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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 있게 나이 들어가기

▲ 서경원 변호사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내가 타인에게 ‘어른들의 잔소리’ 같은 것을 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다. 나와 상관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꼰대라는 말에도 당연하게 거리감을 가지고 있었다. 내가 속한 많은 조직에서 항상 막내 역할을 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사실 최근까지도 그랬다. 이십대의 마지막 해를 보내고 있다 보니, 결혼은 도대체 언제 할 건지, 아이는 언제 낳아서 기를 생각인지, 앞으로도 그 직장에 계속 다닐 건지에 관한 이야기를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고 있다. 그래서 여태까지는 내가 그 잔소리 공격의 대상이라고만 생각해 왔던 것이다.

 

타인에게 삶에 대한 이야기 기회 늘어

 

그런데 소년 및 아동보호사건 업무를 하며 많은 청소년들을 만나게 되면서부터였을까. 어느 순간부터 내가 하는 말이 다른 사람에게 혹시나 ‘어른의 지루한 잔소리’로 들리지 않을지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드디어 나도 무언가 인생의 다른 단계로 넘어가게 된 것이다. 더 많은 시간을 살아왔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에게 삶에 관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해줄 기회가 부쩍 많아지고 있다.

 

한참을 고민하다 이것과 관련된 몇 가지 원칙을 만들었다. 첫째, 나는 정보 제공자라는 입장을 견지하는 것이다. 내가 이미 경험해서 알고 있는 객관적 사실, 그리고 그에 관한 나의 생각에 대해서 정보를 제공하듯이 이야기 한다. 내가 경험한 것들 중에서 하지 않았으면 좋았을 것이라든지 하면 좋았을 것이라고 이미 가치 판단한 것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내가 이미 내 인생에서 가치 판단을 끝낸 일들이라고 해서 타인도 나와 같은 판단을 하고 행동하기를 바라거나 강요해서는 안 될 것이다.

 

둘째, 상대방의 이야기를 최대한 수용적인 태도로 경청한다. 그리고 셋째, 상대방이 나의 이야기를 듣고 어떤 선택을 하든지 그것은 오롯이 그 사람의 몫이라는 사실을 항상 염두에 둔다. 그 사람이 하려는 선택이 내 입장에서는 잘못된 것처럼 보이더라도, 여러 정보를 충분히 듣고도 그 사람이 그런 결정을 하겠다는 결단을 내리면 그것을 존중해 주어야 한다. “내가 그건 해 봐서 아는데”, “그래도 그건 아니지”라는 말은 정말로 그 관계에서 불필요한 것이다.

 

요즘은 러닝머신 위에서 ‘오늘 아침 정지영입니다’를 팟캐스트로 하루 늦게 듣는다. 그러다 예전 방송을 찾아 듣게 되었는데, 영화 ‘여인의 향기’에서 알파치노가 했던 “실수를 해서 스텝이 엉키면, 그게 바로 탱고라오.”라는 명대사가 흘러나왔다. 알파치노가 한 여자와 춤을 추려 하는데, 그 여자가 자신이 춤을 잘 추지 못하고 실수를 할까봐 걱정하자 그녀에게 한 말이다. 내게는 시행착오였던 그 선택으로 그 사람은 탱고를 만들어낼지도 모른다.

 

상대방을 독립된 인격체로 존중해야

 

이렇게 몇 가지 원칙들을 정하고 나니 결국 이게 바로 다른 사람이 내게 해주길 원하는 방식인가 싶기도 하다. 상대방이 내게 해주기를 원하는 방식대로 다른 사람을 대하라는 말이 있듯이 말이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나이에 관계없이 상대방을 독립된 인격체로 존중하려는 마음을 가지면 될 일이다.

 

나이를 먹어간다는 것은 단순히 생물학적 노화를 감당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닐 것이다. 내가 경험한 것만이 세상의 전부가 아니고, 주변 환경은 언제나 빠르게 변해간다는 점을 인정하고 다양한 세대와 관계맺음을 잘 해갈 수 있는 지혜를 가져야 할 것이다. 시간이 흘러도 마음만은 아직 청춘이라는 말을 자신 있게 할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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