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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을 해도 사업이 안돼서

▲ 정상석 대학언론협동조합 이사장

사업을 하고 싶었다. 총체적 ‘노답(답 없음)’ 상태인 대학언론을 사업으로 풀어내고 싶었다. 수많은 기자가 수많은 매체에서 ‘대학언론의 위기’를 주제로 기사를 썼지만 직접 해결하려고 나서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답답하면 니들이 뛰든가’라는 축구선수 기성용의 말과 전북대신문 편집장 시절 학교로부터 받은 부당한 탄압의 기억, 해임당한 외대학보 편집장의 눈물, 대학언론인들의 하소연을 가슴 속에 품고 2013년 2월 눈 내리는 어느 날, 서울에 올라왔다.

 

실수 되풀이하고 사업 계획 계속 수정

 

처음은 쾌속전진이었다. 대학언론인 캠프 기획단, 대선 후보 인터뷰 등을 하면서 친해진 기자들을 모아 준비위원회를 꾸렸다. 현장의 목소리를 중시하고 평등한 의사결정을 위해 협동조합 모델을 채택했다. 단체 이름은 대학언론협동조합. 사업 내용은 편집권 공동 대응 매뉴얼 제작, 공동교육, 대학언론인 상 제정 같은 부류의, 협회 같은 일이었다. 뜻을 같이 하고 싶다는 기자와 매체는 계속 늘어났다. 서울시청 지하에서 창립총회를 열었다. 노종면 YTN 해직기자가 축하의 말을 남겼다. 당신만큼 힘들겠지만 절대 포기하지 말라고.

 

첫 사업은 대학언론인 캠프였다. 한림대학교에서 11개의 매체, 50명의 기자가 모여 언론관과 편집권 탄압에 대응하는 법을 공부하고 토론했다. 행사가 끝나고 한참동안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편집권 탄압에 대응할 정답이 없었다. 정답이 있더라도 언젠간 무너질 수밖에 없는 것이 기존의 대학언론이다. 기자는 바뀌지만 총장과 주간교수는 그대로 있기 때문이다. ‘노답’인 줄은 알았지만 이토록 완벽한 ‘노답’인 줄은 몰랐다. 이 사업이 의미가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실패를 직감할 때 독립언론이라는 새 길을 발견했다. 독립언론은 학교로부터 분리돼 편집권의 간섭이 없는 대신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명확했다. 독립언론의 광고 영업을 대행하는 것이다. 독립언론 두 곳의 광고를 영업을 6개월간 하다가 문제가 생겼다. 한 곳이 잘못된 기사로 인해 여론의 뭇매를 맞자 폐간 후 다른 이름으로 재창간한 것이다. 나 스스로 컨트롤할 수 없는 매체들을 묶어서 무언가를 한다는 건 리스크가 크다는 걸 깨달았다.

 

사업모델을 또 변경했다. 독립언론을 발굴하고 운영을 지원하는, 이른바 ‘N대알리 프로젝트’다. 핵심파트너는 한국외대의 〈외대알리〉다. 〈외대알리〉의 성공모델을 모든 대학에 프랜차이즈처럼 확산하는 것이다. 대학언론협동조합에 조합원으로 가입하면 알리의 운영매뉴얼에 따라 매체를 창간해야하며 기사 저작권을 공유해야 한다. 대신 조합원들은 매체 발행비와 기자교육을 보장받는다. 초기 자금은 정부 지원사업에 선정돼 해결했다. 지금은 두 개의 알리에서 시스템을 테스트하고 있고 곧 조합원 모집에 나설 예정이다.

 

성공, 열정 잃지 않고 실패 거듭할 능력

 

여기까지 3년 걸렸다. 숱하게 실패했고 포기를 생각한 적도 있었다. 그렇다고 허송세월을 보낸 건 아니었다. 실수를 거듭하고 사업계획을 수정할수록 본질에 가까워졌다. ‘대학언론 위기’라는 거대담론에서 ‘대학생 알권리 보장을 위한 미디어 환경 제공’이라는 구체적 방향을 잡게 됐다. 실패하지 않았다면 결코 이르지 못했을 단계다. 윈스턴 처칠 말마따나 ‘성공이란 열정을 잃지 않고 실패를 거듭할 수 있는 능력 ‘이다. 그러니까 우리, 꾸준히 실패하자. 그나저나 사업적으로 성공하고 나서 이런 글을 써야 제대로 먹히는데, 이번 칼럼도 실패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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