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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주산내들희망캠프' 히말라야 오지마을 탐사단 (상)쿰부 히말라야-⑴

아름다운 설산의 향연… 볼수록 그 느낌 감동 여전하구나

▲ 대원들이 쿰부 히말라야 곳곳에 솟은 설산들의 위용을 감상하고 있다. 멀리 에베레스트·눕체·로체·아마다블람이 보인다.

완주산내들희망캠프(대표 이왕영)는 해마다 1월이면 히말라야 오지마을 문화탐사단을 꾸린다. 대둔산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전문 산악인들이 힘을 모아 함께 만든 완주산내들희망캠프는 산악캠프를 중심으로 아웃도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한편 지역 공동체를 활성화시키는데 관심을 쏟고 있다. 특히 청소년과 장애우들이 주요 관심 대상이다. 이에 따라 오지마을 탐사단은 매년 청소년들을 주축으로 구성되었지만, 2015년 탐사단은 지난해 발생한 세월호 참사에 따라 청소년들의 안전문제에 대해 숙고하는 시간을 갖는다는 뜻에서 성인들로만 꾸려졌다. 이달 5일부터 20일까지 진행된 히말라야 오지마을 탐사단의 쿰부 히말라야(에베레스트 일대) 트레킹과 완주산내들희망캠프가 지원하는 네팔 고프카 지역 ‘시리 사라다’학교 방문기를 세 차례에 걸쳐 싣는다.

 

히말라야는 언제나 다르게 다가온다. 인천 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네팔 카트만두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맞는 건 구름 위로 의연하게 모습을 드러낸 히말라야 설산들이다.

 

히말라야 오지마을 탐사단이 이번에 찾은 곳은 히말라야 에베레스트 일원. 네팔인들이 에베레스트를 포함한 히말라야 북동쪽 산간 지역을 지칭하는 ‘쿰부 히말라야’트레킹이라는 표현이 더욱 정확하다.

 

자국 문화와 역사를 소중히 여기는 네팔인들은 ‘에베레스트’라는 명칭을 달갑지 않게 생각한다. 영국의 측량사 이름인 에베레스트보다는 네팔의 고유 이름인 ‘사가르마타’라는 이름을 사용하기를 선호한다. 현지 주요 지도를 들춰보면 사가르마타라는 명칭에 이은 괄호 속에 에베레스트라는 이름을 써놓곤 한다.

 

쿰부 히말라야에 들어가려면 카트만두에서 경비행기를 타야 한다. 물론 자동차를 이용한 후 걸어서 들어갈 수도 있지만, 이 코스는 일주일 정도가 소요되므로 대부분의 네팔인과 산악인들은 카트만두에서 루클라를 잇는 경비행기를 이용한다.

 

12인승 경비행기가 약간 뒤뚱거리며 활주로를 박차고 하늘로 떠올라 구름 속을 거침없이 달린다. 이윽고 구름을 뚫고 나타난 또 하나의 천상의 풍경, 운해를 가볍게 치마폭처럼 두르고 새하얀 설산이 앉아있다. 저기 쯤이 다울라기리이고 저기 쯤이 안나푸르나일까. 연이은 설산들을 가늠하며 입은 절로 반쯤 벌어지고, 가슴에선 두근거림이 느껴진다.

 

히말라야를 마주 대한 건 이번이 네 번째. 보면 볼수록 그 느낌과 감동, 무게감은 더욱 깊고 무거워진다. 거대한 대자연이 인간이란 작은 생명체에게 말없이 펼쳐 보이는 눈이 시리도록 먹먹한 파노라마와 압도감, 거기에 그동안 히말라야 골짜기와 설산과 부닥치며 넘었던 역경과 기쁨이 교차된다.

 

루클라 공항 근처 로지에서 밀크티 한 잔을 마신 후 트레킹을 시작한다. 네팔의 밀크티는 홍차잎과 우유 등을 넣고 끓인 차로, 인도지역의 ‘짜이’와 제조방식이 거의 같다. 네팔인들은 이 차를 하루 서너잔씩 틈나는 대로 즐긴다.

 

오늘의 목적지는 ‘팍딩’(2640m). 루클라(2850m)에서 가벼운 내리막길로 이어지는 팍딩까지는 고산지역에 몸을 적응시키는 가벼운 구간이다. 트레킹 시간도 3-4시간에 불과하다. 여행의 설렘 때문이었는지 출발하자마자 이번 트레킹을 위해 새로 장만한 안경을 잃어버렸다.

▲ 네팔인들은 히말라야에 생필품을 공급하기 위해 당나귀·야크·말 등 동물을 이용한다. 사진은 야크와 소를 교배시킨 좁키오.

히말라야 품에서 첫 밤을 보낸 후 본격적인 트레킹이 시작된다. 목적지는 히말라야 가이드로 널리 알려진 셀파들의 고향인 ‘남체’(3450m)이다. 이곳은 매주 토요일마다 고산족들이 시장을 열어 ‘남체 바자르’로 불리기도 한다.

 

‘조르살레’(2805m)에서 점심을 먹은 후 남체까지는 오르막길의 연속이다. 체력 소비도 많지만, 특히 고산증이 자주 발생하는 구간이다.

 

조심 조심 걸음을 내딛는데 눈이 날리기 시작한다. 점점 굵어지던 눈발이 아예 산을 가려버린다. 탐사대의 대형도 조금씩 흐트러진다. 히말라야에 생필품을 나르는 당나귀들도 쉬다 오르다를 반복한다. 히말라야의 모든 생물들이 터벅터벅 움직임의 속도를 죽이는 가운데, 폭설에 대한 긴장감과 우려감이 고개를 들면서도 묘한 해방감이 서서히 온몸에 퍼진다.

 

이제 남체. 대원 한명이 고산증으로 고통을 호소한다. 체력 유지를 위해 닭백숙을 나눠 먹은 후, 한 명씩 싸늘한 침낭 속에 몸을 의지한다. 뜨거운 물을 채운 물통을 만지작거리다 보니, 어느새 침낭이 작은 천국이다.

 

- 탐사대원 : 양한모(대전산악구조대), 이창근·이원섭·김종환(이상 남설악산악구조대) 노승대(대전산악구조대 예비대원)

 

●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공항, 루클라 - 짧고 경사진 활주로에 낭떠러지 '가슴 철렁'

▲ 루클라 공항.

히말라야 산을 넘어 날던 경비행기가 고도를 낮추는 듯하더니, 첩첩산중에 가느다란 활주로가 시야에 들어온다. 저기에 착륙할 수 있을까하는 걱정이 순간 스쳐간다.

 

짧고 경사진 활주로. 거기에 한쪽은 낭떠러지, 또 한쪽은 산으로 막힌 공항. 루클라행 경비행기를 처음 타는 승객은 누구나 오금을 저리지 않을 수 없다. 착륙할 땐 산을 향해 내려 앉고, 이륙할 땐 낭떠러지를 향해 내달리다가 기수를 올려 고도를 높인다.

 

활주로가 짧기 때문에 12-18인승 정도의 경비행기만이 이착륙할 수 있다. 시내버스보다 약간 큰 덩치에 날개만 단 것 같은 경비행기에 오를 땐, 대개 표정이 살짝 굳는다. 덜컹거리는 느낌으로 이륙하고 나면, 유일한 여승무원이 사탕 바구니와 솜뭉치를 건넨다. 승객들은 솜뭉치를 질끈 귓속에 밀어 넣는다. 경비행기는 가끔씩 히말라야 기류와 부닥치며 위 아래로 요동친다. 그러면 승객들은 절로 기도하는 종교인이 된다. 카트만두-루클라 평균 비행시간은 45분 정도.

 

에베레스트 지역의 관문인 루클라 공항은 히말라야 협곡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기후와 기류가 변화무쌍하다. 때문에 비교적 기상조건이 안정적인 아침에 이착륙이 가능한 경우가 많다. 변덕이 심한 날씨 때문에 연발착이 잦아, 쿰부 히말라야 지역을 오가는 사람들의 애간장을 태우는 사례가 많다.

 

하지만 이 경비행기는 히말라야 설산을 제대로 조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카트만두에서 루클라로 갈 때, 비행기 왼쪽 창가에 펼쳐지는 히말라야의 끝없는 풍경은 그 자체가 꿈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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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모 kimkm@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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