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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길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어제도 가고 오늘도 갈/ 나의 길 새로운 길/ 민들레가 피고 까치가 날고/ 아가씨가 지나고 바람이 일고/ 나의 길은 언제나 새로운 길/ 오늘도… 내일도…/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시인 윤동주(1917∼1945)의 시 ‘새로운 길’이다. 연희전문(연세대 전신) 시절에 썼다. 윤동주가 연희전문에 입학한 1938년은 일제가 한민족 전체를 전시 총동원체제의 수렁으로 몰아넣던 때다. 따라서 참담한 민족의 현실에 눈뜨던 시기였고, 이에 맞서 자신의 시 세계를 만들어 가는 처절한 몸부림의 과정이었다. 고뇌와 번민이 깊어갈 수밖에 없었던 시기에 윤동주는 치열하게 시대와 맞서, 자기 완성을 향해 나아가고자 하는 의지를 ‘새로운 길’로 표현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취임 1주년을 하루 앞둔 13일 기자회견 말미에 윤동주 시인의 시 ‘새로운 길’을 읊고 각오를 다졌다. 늘 새로운 길을 개척하면서 ‘선진 대한민국’ 달성에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김 대표의 취임 1년은 공과가 뚜렷하다. 잇딴 재보선 승리와 대선 반열에 올라선 것은 공(功)이다. 김 대표의 ‘새로운 길’은 대선일 것이다. 그러나 국회법 파동에서 경험한 것처럼 유승민 원내대표를 버리고 묵언으로 일관한 것은 과(過)다. 이런 걸 보면 한 점 부끄럼이 없이 살기를 염원했던 윤동주의 시를 김 대표가 인용한 것은 좀 과분하다.

 

정치인은 ‘길’ 자 들어가는 시를 좋아하는 것 같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프로스트(1874∼1963)의 시 ‘가지 않은 길’을 인용했었다. “노란 숲길에 길이 두갈래로 났었습니다/ 나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오랫동안 서서 한 길이 굽어 꺽여 내려간데까지/ 바라다 볼 수 있는 데까지 멀리 바라다 보았습니다 … 훗날에 훗날에/ 나는 어디선가 한숨을 쉬면서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박 시장도 대선반열에 올라 있다. 이미 ‘가지 않은 길’을 선택한 박 시장의 변신은 성공한 것처럼 보인다. 이젠 ‘새로운 길’을 놓고 고민할 것이다. 길은 여러 갈래이고 끝이 없다. 새로운 길을 찾아 꾸준히 걷는 자만이 승리할 것이다.

 

이경재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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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재 kjlee@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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