진심으로 함께하면 뭔가 마음이 맞는 순간들이 더 많아진다. 그걸 찾고 기다리는 일이 힘들지만 보람찬 일과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교사는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지, 나와 함께 있는 학생은 어떤 아이인지, 학교는 어떤 곳이어야 하는지 등의 기본적인 질문을 던지며 교사로서의 내 모습을 천천히 찾고 있다. 이런 고민이 이어져야 수업에 빛깔이 더해지기 때문이다. 또, 마음속에 철학이 있다고 해서 바로 수업이 바뀌는 것도 아니고 그것을 어떻게 담아낼 것인지 고민해야 해서 어렵고 또 어렵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미술과 음악은 타고난 재능이 필요하지만 수업은 노력으로 조금씩은 나아질 수 있다는 점이다. 수업을 함께하는 말하기, 관계 맺기, 수업 지식 등은 시간을 두고 차분히 닦아 갈 수 있다. 그래서 기술을 습득하려고 안달하기보다 먼저 수업 안에서 나다움을 찾아보려 한다.
그래서 수업 방법 역시 내가 좋아하는 것, 나에게 맞는 것을 찾고 있다. 내가 좋아하지 않으면 도대체 내가 아닌 것으로 자꾸 수업을 치장하게 된다. 내가 꼭 그렇다고 말하기는 뭐하지만 교사들은 대체로 모범적인 성향의 사람들이다. 그래서 자신이 원하는 것보다 주위 시선을 생각해 남 보기 좋은 모습을 애써 보일 때가 많다. 그리고 이런 성격은 수업에서도 종종 드러난다. 아무리 병아리 교사라도 스스로 생각하는 수업 상이 어렴풋이 있을 텐데, 그것을 접어두고 남의 기준에 내 수업을 맞추려는 때가 많다.
그렇지만 ‘마음속에 있는 나’와 ‘보이는 나’가 다르면 그 사람은 행복해질 수 없다.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수업을 해야 나도 즐겁고 학생도 즐겁다. 일을 통해 나라는 존재가 누구인지 발견하고 그 속에서 흔들리지 말아야 ‘자기다움’을 찾을 수 있다. 내가 왜 이 일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첫날의 질문은 그 과정 안에서 자연스럽게 구해질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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