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지점수 축소·교장선출보직제 등 해법 필요 / 여성교원들 능력·경험 활용 기회도 확대해야
교단 내 ‘유리천장’을 깨기 위해서는 먼저 교직에서 최근 몇 년 동안 여성 비율이 높아진 이유부터 짚어야 한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가 지난 5일(현지시각) 내놓은 ‘유리천장 지수(glass ceiling index)’를 보면 한국은 25.6점(100점 만점)을 받아 OECD 국가 중 가장 유리천장이 견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OECD 평균은 60.3점이었다.
세부 항목을 보면 먼저 성별 간 임금격차가 36.6%에 달했다. 이는 조사대상 국가 중 격차가 가장 큰 수준이다. OECD 평균은 15.5%였다.
기업 경영진 중 여성 비율은 2.1%로 최하위였고, 간부급 직위의 여성 비율도 11%로 터키·일본과 함께 최하위 그룹에 속했다. 이 부문의 OECD 평균은 각각 16.7%, 30.6%였다.
이같이 사회 전체적으로 여성에 대한 차별이 엄존하는 상황에서, 그나마 성차별이 가장 적은 직종인 교원으로 여성들이 자연히 몰리게 됐다는 것이 전문가 및 교육 관계자들의 진단이다.
특히 전북도교육청 통계에서 초등학교에서 여성 교원 비율이 폭발적으로 높아지기 시작한 것이 외환위기 직후로서 노동시장의 ‘약한 고리’였던 여성 일자리들이 비정규직 등 ‘나쁜 일자리’로 대체되기 시작한 1999년 무렵인 것으로 볼 때 이 같은 분석은 신빙성을 얻는다.
결국 교단 승진 불균형 문제와 교원 성비 문제에 대해 근본적으로 들어가자면 이 같은 사회 구조적인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사회 전반의 근본적 처방과 함께 교단에서 시행할 수 있는 대책들도 필요하다. 일단 승진제도를 보면, 여성들에게 불리하게 적용돼 온 것으로 여겨졌던 ‘도서벽지점수’는 점차 축소되고 있는 추세다. 특히 도교육청은 중등에서는 ‘도서벽지점수’ 자체를 폐지하고 ‘도서벽지 특별전형’을 통해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교사를 뽑을 계획이다.
관리자급도 구성원에 대비해 일정한 여성 비율을 맞춰줘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는 ‘여초’ 교단과 ‘남초’ 교장·교감 사이의 괴리를 해소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안이지만, 여기에 대해서는 반론도 있다. 인위적인 개입이 오히려 상황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것.
윤정희 전교조 전북지부 수석부지부장은 “물리적으로 여성 비율을 할당하는 것도 사실 긍정적인 방향은 아니다”면서 대신 “교장을 ‘선출 보직’으로 운영하면 학교 구성원들이 민주적·수평적인 관계에 놓여 서열·위계질서에서 벗어날 수 있고, 자연스럽게 능력을 갖춘 여성들이 관리자급으로 진출하기도 쉬워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화적 차원의 해법도 논의되고 있다. 여성 중등 교사 A씨는 “선배가 후배를 이끌고 가는 체계가 남아있는 과목에서는 여성이 기존 시스템에 끼어 참여하기가 어렵다”면서 “이와 같은 문화에서 벗어나 여성 교원의 능력과 경험을 활용할 수 있는 기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도교육청의 한 여성 관계자는 “사회 전체적으로 보아 기혼 남성들도 가사와 같은 부담을 나눠 지는 등의 의식 전환이 필요하고, 여성들도 좀 더 적극적으로 일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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