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잠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6월, 환경부는 1급 발암물질인 비소의 법정 기준치를 최대 682배나 초과한 지정폐기물 ‘광재’를 수년간 조직적으로 불법 처리한 폐배터리(납축전지) 재활용업체 11개소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비소의 법정 기준치의 1.5mg/L를 적게는 2배에서 많게는 682배까지 초과한 지정폐기물인 광재 약 17만톤을 수년간 조직적으로 불법 처리해 온 악덕 업체들을 적발했다는게 주요 내용이다.
그러면서 지정폐기물을 무단으로 매립한 대표적 사례 기업으로 익산시 낭산면에 위치한 한 폐석산을 지목했다.
환경부의 이 발표에 31만 익산시민은 그야말로 크나큰 충격에 빠졌다.
‘비소(As)’가 어떤 것인가.
흡입, 섭취, 피부접촉을 통해 신체에 흡수되면 혈압변화, 구토, 설사, 위통, 흉통, 호흡곤란, 내출혈 등을 일으키다가 결국엔 사망에 이르게 하는 맹독성 유독물이다. 명색이 선진국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는 대한민국에서 어떻게 이런 상식 밖의 일이 벌어질수 있는지 절로 혀가 차졌다.
이익 추구에만 혈안이 된 한 기업의 비양심과 그동안 이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정부당국의 무능에 대해 시민들은 분개하고 또 분개했다.
익산을 강타한 당시의 상황이 워낙 심각한 환경재앙이라 전북일보를 비롯한 도내 모든 언론사들은 향후 대책 등 후속 보도를 연일 쏟아냈다.
그런데 그때의 취재 과정에서 두 가지 의구심이 들었다. 최근 5년간에 걸쳐 불법매립된 지정폐기물이 총 17만여톤인데 익산의 폐석산에 무단 매립된 지정폐기물은 3만여톤이다.
그럼 나머지 14만여톤은 도대체 어디로 흘러들어갔을까가 첫번째 궁금증이고, 두번째는 왜 유독 익산 소재 기업만이 대표적 악덕기업으로 꼭 찍어 노출 시켰느냐는 것이다. 이번 사건의 전모를 밝힌 환경부 중앙환경사범수사단의 문을 연신 두드렸다.
도통 입을 열지 않았다. 그럴수록 환경부의 진짜 속내가 더더욱 궁금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 인터넷도 뒤졌다. 1급 발암물질 매립으로 익산에 난리가 난 것처럼 타 지역도 사정이 별반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고 추가 매립지 향방을 쫓기 위한 나름의 고육책이었다. 너무 조용했다. 광재 등 문제의 지정폐기물 매립으로 동네가 발칵 뒤집혔다는 타 지역 소식을 좀처럼 접할수가 없었다.
시간이 어느덧 3개월 흘렀다. 지방 언론으로서의 취재 한계를 새삼 실감하고 있던 차에 지정폐기물이 흘러간 추가 매립지 향방이 마침내 확인됐다.
익산을 비롯한 군산, 구미, 경주, 포항, 울산 등 전국 곳곳으로 흘러들어 갔다.
특히나 경주는 3곳이나 됐다.
다시 한번 기가 차졌다. 더욱 기가 막히는것은 추가 매립지 공개를 그동안 묵살해 온 환경부가 국정감사 때문에 어쩔수 없이 울며 겨자먹기에서 공개했다는 사실이다. 내 가족이 살고 있는 우리 동네에 지정폐기물이 매립돼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된 해당 지자체 주민들의 심정이 어떨까. 뒤통수를 맞아도 제대로 맞았다며 침출수와 하천수 오염 등을 놓고 무척이나 불안해 할 것이다. 나아가, 전국 매립장 상당수를 장악하고 ‘환피아(환경부+마피아)’들을 보호하기 위해 그동안 추가 매립지 확인을 쉬쉬해 온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품으면서 분개하고 또 분개하며 분통을 터뜨릴 것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27일 환경부를 상대로 국감을 벌인다.
숨기고 감추기에 급급했던 환경부의 그간 행태에 대해 진짜 이유와 배경이 뭔지를 낱낱이 밝혀냈으면 한다.
그것이 국정감사를 실시하는 목적이고 이를 행하는 게 국회의원들의 역할이자 몫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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