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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명 학자와 아베 총리

세계적인 저명 역사학자들이 지난 5일 ‘일본의 역사가들을 지지하는 공개서한’이라 명명한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일본의 과거사 왜곡에 대한 경고를 담고 있는 성명에 이름을 올린 학자는 9개 국가의 역사학자 187명. 퓰리처상을 수상한 허버트 빅스를 비롯해 디어도어 쿡과 하루코 다야 쿡 부부, 존 다우어, 브루스 커밍스, 피터 두스 같은 세계적 역사학자들이 대거 참여했다. 눈길을 끄는 것은 규모로도 그렇지만 참여 학자들의 이러한 면면 때문이다. 참여자들은 대부분 일본학과 일본사를 전공한 사람들이다. 이들은 성명서에 ‘일본은 연구지역일 뿐 아니라 제 2의 고향’이라고 밝혀놓았다. 그만큼 일본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는 의미일터다. 그런데도 이들은 왜 집단성명까지 냈을까.

 

이들이 주목한 것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다. 성명서에는 관심을 끄는 내용이 있다. ‘여성인권이 본질인 위안부 문제가 한국과 중국내에서 민족주의적으로 활용되는 경향이 본질적인 문제해결을 어렵게 하고 있다’는 부분이다. 민족주의적 비난으로 문제의 본질이 왜곡되면서 역사적 사실 추구라는 기본적 가치를 놓치고 있다는 학자들의 주장은 의미심장하다. 그렇지만 이번 성명서의 본류는 따로 있다. 학자들이 근본적으로 주목하고 있는 위안부 문제의 본질을 왜곡하는 실체다.

 

지난 4월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미국의회에서 가진 합동연설에서 인권이라는 보편적 가치와 인도적 안전의 중요성, 일본이 다른 나라들에 가했던 고통에 직면하는 문제를 언급했다. 그러나 국제사회가 기대했던 위안부 문제를 비롯한 과거사 문제에 대한 진정한 사과는 없었다. 이번 집단 성명을 주도한 알렉시스 더든 교수도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아베 총리가 미국 의회연설에서 우리가 기대하는 발언을 내놓을지 주시했지만 오히려 과거에 대한 책임을 부정하는데 급급했다”고 비판했다. 성명은 “과거 고노담화가 그랬던 것처럼 아베 정권이 과거의 잘못에 대한 책임을 받아들이고 역사왜곡과 정치쟁점화를 하지 말라는 직접적 호소”라고 밝혔다.

 

일본의 역사왜곡은 시대를 넘나든다. 가깝게는 고노담화가 그 증거다. 사실 지금까지 이루어져 온 행태를 보면 아베정권은 자신들의 목적을 위한 일이라면 국제사회의 비판이나 외교적 마찰 따위(?)는 별로 중요하게 여기는 것 같지 않다. 전례 없는 187명 역사학자들의 집단성명이 국제사회의 큰 주목을 끌고 있지만 그 영향력에는 큰 기대를 하지 않게 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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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kimej@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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