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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달 - 김현조

한 집 건너 사는 카자흐민족 아이가 놀러 와서

 

선물로 달을 가져왔단다

 

무거워서 별은 두고 왔단다

 

반갑기도 하고 기가 막히기도 하여

 

어떻게 들고 왔느냐 물으니

 

날 위해 하늘에 걸어두었단다

 

어디서 샀느냐고 물으려다

 

한국에서 가져온 찰떡파이 몇 봉지를 들고

 

평상에 걸터 앉아 다리그네를 태우니

 

아이도 따라 다리그네를 태우며

 

달 값은 그만 두라며 속삭이듯 말한다

 

수캐도 귀를 세우고 달을 쳐다보았다

 

△이렇게 그림같은 시절이 우리에게도 있었으리라. 마당의 평상에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던 일, 이야기꼬리를 물고 생각이 하늘로 달리던 일, 달을 선물로 가져온 아이와 그런 아이를 다리그네 태우며 받아주는 시인의 정경이 참 맑다.

 

달은 어디에서 샀을까? 어린아이만 달을 사는 법을 안다. 어린아이 같아야 밤하늘에 별을 박아두고 이웃집에 달을 선물한다. 어린아이 같아야 천국에 들어간다. 찰떡파이는 달 속의 토끼가 방아로 찧어 만들었으리라. 김영(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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