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은 크게 3가지로 정리된다. 누리과정 무상교육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인데도 시도교육청이 부담을 떠안고 있다는 것과 중앙정부의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증액되지 않으면 시도교육청에서 이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 그리고 시도교육청이 어린이집 예산을 편성하는 것은 법률위반 가능성이 있으므로 중앙정부가 편성해달라는 것이다.
논리적으로나 현실적으로나 정말 맞는 이야기다. 그러나 아쉬움 또한 크게 남는 게 사실이다.
결의안이 통과되던 바로 그 시간에 전북도청 앞 광장에서는 전북어린이집연합회 회원 수 백 명이 모여서 집회시위를 하고 있었다. 도교육청이 어린이집 예산을 편성하지 않은데 항의하며 정부가 지원방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하는 내용이었다.
이들이 왜 추운 날씨에 광장에 나와 떨고 있었을까? 예산지원이 제대로 안되면 어린이집 운영이 어렵기 때문이고, 수많은 우리지역 어린이들이 제대로 보육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지금은 어린이집들이 원아를 모집하는 기간이다. 어린이집에 대한 지원예산이 없다면 원아모집에 큰 타격을 입을 것은 뻔한 일이다.
그런데도 도의회 결의문에는 도내 어린이집과 그 어린이집에서 보육되고 있는 어린이들의 걱정과 아픔에 대한 관심의 흔적이 없다. 정부가 누리과정 예산을 시도교육청에 떠넘겨 엉뚱하게도 어린이집과 시도교육청이 대립하도록 유도했다는 원망이 전부다.
지방의회는 주민들의 실생활에 바탕을 둔 풀뿌리 민주주의의 광장이다. 정치적 줄서기와 논쟁보다는 주민들의 고통과 아픔을 함께 느끼고 위로하고 어루만지고 보듬어 안아줘야 한다.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고 편을 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현장의 목소리를 충분히 듣고 조정과 타협안을 마련하려는 노력을 먼저 보여야 한다.
사실, 누리과정 예산편성 문제는 이미 여와 야, 시도교육청과 교육부 간에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고 많은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다.
이번 회기 내에 도의회에서 통과된 결의안 중에 눈에 띄는 것이 또 하나 있다. ‘지방의회 역할 찾기 결의안’이 바로 그 것이다. 수 십 년간의 몸부림에도 불구하고 권한도 역할도 없는 반쪽짜리 지방자치 현실이 이어지고 있다며 지방의회가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지방의회가 결속해서 지방자치법을 전면 개정해야 한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다.
그런데 이러한 내용을 왜 결의문에 담았는지에 대해서는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지방의회의 역할을 찾는다면 그 주체는 누구인가? 바로 지방의회와 지방의원 자신이다. 지방의회가 제 역할을 찾으려면 먼저 지방의회 스스로 그동안의 부족했던 점을 통렬하게 반성해야 하고, 그 바탕 위에서 치열하게 노력해야 한다. 즉, 결의문이라는 문서화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줘야 할 성격에 가깝다. 누구를 겨냥해서 무엇을 노리는지 궁금하지만, 그 모양새는 영 민망하다.
도의회가 의원들의 결연한 의지를 담아 이를 밖으로 알리고 힘을 모으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그 바탕에 주민의 삶에 대한 따듯한 관심과 배려가 없다면 곤란하다. 지나치게 정치적인 색깔을 따지거나 정치적인 입장만을 내세우면 주민들로부터 외면당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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