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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 정신

‘호남 정신’이란 말이 요즘처럼 각광 받은 적도 없을 듯 싶다. 정치권이 너도나도 호남정신이란 말을 끌어다 쓰고 있다. 새정치연합 2·8전당대회를 앞두고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 문재인, 박지원 후보는 ‘호남정신 복원’ ‘호남 적자(嫡子)론’을 거론하며 호남 끌어안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새정련을 탈당한 정동영 전 의원도 작년 10월16일 전북 방문 때 “우리당이 누구를 대표하는가에 대한 정체성이 실종되고 약화됐다”며 지도부를 비판한 뒤 강력한 ‘호남정치의 복원’을 강조했다. 호남정신을 상기시키면서 구애하고 있는 것이다.

 

호남정신은 무얼 의미하는가. 왜 실종됐으며 무엇 때문에 복원돼야 한다고 하는가. 중요한 문제다. 하지만 ‘호남정신이 뭐냐’고 묻는다면 한마디로 딱 잘라 말하기가 어렵다. 정치적·문화적인 해석, 역사적·인문사회적·경험적 풀이 등 다양한 접근이 필요할 것이다. 또 호남이지만 전북과 전남·광주의 지역적 차이도 있다. 광주·전남은 학생의거와 5·18민중항쟁 상징지역이다. 전북은 풍류와 선비, 저항정신이 강한 곳이라는 이미지가 있다. 그런 점에서 정의와 민주, 저항은 호남정신의 핵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런 가치를 ‘전주정신’, ‘전북정신’으로 주장하기도 한다. 작년 12월15일 전주에서 열린 동학농민혁명 2주갑 학술대회에서는 동학농민혁명을 ‘전주정신’의 근간으로 삼자는 주장도 나왔다. 역사학자 이이화씨는 “낡은 틀을 깨고 인간답게 사는 세상을 열려 했던 동학농민혁명의 민중적 저항에서 전주정신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런가 하면 “전주정신을 정립할 때 동학은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다. 동학정신은 전북정신으로 가야 한다(이동희 전주역사박물관장)”라거나, “정읍·고창 등 이웃 시·군과의 관계설정, 지속성의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정진영 안동대 교수)”는 주장도 있다.

 

어쨌건 호남정신은 계승 발전돼야 한다. 그런데 그럴 인물들을 키우지 못했다. 호남은 또 소외 지역이 된 지 오래다. 호남정신이란 말이 정치이벤트가 열릴 때만 각광 받아선 안된다. 지금 호남정신을 외치는 정치인들이야말로 ‘호남 쇠락’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전북정신도 이참에 규명돼야 한다. 정치적인 구호보다는 도대체 ‘호남정신’ ‘전북정신’이 무엇인지 인문학적 접근부터 새로 시작할 일이다.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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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재 kjlee@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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