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에서 발생한 이번 지진은 도내 전 지역에도 확연한 공포를 안겨 줄 만큼 충격적이었다. 지진의 공포는 어쩌면 북핵이나 테러보다도 훨씬 더 현실적인 것일 수 있다. 바로 내 발 밑에서 전혀 예기치 못 하는 순간에 들이닥치는 그 공포는, 뉴스에서 들려오는 전쟁이며 테러의 위협 따위들을 아득히 먼 일로 밀어낼 만큼 생생하고 직접적이다. 일본처럼 지진의 공포를 일상적으로 견뎌온 나라가 아니기에, 본격적인 지진이 들이닥쳤을 때 우리가 겪게 될 공포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집단화된 공포심은 그 자체로 이미 또 다른 재앙을 잉태하고 있기 때문이다. 화재와 단전, 단수, 가스 폭발 같은 부수적인 안전사고 말고도, 집단적 공포는 사재기와 약탈, 상호불신과 폭력 등으로 번지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사람을 침착하게 하는 가장 큰 요인은 건물의 안정성이다. 내가 살고 있는 건물이 여간해서 무너지지 않으리라는 믿음이 있다면, 웬만한 진동이 와도 사람들은 침착하게 대비할 수 있다. 결정적인 순간에 침착함을 유지하는 것은 생존가능성과 직결되는 핵심적 요건이다.
하지만 도내 건축물들의 내진 설계율은 초라하기 그지없는 수준임이 드러났다. 도내 민간건축물의 96%가 지진에 무방비 상태라는 것이다. 법적으로 의무화된 내진 대상 민간건축물들도 열 중 여섯 이상이 내진설계가 돼있지 않다. 재난안전대책본부나 종합상황실의 내진율도 62.5%에 불과하다니 이쯤 되면 그저 하늘만 바라보는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차라리 조용히 앉아서 하늘에 기도나 드리는 게 낫다는 자조가 나올 만도 하다. 이렇게 된 가장 큰 원인은 한반도에서의 지진발생 가능성을 너무 낮게 생각했기 때문이다. 동일본 대지진 이후 꾸준하게 한반도가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지적이 쏟아졌지만 행정당국의 대처는 안일하기 그지없었다. 의무적으로 내진 설계를 적용해야 하는 건물들조차 60%가 무방비상태라는 것은, 돈에 눈 먼 민간 건축업자들과 관리 주체들의 안일, 무능, 부패, 탐욕이 뒤엉켜 있음을 반증한다.
나라의 모든 영역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임계점을 향해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점점 가중되고 있는 지진의 공포는 그 자체로 대재앙을 예고하고 있다. 중앙정부에 기대하기에는 사안이 너무 시급하다. 타 지역과 수치를 비교하는 것도 무의미한 일이다. 지자체 차원에서 근본적이고 철저한 대비책을 세워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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