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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과 모사본

조선왕실의 마지막 회화가 공개됐다. 지난 28일부터 서울 경복궁 국립고궁박물관 전시실에서 관객들과 만나는 그림은 두 점. 벽화로 제작된 ‘봉황도’와 ‘백학도’다. 애초 이 그림은 역대 왕비들의 거처였던 창덕궁 대조전 안 동쪽과 서쪽 벽에 그려 넣은 그림이다. 벽화인 만큼 크기도 가로 5m 세로 2m가 넘는 대작이다. 1920년 일제강점기, 당대 일급 화가들이 그린 마지막 궁중회화로서의 의미도 있지만 전통산수화풍에 서구적 화풍이 결합되어 근대과도기 화풍을 보여주는 수작으로 꼽힌다. ‘봉황도’는 산수화로 이름을 날렸던 오일영과 이용우의 합작이고, ‘백학도’는 채색인물화로 유명했던 이당 이은호의 작품이다. 문화재청은 지난 2013년 벽화 원본을 보존하기 위해 벽에서 떼어내 보존처리하고 대조전 벽에는 새로 제작된 모사본을 붙였다. 물론 이번 처음 공개된 것은 진본이다.

 

전주에도 귀중한 유산이 있다. 역사적으로도 회화사적으로도 가치가 특별한 ‘왕의 초상’ 태조어진이다. 어진은 당대를 통치한 조정과 국가의 상징이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크지만 태조어진은 조선 창업자의 초상이라는 또 다른 의미를 더한다. 어진을 모시기 위해 세운 공간을 진전이라고 하는데 태조 어진을 모신 진전은 조선왕조의 본향인 전주와 태조가 태어난 영흥, 태조가 성장한 개성, 고구려 수도였던 평양, 신라의 수도였던 경주에 세워졌다. 그러나 모두 소실되고 전주의 경기전의 ‘태조어진’만 살아남았다.

 

게다가 조선시대 왕의 초상화 중에서 전란을 견디고 화재를 피하여 살아남은 어진은 태조 어진과 영조 어진뿐이다. 특히 태조의 어진은 머리 끝에서 발끝까지 그린 전신상으로는 유일한데다 초상화의 최고봉으로 꼽혔다. 이런 이유로 태조어진을 모셨던 전주 경기전은 회화사를 전공하는 사람에게는 꼭 들러야 하는 성지 같은 곳이었다.

 

경기전 안에 어진박물관이 세워진 후로 어진을 보러오는 관객들이 더 늘고 있다. 지난해 통계를 보니 130만 명이 박물관을 들렀다. 그러나 관객들이 박물관에서 만나는 어진은 사실 진본이 아닌 모사본이다. 진본은 11월경 박물관 개관일에 맞추어 2주일 정도 공개될 때만 만날 수 있다. 태조어진은 회화사적으로도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회화적으로 보자면 모사본과 원본의 차이는 매우 크다. 진본을 보고 싶은 마음은 전문가든 일반관객이든 마찬가지일터다. 진본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늘렸으면 좋겠다. 지혜를 모으면 답이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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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kimej@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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