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는 전통한지의 본고장이다. 전주에서 다양하고 전문적인 종이가 생산됐고, 전주 종이의 재질이 우수했으며, 한지 유통이 전주 남문장 등에서 활발했다는 사실들이 여러 역사 기록으로 남아 있다. 그러나 산업화와 함께 양지(洋紙)에 밀려 한지는 사양길에 접어들었다. 근래 중국의 값싼 수입종이들이 수입된 후 한지산업 기반마저 무너지면서 한지의 생존자체가 불투명한 상황에 이르렀다.
다행이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과 더불어 한지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전통한지를 육성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이 모색되고 있다. 전주시와 전북지역 한지 관련 전문가들이 그 중심에 있다. 한지를 산업화로 연결시키기 위한 한지산업지원센터를 설립했으며, ‘한지’를 테마로 22회째 전주한지축제를 열었다. 한지를 활용한 다양한 상품들이 선을 보였고, 세계 각국에 한지의 우수성을 알리는 데도 공을 들였다.
이를 바탕으로 전주시가 ‘전주 전통한지 원류 복원사업’에 나섰다. 한지산업의 중요성과 당위성만 외칠 뿐 정작 전통한지의 생산체계가 붕괴된 상황에서 이를 복원하는 일을 급선무로 판단한 것이다. 기본 재료인 닥나무 생산기반이 없으며, 제조과정 또한 전통방식으로는 경쟁력을 갖지 못해 전통기술은 사장되다시피 한 상황이다. 전통한지는 닥나무를 삶아 일일이 껍질을 벗긴 후 손으로 티를 고르고 종이의 틀을 갖추는 ‘뜨는’ 작업을 해야 한다. 닥나무 재배부터 전통제조기법을 적용한 전통한지 생산을 위해 기본적인 여건을 만들자는 취지인 셈이다.
전주시의 전통한지 원류 복원사업은 정부의 한지세계화 정책과도 맞닿아 있다. 전통한지 생산을 위한 기반이 없는 상황에서 한지의 세계화는 공염불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정부는 전주시가 요구한 전통한지 복원사업 관련 예산을 외면하고 있다고 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전주시가 내년 국가예산에 반영을 요청한 전주 전통한지 원류 복원 사업비 25억원을 반영하지 않았다. 사업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예산 상황이 여의치 않다는 이유에서다. 산림청 역시 한지 원료인 닥나무 재배 예산을 반영하지 않았다.
전통한지의 원류를 찾아 이를 복원하는 일은 자치단체의 힘만으로 부족하다. 정부가 앞장서서 지키고 가꿔야 할 중요한 전통문화 관련 사업을 그리 많지도 않은 예산 때문에 외면하는 처사를 납득하기 어렵다. 전주시의 전통한지 원류 복원사업이 제대로 추진될 수 있도록 정부가 힘을 실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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