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쌀' 전북 탄소산업…위기를 넘어 성장으로
탄소산업은 미래의 쌀이라 불리며 향후 전북 경제의 100년을 책임질 기둥으로 평가받고 있다. 탄소산업은 지난 2003년 전주 기계탄소기술원(현 한국탄소융합기술원)이 설립된 이후 비약적인 발전을 이뤘다. 그동안 수많은 기초연구가 이뤄져 고기능 탄소섬유를 양산하는 단계에 이르렀고 정부의 지원도 이끌어냈다. 하지만 전북의 탄소산업은 이제 막 첫걸음을 뗐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판로 확대와 가격경쟁력을 확보해야 하는 등 수많은 과제가 산적해 있는 셈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전북도가 탄소산업 안착을 위해 ‘메가(MEGA) 탄소밸리 구축’ 사업을 진행하는 가운데 경북도의 끼어들기식 예비타당성조사 신청이 전북 탄소산업 시장 선점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돌고 있다. 게다가 한·중 FTA에서 중국산 탄소섬유에는 무관세를 적용하고 국내 탄소섬유에는 고율의 관세를 부과한 것에 대해 미래 고부가가치 산업인 탄소섬유 산업의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탄소산업을 미래 신성장산업으로 육성해온 지난 10년도 중요했지만 앞으로 다가올 10년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따라 전주를 중심으로 한 전북지역 탄소산업은 지난 2009년부터 시작된 탄소밸리 구축사업 1단계가 마무리 되는 시점(2015년)을 맞아 새로운 전략이 필요한 상황이다.
△국내 지역간 경쟁구도 심화
전북도는 내년부터 2020년까지 5년간 총 5500억 원 규모의 ‘메가 탄소밸리 구축’ 사업을 추진키로 하고 조만간 예비타당성조사를 신청할 계획이다. 올해 마무리되는 1단계 탄소밸리 구축 사업의 연장선에 있는 사업으로 탄소섬유와 탄소 복합재, 부품·제품 기술개발, 장비 구축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한국탄소융합기술원이 전북도가 추진할 ‘메가 탄소밸리 구축’과 최근 경북도가 예비타당성조사를 신청한 ‘융·복합 탄소성형 첨단부품산업 클러스터 조성’을 비교·분석한 결과 탄소섬유 공정 개선 설비 등 도의 탐소섬유, 탄소복합재 분야와 80% 가량 중복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가 전북 중심의 탄소섬유 산업 생태계 조성을 선언한 상태에서 경북이 끼어들면서 정부의 예산 투자 비효율성과 탄소산업 역량 분산 문제가 수면 위로 오른 것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전문기관의 심사를 통해 전북의 메가클러스터 구축 사업과의 중복된 부분이 발견되면 경북도의 사업을 탈락시키거나 축소해 진행할 계획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경북도의 탄소산업 시장 진입으로 인해 전북의 탄소산업 선점 효과가 반감되고 탄소섬유 수요 기업 측면에서 차이가 나는 인프라 규모로 인해 탄소섬유 주도권을 빼앗길 위기에 처한 점을 우려했다. 한편 전북도는 지난 2002년 탄소섬유 파일럿 생산 시스템 구축(90억 원)을 비롯해 2008년 KIST 복합소재기술연구소 설립(1639억 원), 2011년 탄소밸리 기반 구축(1991억 원) 등 탄소산업 관련 정부 사업을 추진해 왔다. 특히 지난해 11월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한 전북창조경제혁신센터 개소식에서는 전북 중심의 탄소섬유 산업 생태계 조성을 발표한 바 있다.
△무관세 중국산 탄소섬유, 가격 경쟁력 약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에서 국내 탄소섬유에만 고율의 관세를 부과한 것에 대해 미래 고부가가치 산업인 탄소섬유 산업의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과 중국 모두 탄소섬유를 신성장 전략산업으로 집중 육성하고 있는 상황에서 불평등한 관세 책정으로 인해 한국 탄소섬유 시장이 중국과의 경쟁에서 뒤처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최근 양국이 가서명한 한·중 FTA 협정문에 따르면 한국산 탄소섬유가 중국에 수출될 경우 17.5%의 관세가 부과되는 반면, 중국산이 한국으로 들어올 때는 무관세를 적용 받는다. 앞으로 양국 본서명 및 국회 비준동의 절차가 끝나면 내년부터 이같은 관세가 적용될 전망이다. 그동안 한국산이 중국으로 들어갈 때 17.5%, 중국산이 한국으로 들어올 때 8%의 관세를 각각 물었다. 한국섬유개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탄소섬유 생산량은 지난 2013년 기준 모두 5700t으로, 세계 생산량(7만t)의 8% 정도를 차지한다. 반면 중국 탄소섬유 연간 생산량은 2만t 가량이다.
이처럼 중국 탄소시장은 한국의 3배 이상 규모이며, 매년 20% 가량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국내에서 탄소섬유를 생산하는 업체는 효성과 태광, 그리고 일본 업체인 도레이 등이다. 효성의 경우 전주에 공장을 두고 있으며 매년 2000t 가량의 탄소섬유를 생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가뜩이나 열악한 국내 탄소섬유 시장이 값싼 중국산의 국내 유입으로 인해 잠식될 수 있다는 점에 우려하고 있다.
탄소산업 업계는 정부 차원에서 탄소산업 등 신성장산업을 집중 육성하는 중국의 무차별적인 공세로 인한 국내 탄소섬유의 가격경쟁력 약화에 대한 걱정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중국산 탄소섬유가 값은 저렴하면서도 품질은 세계 최고 수준인 일본(도레이사)과 거의 유사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우려는 더욱 심각하다. 이는 탄소섬유 산업을 미래 신성장산업으로 집중 육성하고 있는 전북도의 향후 시장 선점 계획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전북도 해외 탄소시장 개척 본격 활동
대 내·외로 불어오는 전북 탄소산업의 위기를 성장의 발판으로 삼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카본 로드(Carbon Road)가 주목받고 있다. 탄소산업 글로벌 네트워크인 카본로드는 탄소복합재 관련 해외 선진기술 동향을 파악하고, 도내 연구기관을 중심으로 글로벌 네트워크 확대를 통한 탄소산업 관련 정책 수립의 초석을 다지는 데 큰 보탬이 될 수 있다.
또한 카본로드는 도내 탄소 관련 기업들의 판로 확보·수요창출 확대를 위한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실제 독일 등 선진 각국에서는 카본 클러스터를 형성해 클러스터 내 기업과 연구기관, 정부 간의 강한 연대를 바탕으로 기술혁신을 통한 새로운 시장 창출을 이끌어내고 있다.
이와 관련, 전북도에서도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해외 탄소시장 개척을 위한 ‘한국판 MAI 카본 클러스터’ 구축을 위한 활동을 본격화한 것이다.
실제 전북도는 지난달 12일 MAI의 크라우스 드렉슬러 회장, 아우디(AUDI)의 울리치 바켄베르크 부회장 등과 유럽 선진 기업·도내 기업 간의 기술제휴 방안 등을 논의했다.
독일 MAI 카본 클러스터는 AUDI와 BMW 등 프리미엄 자동차 생산 기지가 위치한 뮌헨(M), 아우크스부르크(A), 잉골슈타트(I) 등 3개 도시를 주축으로 한 탄소산업 클러스터 연합체다. 46개 기업과 15개 교육·연구 기관 등으로 구성돼 있다.
전북도는 이날 전북 탄소밸리와 독일 MAI 카본밸리를 연계한 한국·유럽 간 공동 R&D 프로젝트의 발판을 마련하고, 도내 탄소섬유를 유럽 프리미엄 자동차에 적용하는 방안 등을 모색했다. 또 항공 부품 사업과 관련된 에어버스 이노베이션 센터를 방문해 ‘에어버스 코리아 이노베이션 센터’를 유치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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