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1만여가구 2만6380명 사고·이혼 등 아픔 / 초록우산, 먹고살기 바빠 여행 못간 가정 후원
‘애 아빠가 사고로 세상을 등졌음. 차가운 건설현장에서….’ ‘44세 母 이모씨. 19·17·12세 자녀가 있음. 차상위계층, 한 달 수입 130만원(근로소득 80만원·유족연금 50만원), 한 달 지출 135만원, 장갑공장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음’
한부모 가정을 돕는 사업을 하고 있는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서류에 적혀 있는 이씨의 신상기록이다. 완주군 삼례읍 임대아파트에 사는 이모 씨는 남편이 홀연히 세상을 떠난 뒤 3년간 벼랑 끝에 서 있다.
지난 2014년 10월 남편의 비극적인 사고로 극빈층으로 추락하고 말았다. 이씨는 1남 2녀의 자녀를 부양하기 위해 여러 일을 전전하다 지금의 장갑공장에 이르렀다. 일해서 얻은 수입과 유족연금만으로는 월 임대료와 생활비도 빠듯하다.
여름방학이면 엄마에게 ‘물놀이를 가자, 무엇을 하고 싶다’는 말조차 제대로 할 수 없었던 아픈 시간 속에서 하나 둘 씩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들에게 아빠의 빈자리는 갈수록 커져만 갔다. 그럴 때마다 사고 당일 남편이 현장에 나가기 전 마지막으로 남긴 한 마디가 이씨의 가슴을 짓누른다.
‘여보, 오늘 일 끝나고 오면 아이들이랑 삼겹살 파티 합시다’
이씨 가족들은 남편과 아빠가 없다는 것이 이토록 힘들줄 몰랐다.
“남편의 사별이 이제는 무뎌질 만도 한데, 잘 안 되더라고요. 내 마음이 이런데 아이들은 오죽할까요. 먹고 살기 바빠서 아이들과 여행 한번 못 가고 살았죠.”
가정의 날(15일)을 이틀 앞둔 지난 13일 도내 한부모 가정들에게 여행을 후원하는 프로그램 ‘가족 愛 발견’심의가 진행된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전북본부.
구미희 어린이재단 전북본부장과 아름다운 가게 김진형 대표, 전북도청 여성청소년과 황경완 과장, 지역아동센터 전북지원단 이진호 단장 등 심사위원으로 참석해 서류를 검토하던 이들은 ‘지키지 못했던 약속’이란 이씨의 신청서를 보면서 짧은 탄식을 내뱉었다. ‘2박 3일의 가족여행 기회가 주어진다면 마지막 날 밤 평범한 가족들처럼 아이들과 함께 삼겹살 파티를 하고싶다’는 행간에 이르자 심사위원들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가족 愛 발견’은 도내 한부모 가정들이 직접 가족여행을 계획, 닫힌 가족의 마음을 열기 위해 마련된 프로그램이다.
이씨 가족외에도 ‘폭행과 상해죄로 전주교도소에 복역 중인 남편을 기다리는 가족’(완주), ‘기억이 사라지기 전에 아이들과 마지막 여행을 가고 싶다는 뇌경색 진단 母’(남원), ‘바이애슬론 청소년 국가대표 아이를 키우는 父’(무주) 등 도내 80여 한부모 가정의 사연이 접수됐다. 도내에는 사건·사고·이혼 등에 의한 한부모 가정이 1만292가구(2만6380명)에 달한다.
아름다운 가게 김진형 대표는 “기존의 한부모 가정에 대한 복지가 ‘먹고 사는 문제’ 위주였다면 이제는 정신함양을 위한 방법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고, 지역아동센터 전북지원단 이진호 단장은 “물품을 주는 것 보다 더 중요한 것이 마음의 벽을 허무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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