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과 별반 다를 것 없는 현실
초등학생 10명 중 9명이 과외, 과외 종목 평균 3.13개, 10명 중 7명은 학교에 가기 싫다, 하루에 부모와 이야기하는 시간이 30분이라는 응답 30%, 친구와 노는 시간 거의 없다는 응답 30%, 가출 충동을 느껴본 적 있다는 응답 53.3%, 자살 욕구를 경험해본 적 있다는 응답도 27%, 자살을 생각한 가장 큰 이유는 성적 문제. 위 영상에 나오는 내용이다. “저는요 학원에서 시험 보면 영어는 항상 100점 맞아요. 근데 수학은 꼭 한 두 개 틀려요. 정말 속상해요. 아파트 12층에서 뛰어내리려고 했는데 엄마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영상 속 초등학교 2학년 예영이(가명)의 말이다. 나는 약 6년 전 교육열이 높다는 동네의 한 사립 유치원에서 교육 실습을 한 적이 있는데, 유치원에 등원하기 전에 이미 각종 학원에 다녀오는 아이들을 보고 내심 놀랐던 기억이 난다.
십 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데, 위 영상은 약 10년 전의 것임에도 지금 초등학생의 모습과 별반 다를 것이 없어 보인다. 물론 고학력과 좋은 학벌이 반드시 명예와 부를 가져다주지 않게 되면서 이에 대한 강박적인 매달림은 다소 적어진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이는 결코 능력주의 사회가 되었기 때문은 아니다. 개인의 노력보다는 물려받을 자산이 삶의 질을 크게 좌우한다는 생각이 팽배해 있기 때문이다. 신분제 철폐를 외치며 근대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노력했던 역사를 돌이켜 보면, 요즘 유행하는 금수저, 흙수저라는 말이 참 무시무시하게 느껴진다.
그래서일까. 2007년의 대한민국 초등학생들이 과중한 학업 부담에 힘겨워 했다면, 지금은 여기에 집단 따돌림이 더해진 듯하다. 집단 따돌림 발생 빈도가 잦아지고, 괴롭힘의 강도도 훨씬 커지고 있는 것 같다. 나와 다르면 배제하고, 나보다 못하면 짓누른다. 나보다 많이 가진 것 같으면 아첨하고, 덜 가진 것 같으면 꺼려한다. 신분제 사회와 비슷한 면이 참 많다.
이처럼 지나친 등수 경쟁이나 집단 괴롭힘 등 어린 초등학생들이 빚어내는 풍경을 바라보며 성인들은 이런 얘기를 한다. “요즘 애들은 애들 같지 않아.” 하지만 특별한 목적 없는 지나친 경쟁이나 누군가를 이유 없이 배제하는 무리 짓기, 모두 우리 성인들이 하고 있는 것 아닌가? 어린이들은 어딘가 별천지에 살고 있는 존재가 아니다. 성인이 병든 사회에서 어린이들이 멀쩡할 리 없다.
어린이들 힘든만큼 우리 사회 병들어
2016 대한민국에서 초딩으로 산다는 것, 그것이 힘든 만큼 우리 사회가 병들었다는 뜻이다. 사범대 새내기 시절 나는 어린이들이 사는 세상이 궁금했고, 그 호기심을 충실히 따라갔다. 그렇지만 그 꿈은 희미해져 버렸고, 지금은 따라간 그 길의 어디쯤에 서 있는지조차 알 수 없어졌다. 나는 교사가 되지 않았고, 그만큼 씁쓸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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