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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렁뚱땅 행정, 주민이 먼저 안다

▲ 엄철호 익산본부장

국가·자치단체·공공기관 등이 어떤 중요한 사업을 추진하기에 앞서 유독 신경 쓰는 대목이 있다.

 

해당지역 주민들의 의견 청취다. 그러면서 주민의 속뜻이 뭔지를 알아보는 하나의 과정으로 토론회·공청회 등을 최대한 활용한다. 아무리 주민과 지역을 위한 사업이라고 하더라도 주민들의 환영을 받지 못하면 갈등과 불신을 조장해 결국엔 지역사회 발전의 걸림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주민 공감대 형성이 가장 우선이다는 얘기다. 어느 사회나 직장을 막론하고 단체간 또는 개인간 생각의 차이로 인한 대립이 있을 수 밖에 없다.

 

그럴 때일수록 상호 원만한 의견 수렴을 통해 ‘득’과 ‘실’을 따져 최적의 대안을 이끌어 내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다. 시간이 조금 더 지체되고 번거롭지만 사업이 한 번 완료된 뒤엔 돌이킬수 없기에 상호 이해와 설득 과정을 거치는 사전 정지작업으로 토론회·공청회 등이 적극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익산에서는 이런저런 대시민 토론회가 잇달아 열리고 있다. 하지만 이들 토론회가 근본 취지를 벗어나 졸속·형식적으로 일관하는 양상이다.

 

토론회에 대한 개념의 차이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요식행위로 여겨지고 있는것 같다. 사업의 취지와 목적을 놓고 함께 고민해 보는 자리가 아니라 짜여진 각본에 의한 짜맞추기식 토론회,찬성쪽 유도를 통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기 위한 사전포석 토론회 등으로 비치고 있는 탓인지 모르겠다.

 

심지어 주민 토론회란 형식을 굳이 빌어 당장의 행정 책임을 회피하고, 향후 발생할 수 있는 폐해에 대한 책임은 고스란히 시민들에게 떠 넘기려는 의도가 숨어있는것 아니냐는 의구심까지 들 정도다. 지난 6일에 열린 하수슬러지 시설 설치사업과 관련한 대시민 토론회를 보자. 공정률 20%대에서 중단된 시설에 대해 앞으로의 추진 방향을 어떻게 잡아가는게 가장 좋을지 흉금을 터놓고 논의해 보자는 취지에서 마련된 자리였다.

 

그러나 주민들의 의견을 들어보겠다는 이날의 행사 개최 취지는 그냥 겉치레 말장난 이었고, 사실상은 사업 백지화를 확정짓기 위한 꼼수 토론회가 아니었나 싶다. 이미 한달전에 사업을 더 이상 추진하지 않기로 내부 결정하고 관련 내용을 환경부에 통보까지 한 상태에서 주민들의 의견을 듣고 최종 결정을 내리겠다는것은 어불성설이 아닌가. 지나가던 소도 웃을 코미디가 따로 없다. 더구나 이날 토론회는 그간에 시설 건립을 극렬히 반대해 왔던 특정지역 주민들로 가득 채워졌고, 토론회 장소 또한 해당지역 주민들의 활동 독무대나 다름없는 특정지역으로 잡아 과연 이 토론회가 익산시민 전체를 대상으로 한 정당하고 공평한 대시민 토론회가 맞느냐고 묻는다.

 

졸속과 억지의 토론회는 이것만이 아니다. 현재의 정수시스템을 그대로 유지하느냐, 광역상수도로 전환하느냐를 놓고 격론을 벌여보자며 기획한 지난 19일의 생활용수 급수체계 개선방안 토론회에선 광역상수도 전환을 위한 사업 추진 정당성만 강하게 어필됐고, 부실한 행사 준비로 아예 열리지도 못했다가 가까스로 재개된 지난 26일의 왕궁물류단지 조성 토론회에선 행사를 주최한 익산시가 단순 참관인으로 수수방관자적 행태 취하기에 나서면서 형식적인 토론회에 불과했다는 비난이다.

 

익산시의 현재 입장과 향후 계획이 도대체 뭔지를 도통 알수 없는 상황에서 무엇을 논의하고 대책을 수립하라는 말인가. 어처구니가 없다는 말밖에 안 나온다.

 

시쳇말로 멍석을 깔아줬으니 니들끼리 치고 박고 싸우든지 알아서 하라는 것인가.

 

얼렁뚱땅식 보여주기 행정은 이제 주민들이 먼저 알고 있다.

엄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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