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합의 기술 익히고 역할 분담해야 / 지역 이익과 관련된 사안 3당 꼭 연대를
30여 년 만에 다당제 시대를 맞은 전북에서는 ‘협치’가 주요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기존에 일당독주체제가 지속됐던 상황에서는 견제세력이 없기 때문에 큰 갈등 없이 의사결정을 할 수 있지만, 경쟁과 견제가 전제되는 다당제 하에서는 서로간의 합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각 정당 간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때는 정치권이 ‘권력투쟁의 장’으로 변모할 수 있다. 권력투쟁의 장은 여러 측면에서 안 좋은 결과를 낳는다. 갈등이 분쟁으로 격화되면서 의사결정 시간이 지연되고, 사회적 비용이 증가한다.
지난달 30일 임기를 시작한 20대 국회가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임기 개시 전부터 국회 상임위원회 청문회 개최요건을 완화한 ‘국회법 개정안’(일명 상시청문회법)을 둘러싸고 여·야가 정면으로 격돌하더니, 원 구성 협상에서는 국회의장직과 상임위원장 배분 문제를 두고 서로가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또 야권의 세월호특별법 공조 등을 놓고도 대치하고 있다. 이런 상황때문에 국회 개원시기에 대한 전망이 불투명하다.
이러한 가운데 3당 체제라는 새로운 정치환경을 맞이한 전북 사회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다당제에 대한 정치적 훈련이 덜 된 전북 정치권이 제 역할을 해낼 수 있을지 알 수 없어서다.
일단 첫 행보에 대해선 합격점을 받았다. 임기 개시 전 ‘탄소소재 융복합 기술개발 및 기반조성에 관한 법률(탄소법)’을 통과시킨 데 대해서는 여·야간 ‘협치가 빛났다’는 평가를 받았다. 탄소법 통과를 위해 더불어민주당의 이춘석(익산갑)의원과 국민의당 김관영 의원(군산)은 여당과 막후협상을 벌였고, 새누리당의 정운천 의원(전주을)은 계속 당 지도부를 설득했다.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중앙정치권과 달리 여·야를 막론하고 ‘3당 합의를 통해 통과된 국회법에 대해 정쟁을 벌이는 것은 옳지 않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지역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경험해보지 못한 다당제 때문에 오히려 혼란이 가중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임성진 전주대 교수는 “민주화가 익숙치 못한 상황에서는 다당제 구조가 권력싸움을 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당독주체제였기 때문에 각 정당이 자기 목소리를 내고, 의사결정을 위한 조절과정을 거치지 못했던 그 간의 전북 정치상황을 우려한 대목이다.
그럼에도 각 당의 권력싸움이 정당정치를 한 단계 성숙된 구조로 이행시키기 위한 진통과정이라는 게 임 교수의 주장이다. 김욱 서남대 교수도 “우리나라 정치도 이제 합의의 기술을 익혀가야 한다”며 의견을 보탰다.
전문가들은 다당제가 발전적인 방향으로 갈 수 있는 여러 대안을 내놓고 있다. 전북정치권이 유권자들을 전제하고 정책경쟁을 벌여야 한다는 게 이들의 중론이다. 유권자가 있어야 국회의원과 정당이 존재할 수 있고, 이들의 존재이유는 유권자가 원하는 바를 정책으로 반영해야 돼서다. 김욱 교수는 “(유권자가 있기 때문에) 정치는 불가피하에 합의를 강요하는 밝은 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황태규 우석대 교수는 협치를 위해 전북의 여·야 3당이 유연성 있는 역할분담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전국에서 가장 지지율이 높은 더불어민주당과 전북 다수당인 국민의당이 정책을 제시하면, 여당인 새누리당에서 정부의 협조를 이끌어내는 식이다”며 “물론 여·야가 역할분담을 바꿔서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최근 4·13 총선에서 빚어진 여소야대 현상과 3당 체제를 염두에 두고 한 설명이다.
김욱 교수는 지역 이익과 관련된 사안에서는 반드시 3당이 연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 교수는 “각 당의 입장은 다르지만 지역 이익과 관련된 사안에는 전북 의원들이 함께 연대를 해야 한다. 단원제를 채택하고 있는 현 제도하에서 이런 연대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정당 지지율대로 의석을 점유하는 독일식 내각제와 달리 당선자수로 의석을 배분하는 한국의 단원제에서는 수적연대가 지역을 대변하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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