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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의 힘과 수명

가을 축제가 한창이다. 축제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도시 마케팅의 상징적 통로가 되었다. 우리나라는 1990년대부터 지역축제의 봇물이 터지기 시작했다. 그 사이 수도 없는 축제가 만들어지고 사라졌지만 산업화의 통로로 기능하는 축제를 성공시키는 일은 자치단체의 열망이 됐다.

 

실제로 축제는 문화시장의 한축으로 자리 잡았다. 유럽 도시 중에는 축제를 통해 얻어진 관광 수익으로 재정의 상당부분을 충당하는 예가 허다하다.

 

과거의 축제가 일상에서 엄격히 지켜져왔던 질서와 권위, 사회적 위계질서의 효력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공간과 시간 속에서 이루어지는 틀이었다면 오늘의 축제는 창조적 상상력을 꽃피우는 공간과 시간의 의미를 부여한다.

 

축제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그 뿌리는 보다 원시적인 형태로 존재하겠지만 오늘날 문화시장으로 기능을 하고 있는 축제의 모습은 역시 유럽의 축제에서 찾아진다.

 

중세기를 거치면서 더욱 세련되고 지적인 형식으로 발전된 유럽의 축제는 20세기 들어서면서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엄청난 위력의 문화적 힘을 과시하는 시장을 형성했다. 현재 세계 각국에서 펼쳐지는 국제적인 규모의 축제만도 수백여 종. 1년 사시사철 열리지 않는 때가 없을 만큼 축제는 양산되어 그 이름을 정리하기에도 어려울 정도다.

 

유럽 축제의 중심은 대개 음악이다. 자신들의 문화적 전통과 무관하지 않다. 날이 갈수록 장르의 융합이 빠른 속도로 가세되고 있지만 음악, 특히 오페라에 주목하는 유럽 여러 도시가 지향하는 축제의 정체성은 여전히 유효하다. 오히려 보편적 가치를 방패삼은 유럽의 축제들은 상업주의로의 변질을 경계하며 자신들의 독창성과 보편성을 확보하는 기획으로 세계를 좁혀가고 있다.

 

물론 이들이 언제까지나 이런 성격을 지켜 나가리라는 확신은 없다. 장르의 혼합은 더욱 저돌적인 기세로 문화 환경을 포섭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징조는 이미 곳곳의 축제들에서 드러나고 있다. 이태리 베로나 축제나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축제 처럼 100년 전통을 가진 축제 역시 중심 행사와는 별개로 다양한 기획들이 배치되면서 그 다양성이 주는 흥미로움과 예술적 에너지가 관광객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새로운 창구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성공한 유럽의 축제를 들여다보면 가장 큰 힘은 역시 그들이 지켜낸 문화적 전통에 있다. 생성과 소멸을 거듭하는 우리나라 지역 축제에게는 시사 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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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kimej@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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