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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와의 대담] 서울대 한상진 명예교수 "잘못된 정치문화 바꾸는게 우선, 변화는 유권자 몫"

▲ 지난해 12월 16일 서울 중민사회이론연구재단 사무실에서 한상진 명예교수가 현재의 정치 상황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안봉주 기자

안철수 의원이 탈당해 새로운 정당의 창당을 선언하면서 지역의 민심이 요동치고 있다. 여론조사 기관과 시기에 따라 다소의 차이는 있지만, 전북에서도 안철수 의원이 주도하는 신당이 무시할 수 없는 지지를 확보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부 도민들은 현재의 상황을 몹시 불안하고 혼란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 이에따라 전북일보는 2013년 민주통합당 대선평가위원장을 지냈고 안철수 의원의 멘토 역할을 하고 있는 서울대 한상진 명예교수를 찾아 현재의 정치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인터뷰는 지난해 12월 16일, 안철수 의원이 새정연(현 더불어민주당)을 떠난 지 사흘째 되는 날에 서울 중민사회이론연구재단 사무실에서 실시됐다. 한 교수가 다음날 중국 북경 출장이 예정돼 있어서 인터뷰를 서둘렀다. 그 뒤 이메일을 통해 매우 제한적으로 일부 내용을 보완 수정했음을 일러둔다.

 

- 안철수 전 대표의 탈당으로 도민들이 상당히 혼란스럽다고 할까. 우왕좌왕 하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한 것 같습니다. 탈당 과정은 매스컴을 통해 지켜봤지만, 탈당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 것인지 등에 대해서는 감이 잡히지 않는 것 같습니다.

 

“저는 현재 국면을 새로운 전환기라고 봅니다. 우리는 긴 권위주의 시대를 거치면서 산업성장에 성공했고 정치적 민주화를 이룩했습니다. 그러나 90년대 후반 들어 외환위기가 닥쳤고 여러 위험들이 폭발적으로 터지기 시작했습니다. 경제가 무너지고 엄청난 위험사회가 도래했어요. 청년실업, 노인자살 심각합니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박탈감 하늘을 찌릅니다. 가계는 부채에 시달리고 국민 다수의 삶은 갈수록 불안에 휩싸입니다. 그러면 응당 위험을 어떻게 관리하고 국민들에게 삶의 안정을 보장해 줄 것인가 즉, 민생문제가 정치의 최대 관심이 돼야 합니다. 그런데 참으로 불행하게도 여야 거대 정당이 이끄는 정치는 민생에서 완전히 멀어졌습니다. 정치는 보수와 진보라는 이념적 양극화로 분해되어 적대적 공존의 양당체제가 됐습니다. 치열하게 싸우는 것 같지만 서로 돕고 민생을 외면해요.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새로운 전환기를 맞고 있습니다. 국민의 삶으로 다가오는 새로운 정치가 필요하다는 갈망이 밑에서 분출하고 있는 거죠.”

 

- 그러면 새정연에서 안철수 의원이 탈당해서 새로운 정치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안철수 의원의 결단과 역할이 중요하지만, 원래 국민의 갈망이 안철수 현상을 만든 겁니다. 안철수 개인의 능력은 미지수였죠. 그렇지만 안철수라는 인물이 갑자기 등장해서 도덕성을 실천하고 양보할 줄 알고 화합하려는 신선한 모습을 보이니까 이것이 사람들에게 팍 하고 다가온 것입니다. 이 신드롬은 현재도 작동하고 있는 것 같아요. 물론 지난 3년간 그에게 실망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렇지만 안철수 의원은 아직 초선 의원이고 권모술수로 이권을 챙기는 기성 정치인과는 다른 품성이 있습니다.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도 있어요. 극도로 위험한 한국사회에서 새로운 전환기를 이끌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 그런 큰 틀의 시각에 공감한다고 하더라도 현실적으로는 총선이 얼마 안 남은 상태서 야권 분열했을 때 총선 결과가 비관적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습니다.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유권자들이 불안하고 괴롭기도 할 것 같은데요.

 

“아주 중요한 질문입니다. 위태로운 면이 확실히 있어요. 총선에서 참패하면 대선도 어렵습니다. 안철수 의원이 탈당을 최종 결정할 때, 그 딜레마가 상당히 컷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유권자의 입장에서도 이젠 선택이 불가피합니다. 이걸 잘 응시해야 할 것 같아요. 여러 요인들이 복잡하게 얽히고 설켜서 펑하고 터지는 탈바꿈이 지금 일어나고 있습니다. 안철수 의원이 겨냥했건 안 했건 간에 그 소용돌이 안으로 팍 들어가는 결과가 됐습니다. 새정연이 현재의 리더십으로 총선에서 승리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당의 패권정치가 너무 심해요. 호남 대중은 이미 당을 떠났다고 봅니다. 그래도 눈 딱 감고 다시 한 번 당을 밀어야 할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변화의 계기를 만들어야 할 것인가, 유권자가 정말 심각하게 생각해야 할 문제입니다.”

 

- 유권자들로서도 어려운 선택이고, 새로운 변화의 가능성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도 중요한 것 같습니다. 유권자의 최우선적 판단기준은 무엇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기존의 양당 체제로 가면 보수와 진보 사이에 있는 50% 이상의 대중은 끊임없이 방황하게 됩니다. 상식을 갖춘 침묵 하는 대중이 설 공간이 없어요. 이들을 정치적으로 대변하는 중도 개혁의 정당이 나와야 합니다. 야권 단합도 중요하지만 잘못된 정치구조를 바꾸는 것이 우선이라는 생각을 하는 유권자들이 적지 않아요. 저는 이런 유권자의 가치판단을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의 시나리오로 해석합니다. 제1야당이 변하지 않는 상태에서 뻔히 보이는 총선패배의 길에 동참할 것이 아니라 새로운 돌파구를 열어야 한다는 생각이죠. 이 때 단기적 손실이 불가피합니다. 손해를 감수하지 않으면서 변화의 물꼬를 트기는 어렵죠. 2보 전진을 위해 손실을 감수하겠다는 생각 안에 새로운 윤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그래도 야권분열은 막아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습니다.

 

“어떤 분은 제가 총선포기를 주장했다고 하는 데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이 주장에 동의하지도 않아요. 무엇보다 적대적 공존의 양당체제를 불변의 것으로 보느냐 아니면 변화될 것으로 보느냐가 중요합니다. 불변의 것으로 단정하고 신당을 야권분열의 눈으로만 보는 것은 좁은 시각입니다. 눈을 뜨고 보면, 국민 분열에 앞장 서는 양당 체제의 한계가 이미 분명해졌어요. 정치적 전환기가 시작하고 있습니다. 그 주된 힘은 유권자에서 나옵니다. 저는 우리 정치도 이제 유권자 중심의 시대로 바뀌고 있다고 봅니다. 침묵하는 대중을 잘 보아야 해요. 새정연에 실망하는 사람도 있고 정부여당을 지지했지만 실망하는 유권자도 적지 않습니다. 유권자의 50% 이상이 여기에 속한다고 봅니다. 이 지형을 응시하고 대변하는 것은 통상적인 야권분열과는 다른 차원의 정치발전을 추구합니다.”

 

- 많은 사람들이 현직 의원이 얼마나 가세하느냐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게 힘이고 세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바람직한지 여부를 떠나서 그것이 현실입니다.

 

“맞습니다. 우선 원내 교섭단체 구성 문제가 있죠. 그래서 탈당을 머뭇거리는 제1야당 국회의원의 합류가 초미의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특히 수도권 출신이 더 그렇지요. 우선 당장은 제1야당이 문재인 대표의 리더십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관심거리 입니다. 문대표가 마이웨이를 고수한다면 추가 탈당이 불가피하겠죠. 저는 결국 유권자의 지형변화가 정치인들에게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봅니다. 신당이 뚜렷한 정체성으로 정계개편의 선두주자로 부상한다면 여기에 몸담는 것이 국회의원에게도 이익이 될 것입니다. 현재와 같은 적대적 공생의 양당체제로는 대한민국의 미래가 없다고 느끼는 분들이 많으니까요.”

 

- 새로운 가치를 중심으로 힘을 모으려면 그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이런 면에서 보면 안철수 신당이 이번 총선에서 얼마나 당선자를 낼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이 실패한 후 열린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이 놀랍게도 제1당이 됐습니다. 진보가 다수당이 된 것은 그 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입니다. 그때 정치적 지명도가 높은 사람이 당선 됐느냐. 그렇지 않습니다. 민심의 폭풍이 일어난 거예요. 현재도 비슷한 기류가 있습니다. 금수저 출신에 대한 대중의 반발이 커요. 사람들은 진보가 좋으냐 보수가 좋으냐에 관심 없습니다. 삶이 고달프고 불안하니까 삶의 현장을 잘 알고 문제를 고칠 수 있는 유능한 정치인을 요구합니다. 이런 인재를 발굴하여 새정치의 이름으로 총선에 내보내면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봅니다.”

 

- 아까 새누리당을 지지했지만 그 쪽에서 이탈하는 사람들을 말씀을 하셨는데, 한때 새누리당에 몸담았던 사람들과도 함께 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저는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여당에는 이른바 오너가 있고 오너가 철저하게 관리하기 때문에 사정은 다릅니다. 그러나 빅뱅의 소지는 있습니다. 만일 신당이 야권의 일부라고 인식되면 오기 어렵죠. 반면 새로운 변화를 이끄는 제3당으로 인식되면 오기가 다소 쉬워집니다. 어느 경우이건 저는 뺄샘 정치는 반대합니다. 과거의 경력을 문제 삼아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되고를 도식적으로 결정해서는 안 됩니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고 했어요. 누구건 과거를 진솔히 소명하고 새로운 출발을 약속하면 이것이 불러오는 대중의 공감에 따라 동지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그런데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안철수 의원에 대한 기대, 지지가 수도권과 호남에서 높습니다. 이를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요?

 

“저는 호남의 대중심리를 특이하고 흥미로운 탈바꿈 양상으로 이해합니다. 2002년 민주당 대선 후보 국민경선 때 노무현 후보가 광주에서 1등을 했습니다. 당시 노무현의 정치 경력은 별 것 없었습니다. 이인제 후보가 훨씬 막강했죠. 그는 1997년 대선 때 결과적으로 김대중 후보의 당선에 큰 기여를 했습니다. 그런데 광주에서 사변이 난 것입니다. 이것을 사람들은 호남 유권자의 전략적 판단이라고 하는 데 저는 약간 의문입니다. 뛰어난 판단력이 있다는 것인데 과연 그럴까요? 사람들의 집합심리에는 무의식적인 측면이 있습니다. 일종의 꿈이죠. 노무현의 선택에는 광주 시민의 꿈이 작용했어요. 지역감정을 타파하고 김대중 정부에서 시작한 변화를 이어가는 아이콘을 찾았습니다. 그러면서 부산의 노무현을 향해 날아가는 의식의 탈바꿈이 생겼습니다. 현재도 비슷한 면이 있습니다. 이번의 탈바꿈은 전통적인 지지정당, 새정연에 대해서 날카롭게 주시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묻지마 투표’로 대변되는 심리, 유권자가 당에 예속돼 있는, 그리고 당이 무조건 자기편이라고 간주하고 자기편이라는 생각에 함부로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따라갈 수밖에 없는 예속, 종속으로부터 벗어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요. 특별한 자각의 산물은 아닙니다. 이른바 친노 집단에 대한 분노, 배신감이 깔려 있죠. 여기에 안철수에 대한 일말의 희망이 얽혀서 펑하고 터지는 탈바꿈이 전통적인 지지정당을 버리는 돌연변이로 퍼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 안철수 신당이 어느 정도의 성공을 거둔다고 하더라도 그 것이 호남과 수도권에만 머문다면 한계가 있는 것 아닙니까. 총선을 넘어서 대선에서의 정권교체를 생각한다면 전국 정당이 되어야 하는데요, 전국적인 성공 가능성은 있습니까?

 

“그건 100번 옳은 이야깁니다. 여론조사를 보면 신당에 대한 지지가 전국적이고 확장되는 추세를 보입니다. 천정배 의원, 박주선 의원도 호남에서 둥지를 틀고 있는데 앞으로의 협력이 중요한 과제가 될 것입니다. 우리 현실을 보면 정치 지망생은 많은데 입구가 제한되어 있어서 많은 인재들이 모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저는 특히 호남유권자의 변화를 중시합니다. 누구도 손해 보지 않으려는 풍토에서 ‘좋다 손해 보자 그렇지만 대의를 향해 가자’ 이런 윤리가 표현되고 있으니까요. 더 이상 정당에 예속되지 말자. 자유의 깃발을 올리자, 이런 돌연변이가 호남에서 나오고 있지만, 그 안에 윤리의식이 있기에 다른 곳으로 전파된다는 것이 저의 명제입니다. 양당 제도가 있고, 유권자는 거기에 오랫동안 매어 있었습니다. 이걸 끊어야 합니다. 호남과 영남에서 끊어야 하는데, 똑 같이 끊을 수는 없습니다. 한쪽이 끊으면 나중에 다른 쪽도 끊어집니다. 그런데 먼저 끊는 쪽은 손해를 봐야 합니다. 손해를 감수한다는 생각 안에 사회 미래를 끌고 가는 귀중한 윤리 의식이 있다고 저는 봅니다.”

 

-안철수 의원과는 특별한 인연이 있습니까?

 

“저는 안 의원을 돕는 자문단의 한 명입니다. 오늘의 새정연은 민주당 전통으로부터 너무 멀어졌다고 느끼고 있어요. 안철수 의원을 돕는 것이 민주당 전통을 복원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 수도권 규제는 완화되고, 수도권만 비대해지는 것에 대해 도민들은 힘들어 합니다. 이에 대해서 한 말씀 해주시죠.

 

“모든 자원들이 서울에 과도하게 집중되어 있습니다. 외연을 넓혀서 수도권을 말하면 이런 자원집중은 세계에서 유례가 없습니다. 참담한 현실이죠. 수도권 집중을 막는 지방연대의 큰 틀을 짜야 합니다. 아울러 경제가 중요한 데, 요즘 농업은 첨단기술에 연관된 건강산업 입니다. 제가 베이징대에서 강의하면서 피부로 느끼는 것은 중산층이 성장하면서 건강식품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고 있어요. 전북이 농업 관련 첨단산업 벤치마킹을 잘하면 국내만 아니라 중국에도 진출할 수 있습니다. 다른 나라 경험을 보면, 청정산업, 녹색경제, 이런 것들이 중요한 성장 무기가 될 수 있습니다.”

 

● [한상진 교수는] DJ정부 대통령 자문 정책기획위원장·15년 이상 오랜 신뢰 관계 '安의 멘토'

1954년 임실군 삼계면 어은리에서 태어나 전주 풍남초와 전주고,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南일리노이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와 독일 빌레펠트대, 베를린과학원 초빙교수, 미국 콜럼비아대와 프랑스 파리고등사회과학원 초빙교수, 그리고 아태평화재단 감사와 한국방송공사 이사를 거쳤다. 2010년에 서울대 명예교수가 됐다.

 

한 교수가 안철수 의원을 만난 것은 DJ정부 때인 2000년 대통령 자문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장을 맡았을 때이다.

 

한 교수는 “(안철수 의원이) 과학기술분야 전문가로 참여했는데, 가장 젊고 적극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난번 대선 때 안철수 의원과 인연을 맺은 사람들 중에서도 떠난 사람도 있고 남은 사람도 있지만 저는 15년 이상 오랜 신뢰관계를 유지해오고 있기 때문에 떠날 수 없다. 난 떠날 사람이 아니다”고 들고 “안철수를 떠난 사람들도 그의 정치적 품성만은 높게 평가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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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원 leesw@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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