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에 대한 책을 쓰기 위해 취재중이던 언론인 얼 쇼리스는 뉴욕의 한 교도소에서 살인사건에 연루돼 8년째 복역중인 한 여죄수와 마주 앉았다.
‘사람들이 왜 가난하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20대 초반의 여죄수는 ‘정신적 삶이 없기 때문’이라는 의외의 답을 내놨다.
‘정신적 삶이 무엇이냐’고 묻자 ‘인문학이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뜻밖의 대답에 자극받은 얼 쇼리스는 인문학의 절실함을 깨닫고 1995년 빈민·마약중독자·죄수 등을 대상으로 인문학을 가르치는 과정을 열게 된다.
이 과정은 철학과 시·역사 등 인문학을 가르쳐 정신과 영혼의 힘을 회복하고 이를 통해 진정한 재활의지를 갖게 하자는 것이 목표였다. 결과는 이들이 자존감을 회복하고 삶을 대하는 태도가 긍정적으로 바뀌었다는 점에서 성공적이었다. 얼 쇼리스의 인문학 교육의 지향점은 ‘삶에 대해 성찰하는 방법을 가르치자’는 것 뿐이었다.
인문학은 자신의 삶을 되돌아 보면서 과거에 짓눌리지 않고 일상을 새롭게 생각해 보며 자신감있게 새로 시작하도록 이끌어 주는 진정한 힘의 원천이다.
커뮤니케이션학 박사 정진홍씨는 그의 저서를 통해 이같은 내용을 소개하면서 ‘정신과 영혼의 힘’을 회복하는데 있어 인문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마음의 변화를 이끄는 인문학적인 접근방식을 도입, 각종 사건사고를 줄여 나가는 군산경찰의 치안행정이 최근 주목을 받고 있다.
군산경찰은 매일 아침 핸드폰을 통해 인문학적인 메시지를 시민들에게 전달하면서 마음을 다독여 새롭게 하루를 출발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희망은 밝고 환한 양초 불빛처럼 우리 인생의 행로를 장식하고 용기를 준다. 밤의 어둠이 짙을수록 그 빛은 더욱 밝다.”
“행복한 사람은 ‘가진 것’을 사랑하고 불행한 사람은 ‘가지지 못한 것’을 사랑한다.” 등등...
감로수같은 이같은 내용이 시민들의 마음을 적시면서 올들어 살인·강간·절도·폭력 등 중대 범죄는 물론 학교및 가정폭력도 최대 절반가량 줄었고 교통사고 감소율도 20%를 육박했다.
현재 우리 사회는 날마다 묻지마 살인·폭력·성폭력 등 각종 범죄로 몸살을 앓고 있다.
물질만능주의와 개인주의가 판을 치고 인간의 소외감이 최고조에 달한 이 사회에 인간으로서 자존감을 찾게 하고 정신적으로 풍요로움을 가져다주는 인문학이 고갈되면서 사회가 건조해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런데도 이같은 사건들이 발생할 때마다 우리 사회는 본질적인 원인을 찾아 치유책을 강구하기보다는 겉으로 드러난 현상만 걷어내기 위한 대책마련에 법석을 떤다.
면역력이 떨어져 감기에 걸렸는데 면역력의 향상을 위한 노력은 등한시하고 일시적인 약처방으로 열과 몸살기운만 제거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약 기운이 떨어지면 다시 감기에 걸리는 현상이 반복될 수 밖에 없다.
치안행정은 다른 행정보다 비교 우위의 중요성을 가지고 있다.
각종 범죄가 난무, 사회의 안녕과 질서가 붕괴되면 사람살기가 힘들어 지역발전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인문학적 접근 방식을 도입한 군산경찰의 치안행정은 각종 사건·사고와 관련된 사회병리현상의 본질적인 치유에 나서고 있다는 점에서 새롭게 평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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